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일(수)
새벽에 잠이 깨어 미옥이와 함께 숙소 밖을 나가봤다. 눈보라는 멈춰있었고 하늘은 구름이 보이기는 했지만 별이 보이는 맑은 날씨이다. 하늘을 바라보니 오로라는 보이지 않는다.
숙소 로비에서 잠깐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있는데 일찍 깬 서양여행자들이 들락날락 거린다. 오로라에 대해 물어보니 지금 약하게 보인다고 한다.
함께 나가봐 하늘을 보니 옅은 초록색이 보이기는 하는데 오로라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미옥이가 하늘을 향해 셔텨를 누르니 사진은 확실한 오로라의 모습이 나타났다. 신혼여행을 하면서 면세점에서 카메라를 구입했는데 야간 풍경에 강하다고는 느꼈는데 맨눈에 잘 안 보이는 오로라를 집어낼 정도인줄은 몰랐다. 삼각대에 DSLR 카메라를 설치한 서양 친구들도 놀란 표정이다. 일단 어정쩡한 오로라를 보고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식사는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과 즉석밥으로 해치우고 9:30에 어제 미룬 Reynisdrangur로 갔다. 날씨는 흐리기는 하지만 어제 블리자드에 가려졌던 풍경들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 Vik는 바다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마을이구나..
레이니스드란가르(Reynisdrangur)에 도착하니 거대한 절벽이 우리를 압도하고 뾰족뾰족한 바위들이 보인다. 이 주상절리 바위에는 서양 여행자 두 명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에게 우리 둘의 사진을 부탁하니 흔쾌히 찍어준다. 주상절리 뒤로는 검은 모래 해변이 이어져 있으며 해안 끝에는 탑처럼 치솟은 바위가 매서운 파도와 바람을 견디고 서 있다. 날씨 탓인지 거대한 파도가 계속해서 일렁이고 있다.
Reynisdrangur를 돌아보고 Vik 돌아와 마을을 둘러보았다. 아이슬란드 최남단의 한적한 마을로 인구는 300명 정도이다.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의 배경이 된 마을로 검은 모래 해변이 유명한 곳이다. 마을 교회에 올라가니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안과 주변이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전경이다. Vik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늘의 목적지 Hofn을 향해 출발했다.
어제는 온 세상이 눈 덮인 장엄한 풍경들이 이어졌다면 오늘은 해안을 따라 이어진 산과 절벽이 운전을 하면서 연신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아이슬란드 도로를 달리다보면 쉼터가 표시가 보인다. 이곳은 차를 주차하고 잠시 쉴 수 있는 곳으로 쉼터를 지날 때면 풍경을 잘 관찰해야 한다. 쉼터는 주로 주변 풍경이 뛰어난 곳에 설치를 하기에 정부가 보증하는 좋은 경치가 있는 곳 이해했다. 동쪽으로 갈수록 그 빈도가 늘어난다. 첫 빙하가 보이는 곳도 쉼터에서 이뤄졌다.
바트나요쿨 국립공원은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규모의 빙하이다. 2008년 지구온난화로 인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는 빙하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스카프타펠(Skataafell)은 빙하트레킹으로 유명한데 오늘은 비가 많이 와 개점휴업이다. 대신 도로에서 2Km를 들어가면 빙하 입구까지 갈 수 있다.
빙하 입구에 도착하자 장엄한 빙하가 보인다. 비바람이 세기는 하지만 빙하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잠시 내렸다. 빙하와 빙하가 녹은 작은 호수가 궂은 날씨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조화를 이루고 있다.
