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4의 뒤죽박죽 몽골 여행기 2 저 푸른 초원위에 몽골 기마병이 되어(테렐지 7.24) 7월 24일(월) 어제 남은 삼겹살을 고추장과 양념을 버무려 새콤한 불고기로 해먹고 밥과 김을 넣어 볶음밥으로 만들려는 순간 김사장님이 오셔서 테렐지로 갈 시간이 다 되었다고 하신다. 우리 4명과 일본인 1명, 프랑스 1명, 스위스 2명, 캐나다 1명 총 9명의 여행단이 구성이 되었다. 처음 만난사이지만 모두들 여행자의 입장이다 보니 금새 친해졌다. 테를지는 몽골을 여행하는 이들은 거의 모두가 찾는 명소로서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1시간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몽골제국이 초원으로 쫓겨난 이후 초원에서는 다시 세력 다툼이 치열했는데 이때 갈단이라는 인물이 나타나 최후의 기마제국을 세우고 옛 몽골 제국을 복원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이에 위협을 느낀 청나라 강희제는 직접 군사를 이끌고 몽골로 향하고 최후의 유목제국과 또 다른 유목제국인 청나라 사이에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이곳 테를지에서 펼쳐진다.(1696년) 결국 갈단은 청나라 서군에게 패하게 되고 1924년 독립을 할때까지 쭉 중국의 지배를 받게 된다. 테를지에 도착하니 아름다운 초원과 기암 괴석들이 서 있고, 사람들이 사는 게르를 중심으로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과 양이 보인다. 몽골 초원의 정취를 볼 수 있는 평화로운 곳이다. 또한 이곳에서 곧 ‘칭기스칸’ 영화 촬영이 있어서 그런지 영화 세트 제작이 한창이었다. 우리가 묵을 게르에 도착을 하니 곧장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몽골은 7~8월에 일년 강우량의 70%가 내린다. 일단 게르안에서 여행자들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특히 일본인 이시다씨는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한국어도 곧잘 한다. 형준이와 재용이가 차에서 혹시 자신들의 말을 알아들었을까봐 걱정한다.(어떤 이야기를 했지?) 여행을 다닐수록 한국어를 들을 줄 아는 외국인을 점점 더 많이 접하게 된다. 한류열풍의 영향도 있지만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하면서 여행을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외국인을 앞에 두고 한국말로 험담을 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우리의 국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말도 되지만 우리끼리 외국인의 험담을 할 수 있는 특권이 없어진 아주 조그만 아쉬움도 있다. 오후 2시에 점심 식사를 했다. 소고기와 밥에 약간의 야채들.. 이곳 전통음식인가? 먹을 만 했다. 몽골은 소고기가 돼지고기보다 저렴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몽골 초원에서 소를 키우는것이 돼지를 키우는것보다는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 소고기는 질기다. 영하 40도의 추위를 이겨낸 억센 풀을 뜯어먹어야했고 그마져도 풍족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소가 억세게 컸을 것이다. 사육장에서 편하게 길러진 소보다 야생에서 억세게 살아가는 이곳 소가 근육도 더 많이 쓰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고기가 질긴 듯하다. 아마 몽골 민족도 그런 것이 아닐까? 억세게 자라고 야성적이기 때문에 세계를 주무르는 대제국이 되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유목민들이 중국을 지배한 예가 많은 이유일 것이다. 게르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주변 풍경도 감상했다. 특히 이곳에는 야생화들이 많이 피어있는데 말로만 듣던 에델바이스가 이곳에는 널려있다. 오후 6시에 저녁 식사를 했다. 잡채랑 비슷한 음식이 나왔는데 이곳 전통음식인 것 같다. 맛있기는 하지만 양이 적어서 좀 불만스럽기는 하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말타기이다. 