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사북 여행 (6월 5일)

정선 화암리, 사북 여행 (6월 5일)

화창한 토요일 오후.. 오늘 수업을 마치고 환한 아이들의 미소를 뒤로한채 증산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차창밖의 평화로운 풍경들이 마치 영화를 보듯이 쭉 지나가고 있었다.

이번주는 여행 후배 상걸이와 민구와 함께 한다. 토요일인 오늘은 저번 정선여행에서 가보지 못했던 화암동굴과 화암약수를 가보고 새벽기차를 타고 오대산으로 향하기로 했다.

주일은 열심히 아이들과 어울리고 주말에는 여행을 하는 행복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난 행복한 것일까? 그러면서도 왜 만족을 못하는걸까? 나름대로 시간을 내서 짬짬히 여행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방학을 앞둔 대학생들이 부럽기도 하다. 나라면 방학내내 여행을 했을텐데..^^

역시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고 나 또한 그러한 진리에 벗어나지 않는 심리를 가지고 있나 보다. 어쨌든 난 돌연변이는 아니군..

영월에서 출발한지 40분이 조금 넘은 2시정도가 되어서 증산에 도착했다. 얼마전 상걸이와 구절리 여행을 하고 나서 헤어졌던 곳인데 9일만에 이곳에서 다시 상걸이를 만나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계획대로 일이 순조로운데.. 같이 합류하기로 했던 민구 소식가 소식이 없다. 민구는 인천에 사는 여행후배로서 2년반전 탐험연맹 국토순례에서 만나서 티벳 연구수업, 겨울 섬여행등을 같이한 든든한 여행 후배이다.

그런데 민구한테 소식이 없다. 상걸이 말로는 분명히 아침에 출발한다고 했었는데.. 민구한테는 핸드폰이 없어서 연락할 방법도 없다. 머.. 할 수 없지 민구와의 만남은 운명의 여신이 알아서 해주겠지.

첫 번째 목적지는 화암동굴이다. 증산에서 정선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정선까지 가지 않고 화암동굴 방향으로 갈라지는 덕우 삼거리에서 내렸다. 근처 가게에서 버스가 거의 없다는 정보를 얻은 후 화암동굴까지 히치를 해서 가기로 했다. 아마 내 생각에는 버스가 자주 있다고 하더라도 히치를 했을 것이다.

히치를 하기 위해 삼거리로 걸어가고 있는데 반대방향으로 아줌마가 걸어오시는게 보였다. 동네 주민인가?

아줌마와 우리가 마주칠려는 찰나 아줌마는 지나가는 승용차를 바로 히치하셨다. 엥? 우리가 할려고 했는데..

아줌마는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히치를 하셨고 우리도 얼떨결에 같이 타게 되었다. 히치를 많이 하다보니 이렇게 끼워타기 히치도 해보는구나..

아줌마가 먼저 목적지에 내리자 아저씨가 우리는 내리지 않냐고 물어보신다. 알고보니 우리가 아줌마의 아들들인줄 아셨었다. 사정을 말씀드리고 그 차로 화암동굴 입구까지 갈 수 있었다. 아저씨도 한번에 목적이 다른 두팀을 태우는게 쉽지 않은 경험을 하신것이다.^^

화암동굴 관광지는 강 건너편에 있었고 다리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 관광지는 절벽과 산수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고 화암동굴로 올라가는 길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선군의 화암동굴 소개.

'★ 화암동굴은 강원도 지방기념물 제33호로 지정(1980. 2. 26)되어 있으며, 1922년부터 1945년까지 금을 캤던 천포광산으로 연간 순금 22,904g을 생산하는 당시 국내 5위의 금광이었다. 금광 굴진 중 발견된 천연 종류동굴과 금광갱도를 이용하여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개발한 국내 유일의 테마형 동굴이다. 천연종류굴은 2,800㎡ 규모의 광장이고 관람길이는 1,803m로서 전체 관람구간은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 역사의 장 - 천포광산 개발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고, 실제 금광맥, 채굴적(광산시설, 흔적 등)등이 보존되어 있다.

○ 금맥따라 365 - 상부 갱도와 하부 갱도를 연결하는 고저차 90m의 천연동굴로 365개의 계단, 석화, 용식공 동굴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

○ 동화의 나라 - 화암동굴 캐릭터(금깨비, 은깨비)를 통해 금광개발 과정과 금의 가치 등을 동화적으로 연출하였다.