빙하 쪽으로 이동을 하려고 하니 입구는 오늘 입장은 금지라는 푯말과 함께 막아놓았다. 비가 많이 온 탓도 있지만 가이드 없이 빙하트레킹을 하는 것은 금지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차에 돌아오니 비바람에 바지가 흠뻑 젖었다. 그래도 덕분에 좋은 경치를 감상했으니^^
스카프타펠에서 주유를 하고 다음 목적지는 빙하 호수로 유명한 요쿨살론(Joklsarlon)으로 이동했다. 주유를 할 때 기름이 1/4 남아 있어 망설이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저녁에 도착한 호픈(Hofn)까지 주유소가 보이지 않았기에 잘한 선택이었다. 아이슬란드는 마을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항상 주유를 넉넉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요쿨살론(Joklsarlon)은 배트맨 비긴즈와 007영화를 찍은 장소로도 유명한 곳으로 바트나요쿨 빙하호수에 다다랐다. 도착 전 쉼터에서 내려 빙하호수를 둘러보았는데 잠깐 호수로 내려가 빙하를 채취해 맛보았다. 시원한 얼음 맛?^^
이곳은 호수에 빙하 조각이 떠 있어 바다로 이어지는 곳이다. 1930년대 이전만 해도 호수는 존재하지 않고 빙하에서 바다로 곧장 이어졌는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호수가 형성이 되고 빙하는 점점 후퇴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알리는 자연물이긴 하지만 관광객 입장에서는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곳은 여름에는 수륙양용보트를 타고 호수를 둘러보고 떠다니는 빙하에 오를 수 있다는 데 겨울에는 보트는 개점휴업이다.
호수 주변을 둘러보고 바닷가 쪽으로 다시 이동했다. 호수를 떠다니던 빙하 조각이 호수와 이어진 좁은 통로를 통해 바다와 합쳐지는 모습이다. 해변에는 바다와 합류하자마자 팽(?) 당한 빙하 조각들이 널려있다. 오랜 시간 바다와 떨어져 지낸 빙하의 귀환을 바다로서는 쉽게 허락하지 않는가 보다. 뭐 자연스럽게 녹아서 다시 바다로 흘러가겠지.
요쿨살론 이후에 빙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쭉 이동을 해서 해질녘이 되자 호픈(Hofn)에 도착했다. 숙소는 Booking.com을 통해 Nybaer Guesthouse를 59.5유로에 잡아놨었다. 평점대비 저렴한 숙소이다.
아이슬란드는 금융위기 이후 여행 물가가 다소 저렴해졌기는 했지만 그래도 배낭 여행자에게는 비싼 편이다. 도미토리는 3500Kr(3만원 정도)이상이고 더블룸은 50유로(약 63,000원) 밑으로는 없다고 보면 된다. 50유로에서 70유로 사이의 숙소가 이곳에서는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다. 이마저도 겨울 가격이기 때문에 여름 여행에서의 숙박비는 더 올라갈 것이다. 대신 여름에는 캠핑장이 잘 되어 있어 텐트를 치고 지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아이슬란드가 비싸다고 하지만 렌터카를 몰고 다니며 식료품과 휘발유(2월 1700원대)는 우리보다 약간 비싼 정도에 숙박만 어느 정도 해결이 되면 여행을 할 만하다. 여행 중 물을 많이 소비하는데 아이슬란드의 수돗물은 빙하수나 온천수이기 때문에 미네랄워터를 살 필요가 전혀 없다. 또한 대부분의 관광지는 무료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곳 여행이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다.
대신 렌터카를 하지 않으면 여행비용은 확 올라간다. 버스 이동만 하더라도 이곳 호픈에서 레이캬비크까지 10150Kr(85,000원)이며 들고 다닐 수 있는 짐에도 한계가 있어 미리 식료품을 구입하기가 힘들어 식당을 이용해야 되어 여행비용의 지출은 더 많아진다. 버스는 그나마도 여름에만 운행하는 구간이 많기 때문에 여러모로 렌터카 여행이 편한 곳이다.
호픈은 인구 1640명의 비교적 대도시(?) 이며 남동쪽의 메인도시이기도 하다. 마켓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고 마을을 둘러보았다. 마을은 해안의 복잡한 지형으로 인해 천연방파제가 형성되어 있어 배들이 정박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전망대에서는 항구 마을과 바다와 저 멀리 설산들이 평화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항구에는 랍스타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가 있다. 가격은 1,500Kr(13,000원)로 꽤 맛있기 때문에 이곳에 들르는 분들은 한번쯤 드셔보시길.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준비하려는데 부엌이 없다. 한국에서 가져 온 식량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자면서 혹시나 오로라를 볼 수 있을까 자는 중간 중간에 깨어 차를 몰고 마을 외곽으로 가 하늘을 관찰 했지만 오늘은 오로라가 그 자태를 드러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