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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찾아 사북으로 (5월 25일)

지난 주말 영월 탐방을 통해서 영월을 알 게 되었고 그에 대한 후폭풍으로 소위 영,평,정(영월, 정선, 평창)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대한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바쁜 월요일을 지내고 더 바뻐야 될 화요일.. 하지만 난 또 다른 여행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 이유는 내일 수요일은 석가 탄신일이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애인없는 나에겐 주말과 공휴일은 휴식과 더불어 외로움을 달래야 할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여행의 즐거움으로 가득찬 날이 되었다.

지난주 영월을 여행을 통해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했고 이제 다음 행선지로 정선으로 눈길을 돌렸다.

마침 정선에는 나의 절친한 후배이자 여행동료인 상걸이가 있었다. 춘천교대 여행동아리를 통해 알게된 상걸이는 나와 3번의 국토순례와 2번의 해외여행을 비롯한 수많은 여행을 같이한 사이었다.

영월에 있으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사는 사람이 큰 마음을 먹고 가야 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손쉽게 간다는 것이다.

영월 자체도 볼거리가 많고 정선, 평창, 원주, 나아가 강릉도 가까운 편이지만 남쪽으로 소백산이 있는 단양을 비롯해서 제천, 봉화랑도 가까운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동안 이러한 지역적인 혜택을 누리기 위해 상걸이가 있는 사북으로 향했다. 저녁 8시쯤에 출발해서 그런지 버스차창 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길이 매우 꼬불꼬불 하다는 것과 차가 낮은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것쯤은 인지 할 수 있었다.

밤 9시 50분에 사북에 도착하고 곧장 상걸이와 호프집으로 향했다.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하면서 내일의 여행계획을 세웠다.

내일 여행의 테마는 정선선의 종착역인 구절리와 아리랑의 발원지 아우라지로 정했다.

아우라지와 정선선의 종착역 구절리(5월 26일)

이번 여행의 여행기는 후배 상걸이의 여행기로 꾸며 보았다. 내 홈페이지에 있는 여행기의 대부분이 나만의 시각으로 (당연한건가?) 짜여져 있기 때문에 잠시 환기 시켜보자는 의미에서 상걸이의 글을 실었다. 생각의 차이는 약간 있을지 몰라도 같이 행동을 했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 상걸이 여행기 >------------------------------------

주말은 아니지만, 엄연히 공휴일이라 난 또 여행을 가기로 잡아놨었다. 원래 어느 정도 맘으로 정선으로 정해놓고 있었는데, 찬수형이 며칠 전에 말을 걸어서 같이 가자고 해서 이번에는 정선과 여량, 구절리 방면으로 가보기로 했다. 원래 노추산을 한번 오르려고 했으나, 우리가 누구인가?ㅋㅋ 어제 술을 마시고 늦게 일어나 느긋느긋 준비하고 차 시간도 안 알아보고 히치해서 가느라 시간상 차질이 많이 생겼다. 찬수형이 화요일날 수업을 마치고 미리 사북에 내려와서 내 방에서 자고 아침 8시 길을 나섰다.

찬수형과 단 둘이 하는 나들이라~ㅋㅋ 다른 사람들이 보면 우울해 보이겠지만, 난 형이랑 여행할때가 맘이 제일 편하다. 딱히 시간에 구애 받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는 것도 없다. 그냥 가다 좋으면 구경하고, 시간이 안 되어서 못 가면 그냥 가까운 곳에 들리는 스타일이 내 성격이랑 비슷한것 같다;;

버스를 타고 우선 증산에 기차시간을 알아보러 갔다. 원래는 한가한데 요즘은 테마 관광이나, 5일장 때문에 외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기차도 꼬마열차라는 이름을 가지고 이쁘게 단장되어 있다. 그래서 찬수형에게 꼬마열차를 태워주려고 했는데... 헉~! 하루에 3번 밖에 안 들어간다니 ㅜㅡ 그래서 그냥 나올때 타기로 하고, 큰누나네 집에 가서 컵라면을 얻어먹고 길을 나섰다. 버스도 자주 다닐것 같지 않아, 곧장 증산에서부터 히치를 했다. 30여분 정도 해도 잘 세워주지 않아 걱정하고 있는데, LG서비스센터 차가 서더니 정선까지 간다고 태워주시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매형이랑 같이 무전기 동호회 하셨던 분인가보다 ㅡㅡ;; 우리 가족들을 아는 것 같았다. 든든한 사북의 후원자님 덕분에 정선 다리 건너에 내려서 곧장 구절리 방면으로 향하는 차를 히치 하기로 했다.

