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월)
오늘은 정말로 다이빙을 시작하는 날이다. 오후 1시에 영선생님의 수업이 시작되었는데 복잡할 줄 알았던 스쿠버 장비가 의외로 간단하고 쉽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시간 정도 이론 수업 뒤에는 얕은 바다에 나가 테크닉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바다로 나가기 전 슈트를 입은 나의 모습을 살짝 거울로 봤는데 전문 다이버 못지않은 모습이다.
오호~ 폼 나는데.
세븐헤븐 숙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Light house(등대)첫 다이빙을 하였다.
드디어 바다에 들어간 것이다. 바다 속의 물고기들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고 호흡기에 의지하며 테크닉을 익혔다.
TV에서 보며 동경을 했던 장면을 내가 직접 하다니..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또 하나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귀가 아프다. 바로 압착이라는 것인데 물속의 압력과 몸속의 압력이 맞지 않아서 귀의 고막과 부비둥에서 통증이 생긴다. 이때는 손으로 코를 막고 숨을 불어 넣어주면 ‘핑’ 소리가 나면서 압력이 맞게 된다.
처음이라 그런지 오른쪽 귀는 잘 되는데 왼쪽귀가 잘 안 돼서 아프다.
영선생님에게 신호를 보내니 잠깐 상승을 시킨다. 상승을 하니 수월해진다.
마스크에 물이 찼을 때, 마스크가 벗겨졌을 때, 공기탱크가 비었을 때 등 학습 내용은 비상시에 대비하는 훈련이 쭉 이어졌다. 생각보다 쉬웠고 금방 따라했다.
영선생님도 빨리 학습하는 모습이 대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저녁에는 다합의 자유스러운 야경을 감상하며 맥주한잔을 했다. 이건 매일 술이네.. 그래도 멤버가 매일 변하기 때문에 지겹지는 않다.
보드카를 사들고 어제 갔던 비치 식당에 가서 죽치고 앉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사카라 식당은 우리의 아지트가 된 느낌이다.
여행기상으로는 적은 내용이 적지만 사실 대단한 경험을 한 날이다. 내 생애 첫 다이빙이 이뤄진 날이기 때문이다.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8월 7일(화)
어제 늦게까지 여행자들과 어울려서 그런지 오전에 속이 좋지 않았다. 우리보다 앞선 팀이 오늘 3번의 다이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 수업은 오후 4시에 시작한다. 속이 안 좋은 우리로서는 다행이지만 영선생님은 우리에게 미안해하며 내일부터는 신경을 많이 써주겠다고 말씀하신다.
한빛과 함께 해변의 식당으로 가서 아침을 먹었다. 너울거리는 파도에 서핑 하는 사람과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이고 저 멀리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인다.
오후 4시가 어제 다이빙을 했던 얼마 떨어지지 않은 Light house(등대)에서 훈련을 하였다.
오늘 수업 내용은 이제 물에는 익숙해져 큰 어려움은 없었다. 물속에서 웨이트 벨트 풀기, BCD 벗었다 입기, 잠수 중 비상시 물 밖으로 나오는 훈련 등이 이어졌다.
다이빙을 하면서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감압병이다. 공기는 물이 깊어질수록 부피가 줄어든다.
예를 들면 40이었던 공기가 10m에서는 20으로 줄어들고, 20m에서는 10으로 줄고, 30m에서는 5로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숨 쉬는 양은 같기 때문에 깊은 곳에 들어갈수록 많은 양의 공기를 소모한다. 공기가 소모 되는 것은 잠수를 하며 공기 수치를 체크하면서 가면 문제가 없지만 위험한 것은 바로 갑작스럽게 물에 떠오르는 것이다.
수심 20m에서 갑작스럽게 물위로 떠오르면 10이었던 공기가 40으로 팽창하게 된다. 즉 몸속에 녹아 있던 공기가 갑작스럽게 4배나 커지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때 숨을 쉬지 않으면 폐가 과도하게 팽창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부력 조절이다. 부력은 자켓처럼 입고 있는 BCD를 통해 이뤄지는데 몸이 가라앉으면 버튼을 눌러 공기를 넣어주고, 몸이 뜨면 공기를 빼줘야 한다. 즉 BCD는 물속의 엘리베이터와 같은 것이다.
BCD를 통해 부력 조절만 잘 할 수 있으면 다이빙이 가능한 것이다.
평소에 다이빙은 위험할거라 생각했지만 정해진 잠수 규칙만 잘 지키면 다이빙처럼 안전한 스포츠는 없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배우는 것은 모두 비상시에 있는 일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얕은 물속에서의 훈련은 끝났다. 내일부터는 깊은 물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일정이 문제다. 12일 새벽 비행기니까 8일, 9일, 10일, 3일밖에 남지 않았다. 영선생님에게 3일 동안에 어드밴스까지 취득하는 것이 가능한지 물어보니 3일 동안 하루 세 번씩 다이빙을 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3일 동안 매일 3번씩이라...
