동남아 여행기 1 (시작부터 틀어진 여행, 그러나 새로운 시작, 방콕 카오산로드 05 1.8~9)  

1월 8일(토)

 드디어 2005년의 첫 여행이 시작되는 날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전날까지 계속된 신규 연수를 끝내고 여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하늘은 이런 나의 기분을 시샘했나보다. 날은 흐려지더니 눈을 뿌리기 시작하였다. 인천공항을 가기 위해서는 영동고속도로를 거쳐야 하는데 극심하게 밀리기 시작했다.

 마음은 조금씩 초조해졌다. 비행기를 놓치는 것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이번에 나를 따라서 여행하게 될 동아리 후배 미진이가 애타는 마음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게 뻔했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차는 극심하게 밀려 원주에서 인천까지 오는데 4시간이나 걸렸다. 평소보다 2시간이나 더 밀린 것이다.

 밤9시 비행기이지만 인천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은 8시 40분이다. 비행기를 놓친 것은 확정 되었지만 나 때문에 걱정하고 있을 미진이를 생각해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핸드폰을 미리 두고 오지 말걸..

 9시 20분이 되어서야 공항에 도착했다. 미진이는 내 얼굴을 보더니 안심을 하면서도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휴.. 이번 여행은 이렇게 초장부터 꼬이기 시작하는구나..

 비행기는 이미 떠나고 비행기표 값도 50%가 날아갔다. 그래도 여행을 멈출 수는 없는 일..

 우리는 인천공항에서 밤을 새면서 이야기를 해보았다.

 새로운 여행지의 선택은 방콕.. 다행히 내일 오전에 방콕 행 비행기가 있었다. 문제는 좌석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는 일..

 방콕이 아니면 어디로 가지? 마닐라? 홍콩? 호치민? 대만 등.. 수많은 도시가 후보에 올랐다. 비록 쿤밍 행 비행기를 놓쳐서 꼬이기는 했지만 즉흥적으로 많은 행선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어렸을 때 영화에서나 보면 잘 사는 서양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었는데..

 지금까지 여행에서 누렸던 행운에 대한 액땜이라고 생각하며 공항 안에서 밤을 샜다.

 

 

 1월 9일(일)

 한파가 몰아친 바깥에 비해서 공항 안은 따뜻하기는 했지만 밤을 샌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서 시간이 가기를 바라며 밤을 지샜다.

  7시가 되어 공항 지하에 있는 여행사에 갔다. 오전 9시 50분발 타이항공 좌석 현황을 보니 다행히 좌석이 남아있었다. 비행기표를 사고 환전, 티켓팅, 소포 발송 하고 나니 비행기 출발 시각이 다가와 있었다.

 비행기에 탑승을 하고 무거운 눈꺼풀을 지그시 감으며 생각을 했다.

 ‘이렇게 방콕에 가게 되다니 역시 알 수 없는 것이 여행이야.. 금전적인 손실이 크기는 하지만 너무 연연치 말자..’

 새로운 모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비행기는 서서히 이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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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시간 반 정도 지난 태국시간 오후 1시 30분 비행기는 새로운 세계에 도착을 했다.

 추운 한국과 달리 방콕은 무덥기 그지없다. 따뜻한 남쪽나라이기는 하지만 1년 내내 따뜻하면 좀 지겹지 않을까? 춥기는 하지만 계절의 변화가 있는 우리나라가 더 살기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외국에 나오면 다시금 애국자가 되는 것이다.

 공항에서 에어버스를 타고 전 세계 배낭여행객들의 아지트가 된 카오산 로드로 향했다.

 방콕이 전 세계 여행자로부터 각광을 받는 이유는 바로 풍부한 비행기 노선과 이웃나라들과의 연계이다. 물가 또한 싼 편이라 아시아를 여행하는 많은 여행객들이 방콕을 기지삼아 여행을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카오산 로드는 가장 많이 알려진 여행족 거리로서 각종 게스트하우스와 여행사는 물론 여행에 필요한 물품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미진이와 난 카오산 로드에서 한국인 여행자에게 가장 알려진 ‘홍익인간’게스트하우스로 갔다.

 저렴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의 기억을 더듬으며 홍익인간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주인아저씨는 반갑게 맞아주시며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언제든지 도와주신다고 하신다.

 식사를 하며 캄보디아 여행 정보를 찾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찬수 아니여?’라고 묻는 것이다.

 어? 어? 바로 여행 동호회에서 ‘행복원장’이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장인어른이다..^^ 와.. 2년 만에 이렇게 만나다니..