한참을 해도 시내에서 막 빠져나오는 차라서 그런지 잘 세워주지 않았다. 조금 더 가서 외진 곳에서 하고 싶었지만, 구절리로 들어가는 길이 강을 따라 나 있는 도로여서 갓길이 좁고 위험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북평 근처에 있는 절에 가시는 남자분이 태워주셔서 북평까지 갈 수 있었다. 다시 북평에서 30여분을 히치해서 여행나온 두 내외분을 만났는데, 아저씨는 고려대학교 학국학연구소 연구원으로 계시고, 교과서 2,4학년에 자신이 쓴 동시가 실려 있다고 말했다. 와~ 이런 만남도 있구나^^ 한국학이라~ 암튼 두 분은 정선 아리랑에 관심이 있으셔서 이번에 아우라지 뗏목을 타러 간다고 해서, 우리는 노추산을 포기하고 같이 아우라지까지 가기로 했다.

아우라지는 두 천이 합쳐져서 어우러진다고 해서 아우라지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예전에 아버지가 이 근처 공사할때 몇번 와서 놀았던 기억이 있어서 빨리 그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뗏목은 없고, 작은 배가 대신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우리를 태워주신 내외분과 사진을 찍고, 막 건너편 강에 내리려는데 몇 사람이 오더니 한번만 더 타고 강을 왔다 갔다 해달라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서울에서 촬영을 나왔단다. 그래서 리포터와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는 장면을 찍어갔다. 나와 찬수형은 방송하게 되면 피곤하게 될 것을 알았기에, 배가 도착하자마자 곧장 뭍에 내려서 아우라지 처녀 뱃사공 동상이 있는 곳으로 갔다. 지대가 높아서 주위 강이 보였는데, 수해공사 중이었는지, 다른 공사 때문이었는지, 강 주위가 온통 파헤쳐서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찬수형과 돌다리를 건너오면서 얘기를 하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건너편을 쳐다봤는데 촬영팀이 우리를 찍고 있었다. ㅡ.ㅡ;; 젠장~막 뛰어 가다가 돌다리 중 하나가 내려앉아 넘어질뻔했다;;;;

다시 도로로 나온 우리는 잠시 민가 화장실에 들렀다가 다시 히치를 해서 구절리로 들어가기로 했다. 한참을 걷다가 부부내외와 아들 2명이 탄 차를 잡았다. 구절리까지 안가고 그 전에 다른 길로 빠져야했는데 공사중이라서 어떻게 우리를 구절리까지 바래다주고 가시게 되었다. 오늘은 유난히 서울차량들이 히치에 잘 응해주는듯 ㅋㅋ

구절리에 도착하자마자 표를 사기 위해 구절리 역으로 갔다. (참고로 구절리 역은 정선선 마지막 역이다. 정선의 끝;; 오지 중의 오지라는 말씀 ㅡㅡ;;) 그러나 이게 왠일인가? 사람도 없고, 기차를 탄 다음에 승무원에게 기차표를 끊으라는 글씨가 보였다. 다시 나와서 걷다가 보니 구절리라는 마을의 크기를 알 수 있었다. 길이로는 춘천의 명동 정도? 게다가 중간중간 집들은 유리창이 깨지고, 폐허가 되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리는 아침을 라면으로 때운터라 한 식당에 들어가서 두부찌개를 시켜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아저씨 말이 얼마 안 걸린다고 해서 그냥 걷기로 했다.