오늘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스위스인 여인은 내일 아침에 타자고 하고 프랑스 여인은 오늘 타야 말한다. 나머지 남자 7명은 대세에 따르는 입장.. 두 여인의 신경전은 의외로 팽팽했다. 단체 관광이기 때문에 둘로 나눠서 가는 건 무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형준이가 아이디어를 내서 ‘피카소의 동전’이 어떤지 물어본다. 모두들 동의를 했다. 얼굴면이 나오면 오늘 타고 숫자면이 나오면 내일 타는데 결국 얼굴면이 나왔다. 드디어 말을 탔다. 몽골 가이드의 눈치를 보며 말을 조정하는 법을 대충은 알 수 있다. ‘츗 츗’ 라고 명령을 내리면 말은 속도를 내기 시작하고 ‘퉁퉁’이라고 말하면 달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긴장하면서 걸었지만 이내 적응을 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달리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지만 말안장 가운데 철사 고리가 있음으로 고리를 잡으면 떨어질 염려는 없었다. 스릴이 넘쳤다. 특히 내가 탄 말이 워낙 달리기를 좋아해 조금만 빨리 가라는 명령만 내려도 냅다 달린다. 아무리 멈추라는 신호를 줘도 멈추지 않아서 우리나라씩으로 ‘워워’하면서 고삐를 당겼다. 고삐를 옆으로 당기니 의외로 잘 멈춘다. 계속 달리다보니 일행과 너무 떨어질 때가 있다. 그럴때면 말 등을 쓰다듬으면 말은 바로 아래 풀을 뜯는다. 말타는게 어렵지 않구나.. 앞으로 여행을 하면서 자주 말을 타야겠다. 청바지를 입은 상태에서 초원을 질주하는 나의 모습이 카우보이 같았다. 아니 초원을 호령한 몽골 기마병이 되었다. 2시간 정도 말을 타니 달리고 멈추는 것은 물론 상걸이나 재용이가 탄 말 바로 옆으로 가서 대화하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환상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주인아저씨가 우리가 부탁한 아이락(마유주)를 사러 간다고 하자 나도 동행하겠다고 했다. 자동차 안에서 아저씨는 한국노래라고 하면서 음악을 트는데 ‘새벽종이 울렸네~’가 흐른다. 한 게르에서 마유주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말젖을 통에 담고 1000번 저어야지 마유주가 된다고 한다. 나도 한번 마유주를 만드는 통을 저어보았다. 오후 9시가 지나자 이곳에도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여행자들은 마유주를 들이키며 담소를 나눈다. 21살의 프랑스 여대생 발렌틴, 캐나다인 알런은 10년동안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짬날때마다 여행을 떠난다. 스위스여인 안드레아는 큰병에 걸렸었는데 자연치유를 하고 나서 영혼이라는 것을 믿게 되어 쭉 여행에 나섰다고 한다. 또다른 스위스인 파비앵은 수의사인데 순록을 치료하는 일을 한다. 일본인 이시다상은 일본 롯데에서 일하며 외국어를 공부하는것이 취미라고 한다. 우리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 귀신이야기를 하며 오순도순 밤을 보냈다. 말을 타고 마유주를 마시며 게르에서 자니 옛 몽골 병사가 된 느낌이다. 모두들 바깥에 나오니 하늘의 별이 쏟아질듯 하다. 내가 붉은색 화성을 가르키니 모두들 신기한 듯 하늘을 쳐다본다. 여행의 목적, 국적은 다르지만 지금 이순간은 같은 별을 바라보고 있는 순수한 여행자가 된 것이다. |
기암 괴석에 둘러 쌓인 테렐지 |
낙타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
비교적 입맛에 맞는 식사 |
바위산에서 한껏 포즈 |
언덕 위에서 바라 본 게르캠프 |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구름 |
한량한 분위기의 초원 |
영화 제작을 앞둔 듯 세트 제작을 하고 있다. |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델바이스 |
아름다운 테렐지 |
저녁식사.. 당면을 이용해서 만들었지만 양이 부족하다. |
말을 탄 나의 늠늠한 모습 |
손흔드는 상걸이..(옆의 프랑스 여인과 잘 어울린다.^^) |
구름이 짙게 깔려있다. |
자세가 제대로 나오는 재용이 |
말 위에서 특이 포즈 |
상걸이는 아무리 봐도 당나귀를 타는 포즈 |
오늘 하루도 지나간다. |
마유주를 담그는 아저씨 무려 1000번을 저어야 한다. |
나도 한번 거들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