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목)
코나크리로 험난한 여행을 하면서 스스로를 위안 한 것은 코나크리에 가면 편한 숙소에서 푹 잘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힘든 여정 끝에 숙소인 카톨릭 미션에 도착했지만 방은 들어서지 못하고 밖에서 밤을 새워야 했다.
미션 카톨릭은 선교사들의 쉼터이기 넓은 정원이 있다. 정원을 돌아다니다가 경비원과 함께 자기도 하고, 결국 7시까지 시간을 떼울 수 있었다.
7시어 숙소를 나와 La Ville 지역을 돌아보았다. 대서양을 배경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고, 사람들의 일상이 분주하게 시작되고 있다. 코나크리는 아프리카의 위험 도시 중에 하나라 홀로 걷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들은 일찍 일어나지 않겠지.
다시 숙소로 돌아와 8시 20분이 되자 리셉션에 직원이 출근했다. 직원은 방이 없다고 하면서 이곳은 예약을 하지 않은 방 구하기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한다. 이런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결국 다른 숙소를 찾을 수밖에...
짐을 싸고 숙소 주변에서 호텔을 찾아봤다.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숙소 찾기가 여의치 않았다. 고급 호텔로도 갈 수 있지만 그러면 배낭여행의 정신에 위배된다.^^
짧지만 코나크리를 떠나 시에라리온으로 가기로 했다. 어제 먼지를 가득 뒤집어 쓴 상태에서 새롭게 차를 타는 건 힘들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으러 미션 카톨릭으로 갔다.
직원에게 옷을 갈아입고 세수만 하겠다고 하니까 방에 샤워실을 사용하도록 배려해 준다. 다행히 사워를 했다. 머리를 감는데 구정물이 계속 나온다. 먼지가 아니라 흙은 뒤집어 쓴 형상이다.
30분 정도를 샤워를 하고 배낭을 정리를 한 후 떠나려고 하는데 직원인 에밀이 마침 방 하나가 취소가 되었다면서 내가 머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행운이^^
미션카톨릭은 에어컨방과 선풍기방이 있는데 에어컨방은 160,000기니프랑, 선풍기방은 130000기니프랑이다. 에어컨방은 없고 선풍기방 하나만 남았는데, 그나마 선풍기도 작동하지 않는다. 오늘의 고난이 예고된 순간이다.
방을 잡은 즉시 빨래를 했다. 어제 입은 모든 옷과 가방을 씻는데 1시간 정도 걸렸다. 정비를 하고 숙소의 경비원들에게 시에라리온 프리타운으로 가는 차편을 알아보았다. 코나크리의 시에라리온 대사관 앞에서 매일 차량이 출발한다고 한다. 일단 교통편은 OK.
코나크리 시내 구경에 나서니 수많은 인파와 차량이 길을 꽉 채우고 있다. 쿠데타가 일어 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시내 곳곳에는 군인들의 막사가 보인다. 아직 군인들의 영향력이 센 곳이기 때문에 사진 찍는데 주의를 해야 한다.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먼저 간 곳은 국립박물관이다. 박물관이 어딘지를 몰라 세차를 하는 청년에게 물어보니 가장 큰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고 한다.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니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보아하니 이곳에서 영화 촬영이 있는 듯하다.
넓은 정원 한 켠에는 박물관이 있다. 입장료 10,000기니프랑을 내고 들어가니 입장료를 받았던 청년이 가이드를 해준다. 가이드라고 하지만 청년의 영어가 서툴러 몸짓으로 설명을 한다. 나름 소박하기는 하지만 그렇잖아도 볼거리가 없는 코나크리에서는 한번 와볼만 하다. 박물관에는 작은 바가 있는데 더운 날씨라 맥주를 마시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대통령궁은 경비가 삼엄해서 들어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대통령궁 부그느이 Saint-Marie 교회는 아름다운 건물로 유명한데 교회 부근에는 군인들의 천막이 보인다.
교회를 들어서려는 순간. 어라? 낯익은 얼굴의 백인이 보인다.
“폴~”.. “어? 박!”
폴란드 여행자 폴을 세 번째로 이곳에서 만났다. 폴은 세 번째 만난 반가운 나머지 군인 막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저께 폴은 비사우에서 코나크리로 가기 위해 다카르를 거쳤는데, 다카르에서 간만의 차이로 비행기를 놓쳤다고 한다. 세네갈 비자가 없어 다카르에 입국하지도 못하고 공항 라운지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어제 오후 5시에야 코나크리에 도착했는데 미션카톨릭에 방이 없어 근처 호텔에서 하루 100$를 주고 묵고 있다고 한다. 폴에게 프리타운으로 가는 정보를 알고 있는지 물어보니 공항 근처의 정류장으로 가면 된다며 시내에서 택시를 타면 50000기니프랑 정도면 갈 수 있다고 한다.
폴의 나이를 물어보니 72살.. 200개국을 여행한 대단한 여행가이다. 무엇보다 나와 동선도 겹치고 숙소 정보도 동일하다. 아마 시에라리온에서도 만나겠지? 폴과 시에라리온 정보를 교환하고 다시 코나크리 탐방 시작. 교회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잠시 예배당에 앉아 상념에 잠겨보았다.
많이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에 시내를 탐방하고 곧장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 저녁 식사는 레스토랑이 보이지 않아 노점에서 파는 먹거리와 과일로 식사를 했다.
