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여행기 8 (아쉬움.. 그리고 60년 전으로의 회귀, 깐자나부리 05.1.17)  

1월 17일(월)

19일(수)에 미얀마로 가기 때문에 남는 시간동안 어디를 갈지 고민을 했다.

 결국 영화 ‘콰이강 다리’로 유명한 깐자나부리로 가기로 했다. 방콕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고, 방콕에서 단기 여행으로 좋다는 추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분 좋게 여기를 떠나려고 하는데 역시나... 어제와 마찬가지로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불쾌한 일을 당했다.

 이곳 4층은 남자들의 숙소인데 마침 이 방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간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 직원인지 일 도와주는 여행자인지.. 아무튼 어제부터 불쾌감을 느낀 사람이 씨끄럽다고 신경질을 내는 것이다.

 ‘밤늦게 까지 일했는데 잠 좀 잡시다..’

 내가 떠든 건 아니었지만 난 분명히 그들이 새벽 내내 술 마시면서 영화 보는 것을 봤기 때문에 불쾌했다.

 물론 룸 안에서는 소리를 내면 안 되지만 오전 11시면 일어날 시간이 아닌가? 결국 그 방에 있는 사람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나가야 했다.

 더욱 황당한 건 그 다음..

 난 떠들지 않고 여행기를 작성하느라 노트북을 쓰고 있었는데, 아까 그 사람이 다시 일어나더니 전기비가 든다고 노트북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애써 무시하며 다시 노트북을 쓰는데 아예 일어나더니 전기비가 많이 든다며 쓰지 말라는 것이다.

 여지껏 내 나름대로 많은 오지를 여행했다고 자부를 하는데 이렇게 전기를 쓴다고 구박받기 처음이다. 그렇다고 이 게스트하우스가 다른 데에 비해 싼 것도 아니다..

 짐을 싸고 1층으로 내려가서 이곳 게스트하우스 직원에게 항의를 해봤지만 오히려 ‘뭐가 잘 못 되었느냐’라는 식으로 오히려 감싸주면서 나를 애써 무시한다.

 이곳 한국인 게스트하우스는 태국을 여행하는 여행자에게는 가장 알려진 숙소이다.

 가끔 TV에도 나오고 여행자들에게는 성공적인 게스트하우스로서 알려진 곳이다.

 2일 동안 여기 있으면서 느낀 것은 한마디로 배가 불렀다는 것이다. 아니면 혹시 내가 찍힐 짓을 했나?

 많은 여행자들이 찾아오니까 ‘갈 테면 가라’라는 식의 태도가 정말 마음에 안 들었고, 처음 설립을 했던 정신과는 달리 여행자들을 돈으로 보는 것인가?

 사실 이곳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친근하고 많은 여행정보를 주시지만 문제는 그 밑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여행자들이 마음에 안 든다.

 여기 올 때부터 이곳에 대한 평이 안 좋았는데 직접 경험해보고 나니까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여행기에 그 게스트하우스 이름을 안 적은 이유는... 그래도 한국인인데..

 깐자나부리에서 다시 방콕으로 오면 근처에 있는 DDM(동대문)게스트하우스로 가야겠다. 제발 그곳은 이곳 보다 괜찮기를 바란다.

 카오산 로드에서 택시를 타고 남부터미널로 가서 12시 반에 깐자나부리로 출발하는 버스(79밧)를 탔다.

 가격에 대비해서 버스비는 저렴한 편이다.

 버스는 달리고 달리더니 2시간이 지나 깐자나부리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시내 북부로 가는 썽태우(6밧)를 타고 콰이강 다리로 갔다.

 2차대전 당시 일본은 버마(미얀마)와 인도로의 침략을 위해 싱가폴에서부터 쭉 철도를 건설을 했다.

 철도 건설에 투입 된 인원은 26만명이고, 20만의 징용 된 아시아인과 6만명의 연합군 포로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공사기간은 15개월, 총연장 416.92킬로미터를 그 기간에 완성했으니 하루에 철도를 890미터씩 완성을 했다.

