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여행기 6 (나의 보물... 프놈펜~씨하눅빌 05.1.14)  

1월 14일(금)

 여행을 하면 남는 게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사진이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기념품이라고 하고 이들은 추억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난 좀 특별하다. 나의 재산목록 1호이자 앞으로도 계속 수집할 예정인 이것은 2바로 여행기이다.

 처음 여행 때(2002년 여름) 여행기를 쓰는 버릇을 들인 나는 여행 중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여행기를 쓴다. 여행 중에 여행기가 조금이라도 밀리면 강박관념 비슷한 게 나한테 몰려온다.

 여행 중에는 의외로 많은 시간이 남는다. 그 시간에 여행기를 쓰면서 시간을 떼우기도 하고 또한 여행기를 쓰면서 나의 생각이나 추억들을 정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여행기 작성의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여행을 끝낸 후일 것이다. 조금씩 잊혀져가는 여행의 기억은 여행기는 나의 기억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주기 때문이다.

 나의 지나간 여행기를 읽는 기분은 마치 10년 이전에 발행 된 잡지를(예를 들면 보물섬이나 소년중앙) 보는 듯한 흐뭇함을 나에게 안겨준다.

 나에게는 보물창고가 있다.

 그동안의 여행기를 쭉 모아서 정리해 놓은 나의 홈페이지 www.travel4edu.com (교육을 위한 여행)이다. 여행을 끝낼 때마다 내용이 풍부해지는 나의 홈페이지를 볼 때마다 뿌듯한 기분이 든다.

 언젠가는 나의 홈페이지에 이 세상 모든 나라를 돌아 본 여행기를 쓸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이중에 여행을 떠날 이가 있다면 난 지체 없이 여행기를 쓰라고 권하고 싶다.

 또한 여행기를 다른 이들에게 보여줌으로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도 있고 또한 나의 여행을 검증 받을 수가 있다. 무엇보다 여행을 하면서 각종 유혹이나 나태함을 뿌리치게 해준다.

 그런데 오늘은 왜 여행기에 관한 내용을 썼을까?

 사실은.. 오늘은 특별히 쓸 내용이 없는 것 같아서 이다. 사실 며칠째 앙코르와트 여행기를 완성하느라 피곤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오전 8시반에 일어나보니 그동안 여행을 함께했던 현주와 준구는 이미 씨하눅빌로 떠났다.

 프놈펜에서 씨하눅빌행 버스는 많이 있는데 까삐똘, GST, 호와겐팅 등의 회사가 씨하눅빌행 버스를 운영을 한다.

 까피톨 여행사는 오전 7시 30분에만 운행을 하고 GST는 (07:15, 8:15, 12:30, 13:30)에 운행을 하고 호와겐팅도 오후까지 여러 대의 버스를 운행한다.

 GST와 호와겐팅 버스회사는 center market 근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택시대신 오토바이가 다닌다. 4명이 타는 모또는 1달러 정도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1명이 타는 오토바이는 이보다 반정도 가격에 갈 수 있다.

 미진이와 나는 GST 버스(12시 30분)를 이용해서 씨하눅빌로 가기로 했다. 오전에 남는 시간에 미진이와 국립박물관과 왕궁(실버 파고다)에 가기로 했다.

 까피톨 게스트하우스에서 2명이서 오토바이를 타고(3000리엘)을 내고 국립박물관으로 갔다.

 국립박물관(3달러)은 옛 프랑스풍의 건물이 아름다운 정원과 잘 어우러져 있다. 박물관 분위기도 편안한 분위기였다.

 6세기 13세기 크메르 예술품 5000천이상이 전시되어 있고, 앙코르왕국의 후예들답게 앙코르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이 많았다.

 어제 뚜어슬렝 박물관이 캄보디아의 현대사를 알 수 있었다면 이곳 국립박물관은 크메르민족의 영광을 볼 수 있었다.

 크메르민족이 가장 번성했을 때에는 라오스와 태국 중북부의 대부분을 비롯해서 베트남 남부까지 영향력을 행사 했다.

 박물관에 전시 된 지도들을 보면 저 멀리 인도네시아까지 왕국이 있었다. 처음 생각할 때에는 말레이반도와 수마트라섬이 미개할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여행을 통해 또 하나의 편견을 깰 수 있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왕궁을 관람했다.(3달러) 왕궁에 입장하는 순간 사진을 찍으려면 돈을 더 내라는 직원의 요구가 있었지만 사진은 안 찍는다고 살짝 말하고 들어갔다.

 황금 같은 사진을 왜 안 찍어?

 당연한 듯이 사진기를 꺼내 이리저리 셔터를 눌러댔다. 돈을 냈는지 안 냈는지 확인은 안하므로 쓸데없이 추가 비용은 안내도 될 듯.

 내가 기억하는 캄보디아 왕은 97년 대학에 들어갈 때 쯤 기억이 난다. 당시 총선에 결과에 불복한 훈센과 선거에 승리한 라나릿와의 마찰이 심했다.

 총선에서는 라나릿파가 승리를 했지만 그들의 군사는 1만 2000명이었고 그나마도 군사들의 이탈로 인해서 반으로 줄어 있었다. 훈센의 군사는 10만명..

