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4의 뒤죽박죽 몽골 여행기 6 황량한 사막도시 (Dalanzadgad 7.28) 7월 28일(금) 어제 잔 게르가 사방이 트인 곳이라 그런지 자는데 무척 추웠다. 여름이라고 하지만 침낭을 준비 했었으면 요긴하게 썼을 것인데 아쉽다. 아침식사는 몽골식 팬케익이 나왔다. 팬케익이라고 하지만 아무런 양념이 되어 있지 않아 무척 싱거웠다. 어제 남은 수제비를 곁들여서 먹으니 간이 맞는다. 나라(에케메 부인)는 우리를 위해 수태차를 끓여준다. 수태차는 보통차에 우유를 넣어서 만드는데 조금 짭짜름한 맛이 난다. 고원지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염분과 비타민을 보충해준다. 특히 이곳 사람들은 육식이 주식이기 때문에 수태차는 비타민을 얻는 중요한 식습관이다. 짐을 다 꾸리고 오전 10시에 출발했다. 평평한 사막이 끝없이 이어져있다. 이른시간이가는 하지만 햇볕은 따갑다. 어제와 달리 가축들과 낙타들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극한의 사막은 어느정도 벗어난것 같다. 오전 11시 Tsogt Ovoo에 도착했다. 도시라기보다는 울란바토르에서 출발한 화물차들이 잠시 쉬어가는 기능이외에는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 황량한 마을이다. 전봇대가 몇십킬로미터 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Tsogt Ovoo를 벗어나 남쪽으로 향하는데 에케메가 차를 멈추더니 다른 운전자에게 도로사정을 물어본다. 몽골의 대부분 도로는 국가에서 계획해서 건설했기 보다는 많은 차량이 지나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다. 사실 도로랄 것도 없고 그냥 방향에 맞춰 평평한 초원을 그대로 달리기만 해도 목적지 도착이 가능하다. 7~8월은 고비사막의 우기이다. 얼마 전 이곳에 비가 많이 내렸는지 땅이 질퍽질퍽하다. 때문에 자동차가 다니던 도로는 통과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결국 40Km정도 우회를 해서 가야 하는데 그럼 새로운 도로를 개척을 해야 하나? 몇몇 차들이 길을 내어 희미한 도로가 형성되어 있다. 우회를 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사막이 질퍽했기 때문에 잘못 들어서면 차가 빠지는 경우가 걱정이 되었다. 경험이 많은 에케메는 진창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목적지로 잘 향했다. 이럴 때 경험 많은 운전자가 필요하구나.. 그런데 길을 가다가 양털을 담은 포대가 떨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대형트럭이 지나가다가 떨어트린 것 같다. 에케메는 양털을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는데 형준이가 ‘머니~ 머니~’라고 말하며 주워가자고 한다.(오후 1시) 우리는 단숨에 내려 포대를 차위로 실었다. 길 없는 이 초원에 트럭이 다시 돌아와 양털을 찾을 것 같지 않고 혹시 찾으러 오면 우리가 돌려주면 되는 것이다. 롤플레잉 게임을 하면서 좋은 아이템을 발견한 기분이다. 모험을 하는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고나 할까. 이곳에서 곧바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형준이가 해주는 식사시간은 우리가 여행을 하면서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이다.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물이 거의 다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물을 최대한 아껴가며 썼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미네랄워터를 밥 짓고 김치찌개를 만드는데 써야 했다. 지금 한국에서는 물이 많아 난리인데.. 오늘의 특선은 꽁치김치찌개이다. 울란바토르에서 산 꽁치 통조림 2개와 김치가 주재료가 되어 김치찌개를 만들었다. 밥과 김치찌개를 우리 4명과 에케메가족 3명, 프랑스팀 자동차 운전자도 먹을 수 있게 넉넉하게 했다. 사막 한가운데서 먹는 김치찌개 맛은 정말 일품이다. 물이 없어 설거지는 하지 못하고 화장지로 걷어냈다. 남쪽으로 쭉 향하다가 죽은 말이 있어 잠시 멈췄다. (오후 3시 15분) 말은 죽은지가 꽤 되었는지 가죽과 뼈가 이리저리 흩어져있다. 워낙 덥고 물이 없는 지역이라 사막에 적응하는 동물도 견디기 힘든 모양이다. 끝없는 사막을 가로 지르니 저 멀리 산맥이 보이고 밑에는 마을이 보인다. 