구절리에서 오장폭포 가는 길에는 차가 거의 안 다녀서 나와 찬수형이 전세내고 중간으로 막 걸어다녔다. 차가 몇대 지나가길래 히치를 할까 생각했지만, 어차피 기차시간도 많이 남았고, 얼마 안 걸린다고 해서 계속 걸었다. 얼마쯤 걸어가니 노추산 등반로가 보였다.ㅡㅜ 다음에 꼭 들러야지~! 그리고 1시 반정도 되어서 드디어 209m의 오장폭포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큰 물살이 아니어서 실망을 했지만, 거대한 폭포의 웅장함보다 가녀리고 긴 물살의 아름다움을 대신 얻어가는 것 같다. 찬수형과 나는 사진을 찍다가, 내가 폭포수를 마시는 것처럼 해서 찍자고 형에게 말했더니 형도 재미있겠다고 해보자고 해서 간만에 설정샷을 해보게되었다..ㅋㅋㅋ

그런데 아까부터 사진찍을때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들께서는 우리가 뭐하는건지 의아해하시다가 사진을 찍고 나서 왜 입을 벌리고 하늘을 보고 있냐고 물으셨다. 우리는 설정샷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구절리까지 나가는데 차를 얻어탈 수 있을지 물었더니 흥쾌히 승락해주셨다. 네 분은 정동진에서 오셨다고 했다. 구절리까지 가는데 한 분이 절에서 받아온 것이라며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셨다. 그래서 차에서 내려 인사를 하고 난 후, 곧장 구절리분교로 들어가서 과일과 떡을 먹어치웠다..ㅎㅎ

다 먹고 역에 가니 2시 약간 넘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사진도 찍고 다니면서 3시까지 기다렸더니 드디어 꼬마 열차가 도착했다. 오늘은 손님이 많아서 3량이 되었다. 그런데 기차에 오르니 너무 시설이 좋아서 예전과 다른 느낌을 주었다. 더 깔끔해지고, 창문을 바라 볼 수 있도록 배열될 테이블과 의자들.. 하지만, 뭔가 허전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중학교 다닐때만해도 정선선은 통일호 열차였기 때문에 기차안 양 옆으로 긴 녹색 의자가 있었고, 할머니들이 손에 팔것들을 한가득 안고 올라와서 도와주기도 했어는데~ 아련한 추억이랄까? 그 분위기를, 시골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을 기차안에서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찬수형은 피곤했는지 기차타자마자 졸고 있었다. 나도 졸음이 밀려와 잠시 쉬다가 증산에서 내렸다. 누나가 찬수형과 나를 데리고 곱창집에 갔는데, 몇 년만에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마지막에 남은 소스는 춘천 닭갈비처럼 밥에 말아먹고, 김을 뿌려주었다. 다음에 봉득이도 오면 같이 한번 와야지^^

찬수형은 저녁 기차로 영월로 들어갔고, 다음에 월급 나온다고 영월로 놀러오란다.;; 나도 집에 와서 그 전에 못봤던 영화가 있어서 영화보고 잠에 청했다.ㅋ(비로 담날 이 여파로 지각해서 혼나긴 했지만^^)

바야흐로 여기저기 볼게 많은 5,6월이다. 찬수형도 다른 사람들 끼우지 말고 혼자 돌아다니라고 한다. 시간이 안 맞으면 서로에게 폐가 도리 수 있다고^^ 이럴때보면 좀 생각이 깊은것 같기도 하단말야?ㅋㅋㅋ형~ 나도 조만간 영월 갈께^^ 여행 코스를 미리 잡아놔야지..ㅋㅋ

-------------------------------- < 끝 >----------------------------------

영월로 향하는 기차를 타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원래 연고지가 서울인 나로서는 임용고시를 강원도로 본 것이 일종의 모험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대자연과 순수한 아이들을 대할 수 있는 나로서는 행복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더 든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열악한 강원도 보다는 경기도로 오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지만 내가 여지껏 한 여행에서도 나타나 듯이 편한 곳에서 안주하며 있기 보다는 비록 열악하고 최악의 상황일지어도 잠시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그러한 환경이 나한테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시절의 나의 선택은 후회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기차는 영월역에 멈췄다. 증산역에서 영월역까지는 40분 조금 넘게 걸렸다.

비오는 가운데 우산도 없이 영월 시내를 터벅터벅 걸으며 맛있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 꼭 해외 여행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