저녁에 시내를 한번 둘러보았다. 저녁이 되자 거리는 다소 위험한 분위기이다. 얼른 숙소로 돌아왔다. 미션카톨릭은 위험한 코나크리에서 안정감을 주었다.
1월 24일(금)
방의 선풍기가 되지 않아 더위에 고생하면서 창문을 열어야 했고 많은 모기들에게 뜯겨 잠을 이루지 못했다. 더구나 모기장이 없어서 더 고생했다.
코나크리에 하루 더 머물까 했지만 이대로라면 오늘밤도 고통속에서 지내야 한다. 직원인 에밀에게 방을 바꿔 줄 수 있는지 물어보니 일단 기다려 보라고 한다.
정오가 지나 에밀에게 방이 있는지 물어보니 일단 기다리라고 한다. 이대로 불확실 속에서 고생하기는 싫다. 그럼 시에라리온으로 출발.
코나크리에서 프리타운으로 가는 차량은 어제 경비원 이야기로는 시에라리온 대사관 앞에서 출발하고, 폴의 이야기로는 공항 근처의 터미널에서 타면 된다고 한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뭐하러 그렇게 멀리가냐고 하면서 가까운‘스메디나’에서 타면 된다고 말한다. 스메디나? 자세히는 알아듣기 힘들어 택시를 잡아서 직접 이야기 해달라고 하니 지나가는 택시를 세워 설명을 한다. 목적지를 잘 모를 때 유용한 방법이다.
스메디나는 라빌레 지역에서 10분 정도면 갈 수 있으며 마침 내가 탄 택시가 합승택시라 2,500기니프랑만 지불했다.(폴은 50,000라고 했는데..)
정류장에서 프리타운으로 가는 차량비는 115000인데 배낭이 있음으로 30,000을 더 내라고 한다. 짐피는 흥정하기 나름으로 10,000를 내겠다고 하니 운전사는 거부한다. 뭐 시간은 많으니까..
정류장에서 프리타운으로 가는 차편에서 승객이 채워지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수많은 잡상인들이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사라고 재촉한다. 먹거리를 비롯해서 휴대폰, 신발 등 온갖 물건들을 볼 수 있다. 환전상들도 있어 남은 기니프랑을 시에라리온돈으로 환전 할 수 있는데 대략 기니프랑:시에라리온 돈을 8:5 정도 된다.
출발 할 때쯤 운전사와 짐피를 20,000기니프랑으로 하기로 합의하고 차량에 탑승했다. 시에라리온 방향으로는 산악지역과 정글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중간에 체크포인트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경찰들에게 5000기니프랑을 뇌물로 줘야 한다.
3시간을 달려 국경에 도착해서 기니 출국 스탬프를 받으려고 하는데 이민국 직원이 50,000기니프랑을 내라고 한다. 왜 출국을 하는데 돈을 내지? 기니프랑이 없다고 하니 시에라리온돈으로 내라고 말한다. 시에라리온 환폐는 Le(레온)으로 1$에 대략 4000Le이라고 보면 된다.
승객들이 기다리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냈지만 대놓고 뇌물을 요구하는 모습이 뻔뻔하다. 이들 때문에 기니의 마지막 인상이 지저분해졌다. 기니에서의 뇌물은 유명하기는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나중에 시에라리온에서 폴을 만났는데 폴은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제스쳐를 쓰면서 뇌물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어짜피 출국을 하니 안 줘도 될 듯하다.
시에라리온 국경쪽은 건물이 산뜻하게 지어져 있다. 이곳에서 입국수속을 하는데 별다른 뇌물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황열병 예방접종 카드를 검사함으로 꼭 옐로카드(접종증)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다시 출발.. 프리타운으로 향하는 길은 포장이 잘 되어 있다. 서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가장 j깨끗한 도로이다. 체크포인트도 줄어서 기니에서는 신경이 날카로웠던 운전사의 표정에는 여유가 보인다. 2시간 만에 프리타운에 도착했다.
프리타운의 정류장은 시내에서 4~5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도착하니 이미 어둠이 깔려 있었다. 택시를 타고 갈까하다가 동승했던 청년이 자기 형제가 차를 몰고 올 거라면서 같이 기다리자고 한다. 물론 OK~ 밤이라 안전이 걱정되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청년은 코나크리에서 사업을 하는데 프리타운까지 모터보트의 모터와 장비들을 가지고 왔다.
덕분에 시에라리온의 상징인 커튼트리까지 올 수 있었다. 도착할 때쯤 운전사는 조심하라고 이야기 한다. 프리타운도 위험한가 보군. 하지만 오늘의 목적지인 YMCA는 사정권에 들어왔다. 구글맵 GPS를 보면서 찾을 수 있었다.
YMCA에 가니 싱글룸은 다 찼고, 더블룸이 있다고 한다. 밤이 늦어 찬밥 더운밥 가릴 수 없는 상황. 내일이라도 싱글룸이 나오면 달라고 했고 할 수 없이 더블룸을 잡았다.
프리타운에서는 숙박비가 비싸기 때문에 배낭여행자들은 YMCA를 이용한다. 현지인들도 이용하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고 오는 것이 좋다. 싱글룸 80,000Le(20$), 더불룸 130,000Le(33$)이다. 숙소에서 여장을 풀었다. 하루 종일 이동하느라 피곤이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