마을은 바로 앞일 줄 알았는데 보이는 것과는 달리 15킬로 정도를 더 달려서야 Dalanzadgad(다란자자드)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오후 4시) 다란자자드는 Omnogov의 수도로 인구가 15,300명이다. Omnogov는 165,000제곱킬로미터로 한반도 보다 큰 지역에 46,700명이 살고 있는 세계적인 인구 희소지역이다. 1제곱킬로미터당 0.3명이 살고 있다. Omnogov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다란자자드에 살고 있다. 하지만 여기저기 무너져가는 건물이 보이는 죽어가는 도시라는 느낌이 든다. 이곳에는 슈퍼마켓도 있는데 놀랍게도 한국 제품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처음 울란바토르를 떠나면서 다시는 한국 식품을 사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 쉽게 살 수 있었다. 오히려 바로 이웃나라인 중국 제품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몽골사람들은 중국의 오랜 지배 탓인지 중국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 슈퍼에 오니 그것이 실감났다. 여기저기 한국 상품 포스터가 붙어있다. 한 가지 몽골과 중국의 차이를 들자면 몽골 초원에는 쓰레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중국과 같은 경우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쓰레기를 버려 여행자로 하여금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데 몽골인들은 자연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의식이 있어 자연을 소중하게 느낀다. 에케메도 여행을 하면서 음식 쓰레기 이외에는 절대 밖으로 버리지 않고 차 안에 비치된 쓰레기 봉지에 버린다. 슈퍼에서 중간 보급을 하고 바로 인터넷 카페에 가서 1시간 정도 인터넷을 이용했다. 속도는 느리지만 컴퓨터 한대로 4명의 사나이가 돌아가면서 메일만 보냈다.(1시간에 430투그릭) 다란자자드 시내에는 샤워시설이 있는데 800투그릭을 내야 이용을 할 수 있다. 모두들 귀찮은지 샤워는 생략하자고 한다. 벌써 똑같은 옷을 입은지 7일째.. 도시라고는 하지만 주민들 대부분은 게르에 산다. 우리의 숙소도 게르(4000투그릭) 오후 늦게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게르에서 촛불을 켜 놓았다. 밤늦게 에케메가 보드카 한병을 가지고 우리 게르에 들어온다. 아까 주운 양털 포대를 팔아서(1킬로에 1000투그릭) 그중에 반인 2만 투그릭을 보드카를 사서 우리에게 준 것이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리 있는 에케메가 고맙기만 하다. 4명의 사나이가 보드카 한잔을 걸치며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했다. 게르 안에서 촛불을 켜놓으니 진솔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럴 때 사나이의 우정을 느낄 수 있다. 밖으로 나오니 어제보다 별이 더 밝다. 도시 전체가 정전이고 아까 비가 왔기 때문에 별빛이 어제보다 더 밝아 보인다. 저 우주에서 우리의 존재는 얼마나 될까? 우주 전체로 봤을 때 우리의 존재는 먼지 하나만큼도 안 되겠지만 나 스스로 후회 없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유난히 밝은 별을 보며 생각했다. 총 이동거리 - 200Km |
몽골 전통의 수태차 |
부서진 자전거로 장난치는 아이.. 여기에는 별로 놀거리가 없다. |
아이와 상걸이.. 상걸이가 애아빠 같다.(어쩌다 이리 늙었누..) |
사막을 배경으로 반항적인 나의 모습 |
여행을 떠나는 핀란드인 커플.. 표정이 박력있다. |
아이들과 함께 |
차를 보자 달아나는 양과 염소 |
간혹 고여있는 물이 보인다. 이곳에는 어김없이 가축이 물을 마시러 모여든다. |
사막의 작은 마을 Tsogt Ovoo |
일직선으로 이어진 전봇대 |
비가 내려서 그런지 도로상태가 안 좋다. |
차 위에 길에서 주은 양털꾸러미를 올려 놓았다. |
오늘 점심은 그동안 아껴둔 꽁치통조림 부대찌개 |
도중에 발견한 말 가죽과 뼈 |
죽은 말은 야생 동물이 먹은 듯 흩어져있다. |
사막을 달리는 차 |
다란자자드의 슈퍼 |
사막 오지에도 한국 제품이 꽤 진열되어 있다. |
한산한 다란자자드 |
이곳에서 물 보급을..(약간의 돈을 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