 외신은 연일 캄보디아에서 내전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보도를 했고, 겨우 평화를 찾은 땅에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이 때 나선 것이 지금의 씨하누크 국왕이다. 마찰을 일으켰던 두 사람은 국왕 앞에서 무릎을 꿇고 중재를 받아들였다.

 그 때 그 장면을 보면서 국왕이란 정말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국과 같은 입헌군주제에서는 국왕은 아무런 권한이 없지만 국가적인 재난이나 마찰이 있을 때 국민을 하나로 통합을 하는 힘이 있다는걸 느꼈다.

 씨아누크 국왕이 즉위를 했던 즉위전은 높이가 59미터나 되었다. 또한 실버파고다로 향하는 길에 나폴레옹 3세관이 있는데 나폴레옹 3세 부인인 유진느 황우가 캄보디아 국왕에게 선물로 보낸 건물이다.

 프랑스에서 지어져 분해가 된 채 이곳으로 옮겨 다시 조립된 아름다운 건물이다. 프랑스는 현재 미국의 상징이 된 자유의 여신상도 선물로 주었다.

 건축물을 다른 나라에 선물로 준다는 건 웬만한 자부심이 없으면 힘들다고 보았을 때 당시 최고로 아름다운 건축 기술을 프랑스가 보유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성벽을 지나서 실버파고다에 들어가니 거긴 보물창고였다.

 실버파고다는 왕궁 내 전용사원으로 바닥은 은으로 깔아져 있고, 단 앞에는 90kg 황금부처상에 다이아본드가 9584개나 장식되어 있다. 제일 큰 보석은 왕관에 있는 보석으로 25캐럿이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에메랄드로 된 불상이다. 내가 관람을 하고 있을 때는 고등학생들로 이루어진 듯한 단체가 같이 있었는데 모두들 황금불상과 에메랄드 불상을 향해 절을 하고,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쓰리랑카에서 가져 온 에메랄드불상은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캄보디아는 쓰리랑카에서 불교가 도입 되었다고 한다.

 실버파고다 주변 성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지만 훼손 정도가 심했다. 벽화도 복원을 하면 이곳은 좋은 관광지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과 왕궁 관람을 끝낸 후 프놈펜 시내를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어제 쓴 여행기를 어서 인터넷에 저장을 하고 싶었다.

 우리가 묵었던 까삐똘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 근처에 있는 인터넷 카페로 가 나의 소식들을 전했다.

 오전 11시 반쯤에 center market로 가서 씨하눅빌로 가는 GST 버스를 탔다.

 버스 승객은 대부분 서양 여행객들이다. 아마 아름다운 씨하눅빌 해변으로 일광욕을 하기 위해 가겠지..

 프놈펜~씨하눅빌 길은 의외로 깨끗했다. 도로 밖 풍경을 보면서 캄보디아가 생각보다 많은 발전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난여름 여행을 했던 아프가니스탄과 비교하면 비교적 풍족해 보였다.

 4시간 정도 지난 오후 5시 반쯤 씨하눅빌에 도착했다. 씨하눅빌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맞아준 건 오토바이 삐끼들..

 어느 게스트하우스를 갈지 몰라 삐끼들을 이용해서 서양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간다는 오쯔띠알 해변으로 갔다. 아~ 그전에 내일 태국으로 가는 국경은 꼬꽁행 배(15달러)를 예약했다.

 5~6군데의 게스트하우스를 갔는데 가격이 비싸거나 방이 꽉 찼다. 결국 첫 번째 보았던 게스트하우스(4달러)에 하룻밤을 머물기로 했다.

 해변에 나가보았다. 날씨가 흐려서 많은 관광객들이 있지는 않았지만 일광욕을 즐기는 서양 관광객과 수영하러 온 근처 개구쟁이들과 장사를 하는 장사치들.. 하지만 가장 보기 좋은 장면은 연인들이 손을 잡으며 해변을 누비는 장면이다.

 나도 언제쯤 저렇게 연인과 해변을 거닐게 될까? 화려한 솔로라고 스스로 자부를 하지만 이럴 때는 아무래도 외로울 수밖에 없다.

 내일은 여기 씨하눅빌에서 배를 타고 꼬꽁으로 가서(사실 끄롱꼬꽁이다. 꼬꽁이라는 섬이 있기 때문에 헷갈리기 쉽다.) 태국으로 향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알게 해준 캄보디아와도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국립박물관 건물에서.. 아름다운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박물관 내부.. 주로 앙코르시대의 유물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중앙에 있는 건물과 불상

  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왕궁 즉위전 높이가 59m라고 한다.

  나폴레옹 3세가 선물로 보내준 나폴레옹3세관

  실버파고다 주변 성벽에 그려진 벽화.. 훼손이 많이 되어 있다.

  왕궁중앙에 세워진 탑

  삼륜차 안에서 한컷 콧수염이 조금 났다.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많은 오토바이들이 지나다닌다.

  버스를 타려고 대기하는 시간에 노트북으로 여행기를 정리한다.

  씨하눅빌 해변.. 내가 근무하는데가 동해안이 인접한 양양이라 그런지 해변을 보면 그저 그렇다.

  해변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하늘

  원래는 많은 서양 관광객이 있어야 하지만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텅텅비어 있다.

  아기와 함께 해변을 찾은 아버지.. 여유로움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