뭐~ 여기까지 온 이상 어드밴스는 따야 하지 않는가? 특히 유명한 다이빙 코스인 Canyon과 Blue hore은 어드밴스 라이센스가 있어야만 다이빙이 가능한 곳임으로 한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8월 8일(수)
오늘부터 바빠지는 날이다.
오전 9시 반에 슈트를 입고 장비를 챙긴 다음 Light House로 갔다.
다이빙을 하기 전 영선생님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물속에서는 대화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브리핑을 통해 어떤 코스로 갈 것이고 주의사항은 무엇인지를 듣는다.
짝인 한빛과 서로의 장비를 점검 한 뒤 곧바로 입수 (10시 19분)
첫 다이빙으로 어제보다 깊게 들어갔지만(13.7m) 멀리 나가지는 않았다. 부력조절을 하면서 물속에 설치 된 훌라우프를 통과하는 훈련을 하였다.
다이빙을 마칠 때쯤이면 수심 5m 지점에서 3분 동안 감압 정지를 하는데 몸속에 녹은 질소가 몸 밖으로 나가게 하기 위해서이다. 모든 다이빙에서는 감압정지를 해야 한다.
영선생님의 인도로 무사히 첫 다이빙을 마칠 수 있었다.(14.9m)
다이빙을 시작했던 지점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시켜 먹고 잠시 쉬었다.
오후 2시 44분 두 번째 다이빙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제법 멀리까지 나갔는데 모래 바닥 지역을 지나니 절벽이 이어진다. 절벽에는 아름다운 산호와 열대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귀에 숨을 불어 넣는 것도 익숙해져서 이제 손으로 코를 붙잡지 않아도 입에서 숨을 불어 넣을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베테랑들이 이정도 한다던데 ㅋ)
이렇게 아름다운 홍해라..
32분 동안 다이빙을 했고 5m지점에서 안전 정지를 한 후 다이빙을 마쳤다.
세븐헤븐 숙소로 돌아와 쉰 뒤 오후 5시 35분 이번에는 다른 장소인 Mashraba에서 다이빙을 했다.
이곳은 어디가나 산호와 열대어들의 천국이다.
41분 동안 14.6m까지 다이빙을 하고 해변으로 쪽으로 이동하니 바로 위에서 스노쿨링 하는 이들이 손을 흔든다. 짜식들.. 물속에 있는 내가 부럽지? 우쭐한 기분이 든다.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세 번째 다이빙을 마치니 몸이 피곤하다. 이럴 때는 편안한 방에서 지내는 것이 좋은데..
세븐헤븐에 알아보니 에어컨 방은 꽉 찼다고 한다.
결국 방을 옮기기로 했다.
세븐헤븐에서 나와 왼쪽으로 나가면 바로 골목이 있는데 이곳에서 30m 정도 걸으면 캥거루 오아시스 호텔이 나온다.
숙박비도 세븐헤븐보다 저렴하고(세븐헤븐 에어컴 60£E, 캥커루 에어컨 40£E, 1인당 20£E) 화장실과 샤워시설도 좋다. 세븐헤븐과 달리 조용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시끌벅적한 것을 싫어하는 이들은 캥거루 오아시스 숙소를 추천한다.
다이빙 연습을 끝내고 저녁을 먹고 맥주한잔을 걸쳤다.
일과시간에는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하고 밤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이 행복하기만 하다.
같은 숙소의 장기 여행자 찬우와 친해졌는데 찬우는 나와 아스완에서부터 계속 마주쳤었다.
찬우가 들려준 소식에 의하면 예멘에서는 1달 전 폭탄테러가 일어나 스페인 여행자 7명이 죽었다고 한다. 때문에 현재 예멘은 사나 이외에는 여행이 거의 불가능하다.(예멘 여행 예정자들은 참고 하세요.)
8월 9일(목)
라이센스를 향해 바쁘게 나가는 두 번째 날이다.
오전 9시 반에 모여 이론 수업을 한 후 곧바로 택시를 타고 Eel Garden으로 향했다.
택시라고 해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승용차가 아니라 스쿠버 장비를 싣기 편하게 짚차를 부른다.
다이빙용 택시는 우리가 다이빙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준다. 한번 다이빙을 나갈 때 목적지로 가는 것부터 돌아오는 것까지 책임을 진다.
물론 택시비용은 수업료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영선생님은 파도가 높아서 그런지 Eel Garden을 둘러보신다.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다이빙을 강행하기로 했다.