 행복원장님이 나의 장인어른이 된 까닭은 2년 전 술자리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마음에 든다며 딸을 주신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장인어른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따님은 아직까지 본 적도 없고 이미 남자친구가 있다고 한다..ㅡ.ㅡ(아쉬움...)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이야.. 행복원장님은 1년 정도 여행 중이고, 인도를 쭉 여행했고 지금은 여행 막바지라고 하셨다.

 밤에 술한잔 같이 하기로 하고 난 미진이와 함께 거리로 나왔다.

 역시 카오산 로드는 전 세계의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모였다. 저마다의 개성을 내뿜으며 여행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개성 있는 그들과는 달리 난.. 너무 평범한 복장이다.

 카오산 로드에서는 가짜국제학생증을 150바트(4500원)에 만들 수 있다. 국제학생증은 물론 가짜 기자증, 가짜 운전면허증... 심지어는 가짜 유엔 직원증까지 만들 수 있다.

 마침 여행 후배에게 부탁 받은 게 있어 중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으로 대접받는 칭하이 대학 학생증을 만들어주었다.

 이왕 만든 김에 내 것까지 만들어 보았다. 난 대학교 때 활동했던 국토순례동아리 ‘여미사(여행에 미친 사람들)’ 이름을 이용해서 ‘YUMISA UNIVERSITY(여미사 대학)’학생증을 만들었다. 없는 대학을 이렇게 지어내는 재미가 솔솔 했다.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사고 다시 홍익인간으로 돌아가니 또 한명의 반가운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극동아리 후배 선우이다. 근무하는 도가 달라서 평소에는 만나기 힘들었는데 이렇게 방콕에서 만나게 되다니..

 홍익인간 1층은 식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가 있는 방에서 잠깐 인사를 했던 형 또래 남자 분 한분께서 홀로 소주를 드시고 계셨다.

 여행지의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는 모든 여행자가 오픈 된 마인드로 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가까이 하기 힘든 사람들도 여행지에서는 열린 마음으로 금방 친해질 수 있다.

 같이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장인어른인 행복원장님과 연극동아리 후배 선우도 같이 하게 되었다.

 2차를 가려고 잠시 방에 들어가니 한 남자 분께서 홀로 계셨다. 그분에게 같이 술한잔 하자고 하니 대답은 당연히 OK..

 맥주집에 가서 이야기를 하는데 바로 옆 테이블의 이스라엘 여행자가 홀로 술을 마시며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이스라엘 여행자에게 합석을 하자고 하니 대답은 OK.. 이러다가 대부대가 되겠네.. 서스름 없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내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이스라엘 여행자는 나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난 단도직입적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이 무슬림들을 싫어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그의 대답은 언론에서 그렇게 말할 뿐 이스라엘 사람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의 정치적 현실이 답답하다는 말을 했다.

 처음 만났는데 너무 셌나? 생각을 다시 환기 시켜서 그에게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스라엘의 키부츠에 대해 관심이 많고 한국의 거의 모든 어린이들이 이스라엘의 명심보감인 탈무드를 읽는다고 했다.

 사업차 왔다는 그는 잠시 동안이지만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았나 보다. 이메일 주소를 교환하면서 꼭 다시 만나자고 한다.

 우리 일행은 맥주집을 떠나 다시 홍익인간으로 돌아와 3차를 시작했다. 휴.. 거의 그로기 상태~ 내일 캄보디아 국경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머 미진이가 깨워주겠지..

 여행 첫날은 비행기를 놓쳐서 공항에서 밤을 새고.. 둘째 날은 이렇게 만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내일부터는 바람직한 여행을 해야겠다.

 내일부터는 이번 여행의 2번째 목표였던 앙코르와트로 향한다.

 앙코르와트를 여행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일단 캄보디아를 방문하고 싶었고 평소에 수업을 하면서 앙코르와트 사진이 5학년 교과서에 자주 실렸던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직접 느끼고 직접 찍은 사진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숨겨진 왕국 앙코르와트 유적지로 향한다.

 카오산 로드에서.. 아시아를 배낭여행을 하는 서양 여행자들의 아지트다.

  길거리 여기저기에서 레게머리를 하는 여행자들이 많다.

  특이한 모양의 민속 공예품..

 카오산로드에서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물건을 파는 듯 했다.

 작년 12월 쓰나미로 인해 사망한 여행자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쓰나미 희생자들.. 이곳에서는 모금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노점에서 파는 각종 식용 벌레들

  카오산로드는 먹거리 천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