○ 금의 세계 - 18.5kg의 순 금괴, 영상물, 디오라마를 통해 「금에 대한 모든 것」을 살펴 볼 수 있다.

○ 대자연의 신비 - 동양 최대의 유석폭포, 대형석순과 석주, 마리아상, 불자상, 석화와 곡석이 즐비하게 자라고 있는 천연 종유굴이다.

-출처 정선군 홈페이지-

화암동굴의 입구는 매표소(4000원)에서 700미터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한다. 모노레일이 연결되어 있지만 언제 출발할지 모르고 2500원을 아끼기 위해 그냥 걸었다.

생각치도 않은 산행을 한 끝에 입구로 들어섰다. 화암동굴은 금의 산지였던 천포광산이고 종류석이 있는 동굴은 화암동굴중에 일부일 뿐이다.

사실 관람길이 1803m중 종류석이 있는 종유굴의 비중은 여느동굴과 비교하면 작은 편이지만 금광을 채굴했던 과정과 옛 선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4000원의 입장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옛 모습을 재현한 마네킹과 시설들이 잘 되어있었고 관람객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추울 정도로 시원한 동굴안과는 달리 동굴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뜨거운 훈풍이 나를 감쌌다. 아.. 동굴에 있을 때가 행복했었는데..

시계를 보니 오후 4시반이다. 민구는 감감 무소식이다. 혹시 우리가 동굴 관람을 하는 동안에 우리에게 연락을 했었나? 민구가 어디에 있는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다음 목표는 화암약수이다. 화암동굴과의 거리는 1.5킬정도였다. 곧장 다시 히치를 해서 갈까 하다가, 생각보다 먼 거리가 아니어서 걸어갔다. 상걸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가니 금새 화암약수 다리 앞에 다다랗다.

입구에서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해가 지고나면 히치가 힘들텐데.. 일단 하지가 얼마 안남은 시점이라 해가 길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기로 했다.

암튼 걱정은 미루고 다리 건너 매표소에서 입장료(1500원)를 내고 바로 앞에 있는 거북바위부터 보기로 했다. 잘 몰랐는데 거북바위가 화암 팔경중에 하나다.

사진찍고 내려와 곧장 1.5Km 안에 있는 화암약수로 향해 걸었다. 걸어가며 장승바위도 보고 주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경치들을 감상하며 걸어갔다. 저녁시간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대낮 같았다. 한참을 걷다 보니 어서 약숫물이 마시고 싶어졌다.

기대감에 찬 마음으로 약수를 마셨다.. 그런데.. 윽~ 마치 티벳여행때 야크티를 마신 느낌이다. 억지로 4잔을 먹고 그 느끼한맛에 2주동안 배탈이 났던 그 야크차의 느낌.. 티벳 여행을 같이 했던 후배 재현이의 표현은 먹자마자 욕나오는 그 느낌.. 느끼한건 아니지만 텁텁하고 마치 쇠를 갈아서 물에 풀어놓은 그런 맛이다. 오직 건강에 좋다는 일설에 의지하며 겨우 마실 수 있었다.

화암약수에서 입구로 향하는 차를 히치를 해서 다시 입구까지 갈 수 있었다. 입구에서 어떻게 할까하다가 버스를 알아보니 사북으로 곧장 가는 버스가 없다고 한다. 별 수 없이 걷다가 다시 히치를 하기로 했는데.. 아~ 이럴수가~! 걸어가길 잘했다. 조금 걸어가니 화표주라는 산위에 걸쳐진 듯한 바윗돌 눈에 들어왔다.

또한 화표주부터 시작되는 소금강골짜기여서 산세도 멋있다. 운좋게 사북석탄문화제를 보러 들어가는 가족이 탄 차를 히치해서 사북까지 얻어타고 가게 되었다.

차창밖의 소금강 풍경은 단아하고 우아한 멋을 뽑내고 있었다. 역시 작은 금강산이라 불릴 만한 풍경이다.

잠시 후 몰운대가 나왔다. 몰운대 절벽 아래 강가와 마을이 어우러져 평화로움이 깃든 풍경이다. 몰운대는 화암약수에서 8킬로 정도 걸어가야 한다고 한다. 가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어서 아까 발길을 돌렸었는데.. 언젠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이곳에 와야한다는 동기 부여가 되는 순간이다.