해변에서 얕은 바다가 쭉 펼쳐지다가 지름 4m정도 되는 큰 홀(구멍)이 보인다. 이곳에서 다이빙 하면 그대로 산호 절벽으로 이어진다.
구멍에 다이빙을 하자마자 강한 조류 때문에 깊은 바다로 빨려나가는 듯하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 들어 신나기는 하지만 돌아올 때는 어떻게 하지?
Eel Garden의 Eel은 바로 장어를 뜻한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장어가 많은 곳이다.
모래밭에는 수천마리의 장어가 빼꼼히 머리를 들고 있다가 우리가 접근을 하면 모래 속으로 숨는다.
바위에 붙어있는 큰 문어를 발견했다. 사람의 시선을 피하려는지 몸을 잔뜩 움크리고 있다. 문어에게 장난삼아 모래를 뿌리고 다시 출발.
돌아오는 길에 공기 체크를 해보니 공기가 모자르다. 난 덩치가 커서 그런지 공기를 금방 소비하는 편이다. 영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니 자신의 예비공급기를 나에게 물린다.
다이빙을 마치고 처음 입수를 했던 홀로 돌아갔으나 강한 조류 때문에 홀로 들어가지를 못한다.
할 수없이 우회해서 거친 파도와 바람과 싸우며 절벽을 기어올랐다. 산호에 손목이 긁히기는 했으나 이정도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성게에 찔려 손에 가시가 박히기는 했지만 가만히 내버려두면 성게 가시가 스스로 없어진다고 하니 안심이다. 오히려 빼내려고 하다가 병원신세를 졌었다고 영선생님께서 말하신다.
다이빙을 마치고 모두가 기진맥진했다. 다이빙에 있어서 파도와 조류가 무섭다는 것을 잘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영선생님과 우리보다 조금 늦게 다이빙을 했던 산드라(다른 한국인 선생님)은 이렇게 애먹은 적은 없었다고 말하며 혀를 내두르신다.
세븐헤븐의 또 다른 한국인 강사인 산드라 선생님은 브라질 교포로 한국어를 능숙하게 하신다. 항상 웃으시면서 말씀하시기 때문에 학생들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려고 해도 웃는 모습 때문에 차마 이야기를 하지 못 할 정도라고 한다.
어쨌든 4번째 다이빙을 마치고 이제 Open Water 자격증은 확정되었다. 자 이제 어드밴스를 향하여~
세븐헤븐으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3시 Banner Fish Bay 지점에서 수중항법에 대해 배웠다. 수중항법은 물속에서 나침반을 보고 이동을 하는 것인데 방향을 찾는 데는 익숙해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다.
수중항법을 마치고 곧바로 바닷속 세계를 탐방했다. 17.9m로 지금까지 다이빙했던 깊이 중에서 가장 깊었다. (내일이면 30m를 할 것이다.) 다이빙을 하면서 문어를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발견했다.^^
오후 8시 30분에는 야간다이빙을 실시했다. 영선생님은 너무 피곤하셔서 쉬기로 했고 다른 마스터 다이버인 바크르가 우리를 인솔하기로 했다.
바크르와 친한 세븐헤븐 직원 2명이 우리와 동행을 했다. 세븐헤븐에서 일하면서 다이빙을 하는 재미라도 있어야지. 마치 친구들끼리 소풍을 가는 기분이다.
야간의 물속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기 때문에 손전등에 의지해서 나아가야 한다.
긴장되기는 했지만 낮에 다이빙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교적 익숙한 Light House에 들어갔다.
밤이라 그런지 낮과는 다른 생물들이 활동을 한다. 특히 성게와 게가 눈에 많이 띈다. 물고기들은 산호초속에 잠들어 있는데 다가가 랜턴을 비추면 귀찮다는 듯이 자리를 비킨다.
어둠속에서도 간혹 플래쉬가 터지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 말고도 야간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주로 야간 수중 촬영을 하러 온 듯 하다.
돌아오는 길에 오징어를 발견했다. 보기 힘든 생물이라 주변 사람들이 모여드니 포위된 오징어가 안절부절 못한 모습을 보이더니 곧 어둠 속으로 도망을 친다.
5m 안전정지를 하는데 바크르가 장난으로 친구의 물안경을 벗겨낸다. 당황한 친구는 어쩔 줄 몰라 한다. 저렇게 위험한 장난을..
야간다이빙을 마치고 총 6번의 다이빙이 끝났다. 이제 내일 세 번만 다이빙을 하면 되는데 딱딱한 이론 수업은 이제 끝이 났고 내일은 다합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지점에서 다이빙을 즐긴다고 한다. 사실상 이번 다이빙의 하이라이트가 이어지게 된다.
정말 기대가 되는 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