 중장비가 없는 상태에서 맨손으로 그것도 더운 열대지방에서 간간히 연합군의 공습을 받으며 건설한 철도이기에 많은 희생자가 생겼다. 일본 군인들의 많은 구타와 비인간적인 대우는 말 할 것도 없을 것이다.

 사망 9만 4000명.. 이곳 철도가 죽음의 철도라 불리는 이유이다.

 이곳 철도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바로 포로들을 감시했던 일본군중에는 한국인도 많았기 때문이다.

 포로들에게는 한국인이 가해자로 보였겠지만 왜 한국인이 이곳까지 끌려와서 포로들을 감시했어야만 하는지 한번쯤 그 의미를 생각을 해본다.

 한마디로 역사의 비극이다..

 콰이강다리는 이미 관광지화가 되어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보였다. 다리를 직접 걸어가 보니 유유히 강이 흐르고 주변에는 숲과 수상 레스토랑이 있다. 평화롭게 아름다운 풍경이다.

 하지만 60여년 전의 이곳이 지옥같이 여겨지는 사람들이 아직도 살아 있겠지..

 다리 근처의 2차대전 박물관(30밧)을 관람하면서 느낀 점이다. 박물관에는 당시 포로들의 생활상과 2차대전 때 사용되었던 각종무기를 비롯해서 이곳에서 출토된 연합군 병사의 유골을 볼 수 있다.

 관람을 마치니 오후 5시가 다 되었다.

 배도 고프고 숙소도 구해야 하고..

 3명이서 썽태우(30밧)를 타고 졸리 프록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졸리 프록 게스트하우는 선풍기 딸린 2인실이 200밧이고 1명이 더 추가되면 20밧을 더 추가한다.

 2개의 침대에 1명이 잘 수 있도록 이불을 제공해준다.

 졸리 프록 게스트하우스는 호텔 못지않은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거기서 비치되어 있는 야외침대에 편히 누우면서 유유히 흐르는 강가를 바라보면 그동안의 피곤이 다 날아갈 듯 하다.

 무엇보다 이곳의 장점은 말도 안 되게 싼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웬만한 식사는 25밧~35밧이면 해결이 될 정도로 저렴하고 종류도 200가지가 넘는다.

 특히 저녁때 맥주와 함께 곁들여 먹은 몽고식 불고기(65밧)는 숫불에 닭, 돼지, 소고기를 직접 구워먹을 수 있어서 안주거리로 딱이었다.

 시간만 있으면 며칠 더 머물다 가고 싶지만 미얀마에 가야 하기에 내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떠나야 한다.

 가끔 오늘처럼 여행지에서 떠나기 싫을 때가 있지만 지금의 나는 방랑자..

 방랑자는 한곳에서 정착할 수 없는 법.. 바람따라 구름따라 또 떠나야겠지?

방콕시내 한가운데서 잠든 군기빠진 개

  영화로도 유명한 콰이강 다리

  60년전 끔찍한 공사현장이었던 이곳에서 기념으로

  다리밑에는 멋진 레스토랑이 있다.

  현주와 나와의 연출사진.. 실감난다.

  이철도를 쭉 따라가면 미얀마가 나오겠지.. 며칠후면 미얀마로 들어간다.

  이 공사에 참여했던 일본을 비롯한 우리나라와 연합국 국기가 보이다.

  박물관은 멋진 건물안에 있었지만 정리가 덜 된 느낌이다.

  당시 연합국 포로들의 복장.. 9만 4000명이 이곳에서 죽었다고 한다.

  졸리 프록 게스트하우스 정원

값은 쌌지만 시설만큼은 여느호텔 부럽지 않다.

  기차안에서의 나.. 참한 모습

  철도의 가장 난공사였던 절벽구간

  종착역에 도착한 기차

IBS여행사의 항공권가격.. 방콕에서 유럽까지 250달러라.. 싸긴 싸다.

  미얀마에 떠나기전 날 배웅해주기 위해 현주가 일어났다. 일어난 직후 현주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