사북에 도착하니 석탄문화제 마지막 날이라 시끌벅쩍했다. 상걸이는 가게일을 도와주러 잠시 떨어진 사이 난 야시장을 둘러 보았다. 시골에서 열리는 문화재라 인정미가 넘치고 웃음이 넘쳤다. 아기자기 하고 왁자지껄한 정겨운 풍경이다. 서울에서만 자란 나에게는 사뭇 부러운 모습으로 와 닿았다.

일명 야바위라고 하는 도박 놀이판들도 많이 있었는데, 도박이라기 보다는 게임으로 즐길 수 있는 그런 놀이들이었다.

상인들은 저마다 손님을 끌려고 독특한 복장과 꾸밈으로 노력하고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그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토요일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비록 대도시처럼 뻑쩍지근한 마케팅과 세련된 패션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기는 하지만 가족, 친구들과 함께 문화제를 즐기며 즐거워하는 시골 사람들의 모습은 정겨우면서도 인간미가 물씬 나는 그런 모습이다.

상걸이가 가게일을 잠시 도와주고 다시 나와 합류를 했다. 상걸이와 난 어렸을 때 즐겨했던 뽑기를 했다. 초등학창 시절 이후 처음 해보는 것이다.

1부터 80까지 적힌 숫자판에 막대기를 잘 맞춘 후 원통에 들어있는 숫자를 뽑아서 그 숫자가 판위에 댄 막대기에 맞으면 막대기에 적힌 사탕을 받는 것이다. 두 번을 해서 두 번다 꽝이 나오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추억속에 잠길 수 있었다. 예전에는 참 많이 해봤는데..

뽑기를 하고 야시장을 어슬렁거리고 있을 때 민구한테 연락이 왔다. 이제 도착했다고 한다. 에구.. 참 빨리도 연락하는구나.. 민구를 만나서 내가 일단 저녁을 내고 상걸이 누나가 술을 사주셨다.

원래 2병만 시켰는데, 술집에 있다보니 상걸이가 아는 동네분들이 많이 오셔서 한잔씩 따르다 보니 4병이 나갔다 .

그런 상걸이의 모습이 난 부럽기만 하다. 이렇게 편안한 사람들이 있는 고향이 있으니..

난 고등학교까지 소위 8학군이라고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자랐다. 아파트 숲에 둘러쌓여 이웃간의 정이란 거의 찾을 수 없는 삭막한 환경이고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서도 뿔뿔히 흩어져 연락이 되는 친구는 많지 않은 편이다. 또한 발전이라는 이름하에 건물들은 빽빽히 들어차고 건물들의 층수 또한 높아져 가고 있다.

그래도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내가 살던 동네에 개구리가 사는 연못이 있고, 여름에는 항상 잠자리를 잡으로 다녔다는 말은, 지금으로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옛 전설이 되었다. 나의 어린시절의 환경은 지금 완전히 사라져 버린 상황이다.

어렸을 때의 환경도 변해 버리고, 아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 그러한 생각을 하니 상걸이가 부러울 뿐이다.

민구와 상걸이와 작년 티벳 여행과 올초의 섬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오붓하게 소주 한잔 걸쳤다.

-오대산 편은 화암, 사북 사진 다음에 계속됩니다.-

화암동굴 관광지에서 바라본 병풍같은 절벽

화암동굴 관광지로 이어지는 다리

입구까지는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화암동굴 입구.

마네킹으로 조선시대의 금광채굴 모습을 잘 표현했다.

나도 한번 금을.. 휴.. 왜 이렇게 잘 어울릴까?

웅장한 동굴에 감탄하는 모습

실제 사람이 작업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

도깨비들의 보물창고.. 와.. 저게 진짜 였으면..

화암동굴은 상부와 하부로 나눠져있다. 하부로 내려가는 계단

정선의 캘릭터인 도깨비로 표현한 아리랑

아기자기한 도깨비 캐릭터들.. 어린이들이 좋아할만 하다.

화암동굴출구에서 본 화암관광지

출구벤치에서 노숙자 모드..

화암약수로 가는 길..

화암약수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계곡

거북 바위에서 바라본 주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절벽

거북바위 위에서..

화암 1경인 거북바위

화암약수로 가는 길.. 아스팔트로 연결되어 있다.

화암약수.. 물색깔로 보아 철분이 많이 함유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산위에 걸쳐있는 화표주의 웅장한 모습

석탄문화재 야시장..

사람들의 주목을 끈 품바 공연단

TV에도 소개되었다던 민화 화가..

동전 야바위.. 동전을 창문닦는 대로 수거해 간다.

농구형 도박.. 난 2판(각각2000원) 첫판은 2골, 두 번째판은 3꼴을 넣었다.

