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7일(화)
오늘은 골든서클을 둘러 본 후 남쪽으로 방향을 돌려 Skorgar나 vik에서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이다. 문제는 도로 상태이다. 도로 정보 사이트를 체크하면서 고민을 해 봤지만 결론은 직접 가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 일찍 출발해 진행하기로 했다.
오전 8시에 출발해 1번 메인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향했다. 어두운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차량들이 저마다의 일상을 시작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레이캬비크 시내에서 벗어날수록 차량의 숫자는 점점 줄어든다. 1번 메인도로에서 싱벨리어(Thingvellir))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 36번 도로에 들어섰다.
\ 도로는 눈으로 싸여 있는데 자동차가 달리기에 그리 미끄럽지는 않았다. 속도를 약간 줄이면서 동쪽으로 향하니 눈보라와 우박이 쏟아진다. 시야가 흐려졌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서 운전을 했다. 길옆에는 전복된 차량이 보였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 더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에 들어서자 인포메이션센터가 나타났는데 아직 출근 시간 전이라 아무도 없다. 이곳에 눈이 많이 쌓일 경우 그냥 패스하려고 했는데 자동차가 접근 할 수 있는 수준을 될 듯했다. 눈 쌓인 361번 도로를 조심스럽게 접근해 마을로 들어섰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은 아이슬란드 전체를 상징하는 야외 의회인 알싱(Althing)이 930년~1798년까지 계속해서 개최된 장소가 있는 국립공원이다. 매년 2주 남짓 동안 열리는 의회에서는 자유인 사이의 계약인 법을 검토하고 분쟁을 해결했다. 알싱은 아이슬란드 인들에게 깊은 역사적·상징적 연관관계가 있는데 싱벨리어 국립공원과 알싱 유적 자체를 포함하며, 잔디와 돌로 건축된 50개의 부스 유적과 주변 흔적들이 남아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법 집행이 이뤄져 처형장소로도 쓰였다고 한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얼마 되지 않는 역사 유적지중에 하나인 이곳은 192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였다. 2004년엔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마을에 주차를 하여 교회로 가려고 하는데 관리인이 차량으로 우리에게 접근해 우리가 주차한 곳은 차량이 들어서면 안 되는 곳이라고 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둘러 본 후 차량을 빼달라고 한다. 일단 차량을 주차장으로 뺀 후 유적지를 둘러보았다.
마을에서 언덕으로 올라가니 마침 일출 시간이라 주변의 하얀 배경과 함께 아름다운 풍광이 빛을 내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언덕의 절벽 사이에는 넓은 공간이 언덕 정상까지 이어져 있는데 이곳이 세계 최초의 의회가 열렸던 곳이라고 한다.
전망대에 올라가니 주차장이 보이고 투어를 온 관광객들이 속속 내리고 있다. 여기에 주차를 하면 되었구나.. 아무 것도 모르면서 다른 관광객보다 일찍와서 설레발 만 친 셈이다. 다음 행선지는 아이슬란드의 상징인 게이시르(Geysir)이다. 게이시르로 가는 길에 365번 도로는 어제 통행이 어렵다고 표시가 되어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많은 차량들이 눈길을 다져 놓은 덕분에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도중에 휴게소에 들려 샌드위치와 바나나, 커피한잔으로 점심거리를 마련했다. 아이슬란드는 소액이라도 신용카드가 통용되기 때문에 현금이 필요치 않다. 시골의 휴게소도 당연하듯이 신용카드로 결재를 한다. 식사를 하고 게이시르로 향했다. 이곳 풍경은 나무가 없는 지형에 눈이 쌓여 흡사 사막과 같은 풍경이다. 2010년에 나미비아 사막을 여행했을 때와 비슷한 환경으로 단지 색깔이 흙색에서 흰색으로 변했을 뿐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게이시르로 도착했다. 이곳은 수도 레이캬비크의 동쪽 약 80km에 있으며 간헐천을 뜻하는 영어 가이저(geyser)의 어원이 되었다. 게이시르는 1294년에 처음 발견되었는데 헤클라 화산의 대폭발 중 발생한 지진이 이 지역을 강타한 직후였다. 지진 활동으로 새로운 온천이 많이 생겼던 것이다. 1647년 당시 두 개의 간헐천 중 더 큰 간헐천에 '쏟아져 나오는 것'이라는 의미로 '게이시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이름은 이후 간헐천을 의미하는 보통명사로 쓰이게 되었다. 이곳에서 가면 5~10분 간격으로 뜨거운 물이 5~30m 높이로 솟구치고 하얀 김이 거칠게 피어오르는 진풍경을 만났다. 관광객들은 언제 솟구칠지 모르는 물기둥을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를 켜 놓고 대기하고 있으며 간헐천이 펑(?) 터지면 연신 셔텨를 눌러대고 사진을 찍는다. 다섯 번 솟구치는 물기둥을 보고 주변의 온천지대를 둘러 본 후 10분 거리의 굴포스로 출발했다.
‘황금폭포’라는 의미의 ‘굴포스 Gullfoss’에 도착했다. 겨울의 굴포스는 얼음과 폭포가 함께 장엄함을 꾸미고 있는 모습이다. 폭포는 처음에 폭넓게 굽어지면서 3단의 계단형으로 쏟아져 내리다가 갑자기 좁게 갈라진 32m 깊이의 협곡으로 직하한다. 직하할 때는 높이 11m와 21m의 2단으로 나누어진다. 협곡은 너비가 20m 정도이며 2.5km까지 이어지는데, 협곡 벽이 강 표면과 정확히 직각을 이룰 정도로 가파르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20세기 중반에 외국 투자자들이 임대하여 수력발전에 이용하려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지금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현대의 관점에서 볼 때 참 다행이다.