오랜만에 만난 민구와 나의 모습

야시장에는 먹거리 또한 빠질 수 없는 감초이다.

오랜만에 해본 뽑기.. 난 두판 다 꽝이 나왔다.

오대산 등반 (6월 6일)

어제 상걸이와 화암리를 여행했었고, 뒤 늦게 민구를 만나 야시장을 돌면서 한잔했다. 술 한잔 걸친 후 상걸이 누나가 마련해준 찜질방 티켓을 가지고 찜질방에서 몸을 데우고 상걸이 누나네서 잠시 눈을 붙였다.. 이때 시간이 12시반이 조금 넘는 시간..

청량리발 강릉행 기차가 사북에 도착하는 시간은 새벽3시이다. 이 기차를 타기 위해 새벽 2시반에 눈을 떴다.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눈이 자동적으로 스르르 감긴다. 그건 민구와 상걸이도 마찬가지.. 과연 오늘 오대산행을 할 수 있을까?

다행히 우리 앞자리에 승객이 없어서 좌석을 우리쪽으로 돌려놓고 다리를 쭉 뻗고 잘 수 있었다. 허리가 조금 뻐근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너무 피곤한 나머지 그와 같은 불편은 무시 되었다.

정신없이 달콤한 잠을 자고 있던 새벽 5시 45분 기차는 강릉에 도착했음을 알렸고 잠에 취해(술에도 취했을듯)있던 우리는 잠에 대한 미련을 뒤로한채 기차역을 나섰다.

우리는 내리지마자 어떻게 갈 것인가 고민을 했다. 역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알아보니 정각마다 오대산 가는 차가 있다고 한다. 이런! 6시 10분인데,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기보다 주문진에서 오대산쪽으로 갈라지는 지점인 연곡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거기에서 히치를 하기로 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처음 오는 승용차를 히치 했다.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차가 섰고 오대산가는 갈림길까지 태워다 주셨다.

여기서도 목적한 소금강 매표소까지 거리가 꽤 된다. 이른 아침이라 차가 안지나 갈거라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지나가는 봉고를 히치해서 소금강 입구에서 1.5킬로 떨어진 지점까지 올 수 있었다. 차가 없어서 걸어가는 찰나.. 소금강으로 가는 버스가 우리옆을 지나갔다. 이런.. 처음 강릉역에서 조금만 기다렸으면 이 버스를 타고 바로 올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아침부터 차비를 절약하고 인심좋은 사람을 만났다는데에 의미를 두어야지.

소금강 입구에 도착하니 7시 20분 이다.

우리는 배가 고파 산을 못 오를것 같아서 우선 계곡에 터를 잡고, 상걸이 누나가 정성껏 싸준 밥과 반찬을 맛있게 먹었다. 계곡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물의 색깔과 바위들(검은 물과 흰바위)이 우리들의 시선을 잡았고 곧 오늘 있을 오대산 등반에 대한 기대로 희석되었다.

계곡이 훤히 바라보이는 바위에서 밥을 다 먹고 나니 8시가 조금 넘었다.

오대산은 크게 두군데 코스로 나누어진다. 월정사에서 시작해서 오대산의 최고봉인 비로봉으로 가는 코스와 소금강에서 시작해서 노인봉으로 가는 코스로 나누어진다.

사실 산 하면 최고봉을 올라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나로서는 비로봉 방면으로 가야 하지만 오늘은 오대산의 하이라이트로 불리는 노인봉 코스가 더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사실.. 다시 월정사로 가기 귀찮아서ㅡ.ㅡ)

간식으로 초코파이 한박스를 사서 4개씩 나눠가진 후, 곧장 소금강(어제는 정선 소금강, 오늘은 오대산 소금강,,;;)에서부터 사진을 찍으면서 올라갔다.

계곡물이 짙은 초록이길래 처음에는 깊어서 그런지 알았는데, 알고보니 물푸레 나무 때문에 그런거란다. 물푸레 나뭇잎이 물에 풀리면 청색이 나기 때문에 이렇게 멋진 풍경이 나오는 것이다. 물푸레 나뭇잎은 예전에 옷감 염색용으로도 썼다고 한다.

오대산 소금강 코스는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절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숨막힐 듯히 서있는 절벽과 바위들을 비롯해서 그를 감싸는 아름다운 나무와 신록들.. 무엇보다 계곡이 어우러져 마치 산수화를 보는 듯한 절경이 파노라마를 보듯이 쭉 이어져 있었다.

절경에 감탄을 하며 간간히 사진을 찍으면서 올라가다 보니 구룡폭포가 나왔다. 우와! 정말 시원하게도 내려온다. 우리는 처음으로 구룡폭포에서 쉬고, 다시 길을 나섰다. 한참 계곡 다리들을 건너다보니 만물상이 나왔다. 정말 바라보는 각도마다 다르게 보여서 한참을 바라보며 지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만물상사진을 찍어갈 만큼 유명한 곳이다.

만물상을 지나, 한참을 가니 넓은 공터에 다다랐다. 내가 산에서는 걸음이 빠른 편이라 그런지 상걸이와 민구가 잘 따라오지 못한다.

후배들을 기다리며 옆의 계곡에서 잠시 쉬어가면서 세수를 하고 있는데 먼가 많은 무리들이 꼼지락 거리고 있다. 자세히 보니 올챙이들 서식지였다. 또한 나뭇가지인지 알았던 벌레가 기어다니고 있었는데 뒤늦게 온 상걸이에게 물어보니 꼬네라는 물곤충이다. 꼬네는 나무조각들을 몸에 두르고 있고 주로 물고기 잡을때 미끼로 쓴다고 한다. 역쉬.. 상걸이는 촌놈이라 잘 알고 있다.

잠시 담소를 즐기면 쉬었다가 다시 걸어갔다. 백운대를 지나 2.9킬로 떨어진 낙영폭포까지 갔다. 가다가 혼자 등반을 온 듯한 아저씨가 있었는데 일정한 속도로 쭉 올라가셨다. 난 아저씨를 앞질렀다 내가 쉴 때는 아저씨가 날 앞질러가고.. 그렇게 아저씨와는 산에서 몇 번 마주쳤다.

낙영폭포부터 노인봉까지 2.3킬로 구간은 이 코스에서 가장 험한 구간이다. 계단으로 이어진 가파른길이 시작되었고, 올라가는 내내 쉬어가고 싶다는 유혹이 나에게 밀려왔다.

그래도..난 의지의 한국인이 아닌가? 뒤쳐지는 상걸이와 민구를 뒤로한 채 계속 올랐다. 한발짝 한발짝 오를 때 마다 나의 에너지가 산에 흡수되는 느낌이다. 에너지를 산에 빼길때마다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대신 에너지를 뺏기면 뺏길수록 위치 에너지를 얻지 않은가?^^(내가 이렇게 과학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니..)

얼마나 그렇게 헥헥 대면서 올라갔을까? 11시가 조금 넘자 노인봉 산장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젠 400미터.. 뒤따라온 민구와 함께 노인봉으로 올라갔다.

정상에 왔다는 기쁨은 잠시.. 정상에는 무슨 회사 워크샵이라고 해서 백명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주변을 차지하고 있었다. 노인봉 비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려고 했지만 비석 옆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비겨주지 않는다. 할 수 없지.. 그냥 뒤쳐진 상걸이가 올 때까지 바로 밑의 그늘에서 쉬기로 했다.

상걸이는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인지 올라오는 내내 숨을 헐떡이며 쉽게 오르지 못하고 있었다.

25분을 기다렸을까.. 뒤늦게 상걸이가 오고 우리는 함께 노인봉으로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노인봉에서 바라본 강릉과 산자락들이 장엄한 광경을 연출해내었다. 날씨만 좋으면 바다도 보인다는데 안타깝게 날이 흐려 잘 보이진 않았다. 흐린덕분에 덥지 않게 산을 오를 수 있었으니 그게 더 좋다.

노인봉에서 반대편인 진고개까지는 3.9킬로이고 크게 길이 험하지도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높은곳에 위치한 진고개 휴게소까지 차를 타고 와서 수월하게 노인봉을 올라간 후 소금강 방향으로 내려간다.

정보 부족으로 험한 코스로 올라간 우리는 힘들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한 보람을 얻을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은 그야말로 뛰어오듯이 내려왔다. 소금강 코스와 비교해보면 크게 뛰어난 경치는 아닌 것 같다. 1시간이 지난 오후 2시에 진고개 휴게소에 도착했다.

진고개 휴게소는 올 2월초 초등교사 신규연수를 받으러 강릉에 왔을 때 마음맞는 애들이랑(상걸이 포함) 연수를 땡땡이 치고 와본 곳이라서 눈에 익었다. 그때는 겨울에는 바람이 엄청 불어, 위로 뛰면 몸이 날라갈 정도였는데 이번엔 그리 바람이 세지 않았다. 휴게소에서 다시 뒤쳐진 상걸이를 기다리며 민구와 아이스크림 먹었는데 산행후의 달콤함이라서 그런지 꿀맛이었다.