싱벨리어, 게이시르, 굴포스 이렇게 골든서클을 관람하고 나니 오후 1시.. 남쪽으로 130Km 떨어진 스코가르(Skogar)로 향했다. 골든서클 투어는 대부분이 레이캬비크로 돌아가기 때문에 남쪽으로의 길은 차량이 거의 없는 곳을 달려야 했다. 길 상태는 괜찮은 편으로 드넓은 평원을 나홀로 달려야 했다. 아무도 없는 장엄한 대자연에 홀로 달리는 낭만적인(?) 분위기이다.
14:07 지방도로를 벗어나 메인도로인 1번 링로드에 다다랐다. 1번 링로드는 아이슬란드를 전체적으로 한바퀴 이어주는 도로로 1300Km에 이른다. 워낙 험난한 지형을 통과해 197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완성이 되었다. 대부분의 여행객은 링로드를 중심으로 아이슬란드를 여행한다. 링로드에 들어서 속도를 내가 시작해 15:08에 스코가르에 도착했다. 아침의 계획은 이곳에서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 하는 것인데 아직 해가 떠 있어 30Km떨어진 Vik에서 여장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스코가르의 볼거리는 Skogarfoss이다. foss는 이곳말로 폭포라는 뜻으로 아이슬란드는 국토 전체가 화산 지형에 빙하가 산재해 있기 때문에 볼만한 폭포들이 많다.
Skogarfoss에 도착해서 전망대에 올라갔다. 20분 정도를 올라갔는데 계단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눈이 얼어 미끄러운 편이라 조심해야 했다.
전망대에 올라가니 거대한 폭포가 굉음을 내며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고 주변에 스코가르 마을과 주변 지형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폭포쪽으로 접근하는데 물보라 때문에 옷이 흠뻑 젖었다. 더 이상 가까이 가기는 어려워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만족했다. 이제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아 서둘러 이동했다.
15:38 스코가르를 출발해 Vik 부근의 디르홀레이(Dyrholaey)를 들르기로 했다. 오후 4시에 가까워지자 해안쪽에서 바람이 세게 불면서 눈보라 블리자드가 일기 시작한다. 앞이 보이지 않지만 어제 경험한대로 천천히 속력을 내며 운전을 했다. Vik에서 10Km 정도를 남겨놓고 1번 링로드에서 218번 도로를 따라 해안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더욱 거세져 차량이 휘청거릴 정도이다.
Dyrholaey는 남쪽의 땅끝 지역에 있으며 아름다운 주상절리지형으로 유명한 곳이다. 검은 모래해변을 걸어가다 보면 코끼리 바위로 유명한 곳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오니 세찬 바람이 우리를 막는다. 워낙 바람이 거세기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이다.
전망대에서 바다를 보는데 풍경은 아름다운 것 같지만 바람 때문에 몸을 가누기도 힘들고, 코끼리 바위는 보일 듯 말듯하다.
얼른 사진만 찍고 차에 돌아오니 차 안은 바람이 없어서 그런지 아늑한 느낌이다. 이곳까지 왔는데 코끼리 바위를 제대로 못보고 가기가 아쉬웠다. 지도를 보니 코끼리 바위를 기준으로 이곳 주차장반대편에도 전망대가 있는데 코끼리 바위에서 훨씬 가깝다.
218번 도로를 잠시 달려 표지판으로 표시된 비포장도로로 들어서 언덕을 오르면 갈 수 있다. 작은 폴로 차량으로 무리일 것 같지만 속도를 낮추면서 기어 조절만 잘 하면 된다.
반대편 전망대 역시 블리자드가 세차게 불지만 그래도 코끼리 바위를 제대로 볼 수 있다. 바위는 코끼리 얼굴과 코 형상으로 보인다. 작은 등대도 인상적이지만 바람 때문에 다시 아늑한 차로 돌아왔다.
Vik에서 가까운 Reynisdrangur도 들리려고 했지만 날도 어두워지고 블리자드도(심한 눈보라) 심해져서 오늘은 숙소로 가기로 했다. Vik Youth Hostel은 마을과는 떨어진 언덕에 위치해 있다. 숙소에 들어서 도미토리를 알아보니 1인당 4100Kr(약34,600원)이다. 2인실은 훨씬 비싸 오늘은 도미토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미리 예약을 했으면 좋은 숙소를 예약 할 수 있었겠지만 오늘의 일정이 예측이 안 되어 할 수 없이 이곳을 이용했다. 우리는 서양 여성한명과 도미토리를 쓰게 되었는데 둘이 있을 때와 비교하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미옥아 미안~
오늘 아침 일찍 출발해서 어둠이 짙어 질 때까지 350km 정도를 달리면서 많은 곳을 둘러보고 달려왔다. 피곤한 하루이기는 했지만 그만큼 많은 경험을 한 하루였다. 숙소 밖의 바람은 그칠 줄 모르고 거세게 불고 있고 눈보라가 날리고 있지만 따뜻한 숙소의 식당에서 맥주 한 캔을 까며 아늑함을 즐기며 하루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