상걸이가 도착하고 잠시 쉬었다가 진부로 향하는 봉고를 히치 했는데 안에 아주머니들께서 냉커피도 주시고, 옥수수도 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운전하시는 아저씨가 '어디에서 학교 다니니?'라고 묻자 갑자가 초등교사라고 대답하면 뻘쭘해 하실까봐 춘천에서 대학을 다닌다고 한다.

몇주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히치를 하는 거의 모든 분들이 나를 학생으로 보신다. 얼굴이 동안이라서 그런가? 난 분위기를 봐서 내가 선생님이라고 말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그냥 학생이라고 대답한다. 운전하시는 분이 나를 편하게 느끼게 하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춘천에서 학교를 다닌다고 하자 아줌나, 아저씨들은 '에구.. 그러게 왜 이리 공부를 못했노?'. '어머? 공부가 인생의 다인감?', '그래도 학생때는 공부를 혀야지..' 이야기의 대상인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들 토론을 하신다.^^ 에구.. 춘천에서 학교다닌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계시다니..

차에서 내릴 때쯤에 바로 옆에 앉은 분에게 교대를 다닌다고 살짝 이야기를 했다. 차마 현직 교사라는 이야기를 못하겠다.

진부에서 다다르자 아줌마, 아저씨들께 인사를 드리고 유명한 산채비빔밥집에 들어갔다. 연수땡땡이를 치고 와서 맛있게 먹은 그 집으로 갔다.

하루종일 산에 오르느라 배고픈 바람에 산채비빔밥은 맛있게 먹었지만 지난번보다 못했다. 값도 1000원이 오른 7000원.. 또한 지난번에는 추가 밥을 그냥 주셨는데 이번에는 1000원씩을 꼬박 받는다.

아마도 이집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고 나서 돈맛을 봤나 보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멀리를 내다보지 못하는 식당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부터는 가지 말아야겠다.

민구를 진부터미널에서 보내고, 상걸이와 난 다시 히치를 해서 영월까지 들어가기로 했다. 진부 빠져나올때까지 차가 세워주지 않아서, 우리는 민구가 가서 민구의 여행운을 쓸 수 없어서 이렇게 차가 안선다는 우스개 소리를 했다. 머.. 아직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많으니까, 안 서면 슬슬 걸어가며 히치를 하면 되지..

가까스로 한대를 세워 장평 11Km이전 지점에 내렸다. 다시 히치를 한번 더 해서, 원주, 영월로 갈라지는 삼거리까지 타고 왔다. 아주머니가 태우주셨는데 지도를 보니 거의 반을 왔다. 상걸이와 난 히치를 해서 50킬로 이상가면 대박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번 경우는 대박은 아니어도 중박은 되어서 그 기념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다시 오르막을 오르다가 제천 가는 티코를 잡았는데, 안타깝게 영월방면으로 안가고, 주천을 지나간다고 해서 우리는 다시 용봉 휴게소 앞에 내렸다. 내리자마자 얼른 히치를 했고 이번에는 평창, 영월 경계를 이루는 고개 직전까지 가는 공사차량이었다.

내려서 다시 히치를 했는데 이번에는 벤이 잡혔다. 그분은 고개 정상에서 잠시 아는 사람을 만나서 우리는 덕분에 30여분 정도를 그냥 차 안에서 기다리렸다. 영월에서 20킬로 지점..

아저씨가 돌아오셔서 다시 영월방면으로 향했다. 해남에서 오셨다고 했는데 저번 겨울 섬여행을 하면서 해남을 들렀던 이야기를 해주자 무척 반가워 하신다.

5시 반이 되어서야 영월에 도착하면서 이번 여행도 끝이 난다.

언제나 그렇듯 여행은 나에게 추억과 경험을 선사하고 보너스로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기쁨을 준다. 크게 준비없이 간 여행은 가끔 고생이라는 벽에 부딧치게 하기는 하지만 더욱 많은 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상걸이와 민구와 함께한 여행.. 몸은 비록 피곤하지만 마음의 피료를 싹 가신 상태에서 또 한주를 시작하게 해주었다.

다음에는 어떤 여행을 하지? 이미 난 아이들과 함께하는 주중을 지나..건너편 주말 여행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