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2일(화)
오전 8시 여행준비가 거의 안 된 상태에서 황급히 일어나 짐을 챙겼다. 원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는 9시행 버스를 타지 못하면 꼼짝없이 비행기를 놓치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사실상 30분.
겨우 어지러운 집안을 추스르고 배낭을 챙기니 시간이 후딱 갔다. 뭔가 챙기지 못한 것이 있을 법도 한데 지금은 떠나는 것이 우선이다. 훗날은 가족에게 부탁하며 인천공항으로 떠났다.
택시를 겨우 잡아 터미널에 도착하니 버스가 떠나기 3분전이다. 얼른 표를 끊고 막 출발하려는 버스에 올라 가슴을 쓸어 내렸다.
‘휴 이번 여행도 심상찮게 시작되는구나.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한국 음식을 맛 봤어야 하는데.’
오후 1시에 출발하는 중화항공을 타고 타이베이로 향했다.
지금껏 40개국을 오지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들은 질문 중에 하나는 인도를 여행했냐는 것이다. 그만큼 인도는 오지 여행의 대명사로 우리에게 인식되어 있고, 몇몇 책들에 의해 별난 사회의 별난 사람의 별난 행동으로 알려진 나라이기도 하다.
오지여행으로 알려진 난 정작 인도 여행은 해보지 않았다. 아니 아예 흥미가 없었다. 인도는 이미 많은 이들이 여행을 했고,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여행지이기에 모험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여행가라면 인도 여행은 한번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요지부동이다.
이렇던 내가 인도 여행을 결심하게 된 것은 지난 11월 인도국제아동연극제 출전이 계기가 되었다. 지난 11월 15일 신종플루가 창궐한 가운데서 어렵사리 뮤지컬부 학생들을 데리고 인도 뉴델리 공연을 성황리에 했지만 일정이 줄어드는 바람에 타지마할을 가지 못 한 것이 눈에 아른거렸다.
인도 비자는 6개월 복수 비자이기에 따로 비자를 받지 않아도 되었으며 타지마할을 비롯한 세계문화유산도 볼 겸해서 인도 여행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학사 일정상 20일 정도 여행니 가능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인도 여행에 방글라데시 여행도 살짝 집어 놓았다.
막상 인도를 정하기 나서는 동선이 문제이다. 방글라데시를 여행에 포함했기 때문에 수도인 다카가 시작점이 되거나 도착점이 되어야 한다. 유일하게 그 구간이 허용이 되는 항공은 말레이시아 항공이지만 이미 마감되었다.
타이 항공 역시 다카를 포함한 인도 전역을 운항하지만 시작점과 도착점이 다르면 값이 뛰어오르는 단점이 있다.
결국 생각해 낸 것이 묵혀둔 마일리지를 쓰는 것이다. 방콕까지는 저렴한 중화항공으로 가고, 방콕-뭄바이, 다카-방콕 구간은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이용해서 타이항공으로 공짜로 가는 것이다.
여기에서 마일리지의 효능이 숨겨져 있다. 우리는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아시아나 비행기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알지만 항공 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 회원 항공사 모두를 탈 수 있다. 기준은 마일인데 마일리지가 35,000마일이면 3000마일 이내에서는 회원 항공사를 이용하여 횟수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방콕-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자카르타- 방콕은 3000마일 이내이기 때문에 아시나아 마일리지 35,000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물론 5000마일, 8000마일 등도 있음으로 자세한 건 확인 해 보면 된다. 텍스가 붙기는 하지만 항공료에 비해서는 저렴하다.
방콕-뭄바이, 다카-방콕은 3000마일이 넘지 않는다. 아시아나에 전화해서 스케줄을 확정 지은 다음 텍스를 지불하고 전자항공권을 받았다.
타이베이에서 스탑오버를 해서 잠시 시내에 나가 둘러 본 후 방콕으로 갔다. 방콕에 도착시각이 자정 넘어라 공항에서 잠을 잤다.
1월 13일(수)
오전 11시에 수속을 마치고 뭄바이행 타이항공에 몸을 실었다. 이제 본격적인 인도 여행이 시작된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27일에 다카에서 방콕으로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인도에서 머물 시간은 2주 정도이다. 몇 년을 여행해도 모자라는 인도이기에 포인트만 찍어서 여행을 하기로 했다. 그 포인트로는 세계문화유산을 기준으로 하기로 했다.
인도에 대해 설명하려면 막막하기만 하다. 세계 4대 문명 중에 하나로 무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나라이기에 설명할 접근이 힘들다.
여행을 떠나기 직전 신정 특집 영화로 ‘알렉산더’를 봤는데 영화의 말미에 세계 최강의 군대인 알렉산더가 진군을 멈춘 것은 인도의 저항에 의해서였다.
이 당시 인도는 페르시아와 알렉산더의 침략을 받았었는데 만약 침략이 성공했더라면 지금의 인도는 물론 세계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오후 2시 40분 뭄바이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을 밟은 것은 한 두번이 아니라서 대수롭지 않게 입국 스탬프를 받고 ATM에서 돈을 뽑으려고 하는데 국제카드가 되는 ATM이 보이지 않는다.
공항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그런 ATM은 없다고 한다. 이거 국제공항 맞아?
할 수 없이 방콕에서 환전한 바트를 인도 루피로 환전했다. 물론 손해를 감수하고 환전한 것이다.
1루피는 우리나라 돈으로 25원 정도 하기에 비교적 계산하기가 용이하다. 앞으로 루피를 Rp로 표기하겠다.
뭄바이는 인구가 1640만의 대도시로 우리에게는 봄베이로 잘 알려진 도시이다. 6세기부터 힌두 왕조가 이곳을 통치했으나 14세기에 이슬람의 침략을 받았고, 1534년 포르투갈이 점령을 하였다. 1661년 포르투갈 국왕이 누이동생 캐서린이 영국 찰스 2세의 결혼 때 지참금의 일부로 이곳을 영국에 양도하였으며 1668년에는 영국은 동인도회사에 임대했다.
그 후 봄베이는 독립운동의 산실이 되는데 1885년 최초의 인도국민회의가 열렸으며 1942년 간디는 이곳에서 민족해방운동을 주장하였다.
그 이후 이슬람과 힌두교의 갈등이 고조 되었으며 2008년 10곳의 테러로 3일 동안 173명이 목숨을 잃기도 하였다.
어렸을 적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 City of Joy와 최근에 아카데미상을 휩쓴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요 무대이기도 하다.
뭄바이 국제공항은 20km 정도 떨어져 있어 대부분의 여행자는 400Rp를 주고 시내로 들어온다.
내 여행 짬밥에 그러면 여행기를 읽는 분중에 섭한 분들이 많겠지.. 대중교통을 이용한 시내 진입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에 공항에서 일하면서 출퇴근 하는 사람을 위한 대중교통은 분명이 있을 것이다.
릭샤를 타고 가라는 삐끼들의 유혹에 당당하게 맞섬 공항 앞의 버스정류장에 가니 사람들이 서 있다.
시내로 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직접 시내로 가는 건 없다고 말한다. 어떻게든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갈 거라고 하니 사람들이 모여 잠시 웅성거린다. 분명 날 위한 토론이겠지.
한 사내가 나에게 오더니 308번 버스를 타라고 이야기 한다. 잘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무작정 308번 버스를 탔다.
버스에 타서(6Rp) 뭄바이 시내로 가겠다고 옆 승객에게 이야기 하니 종점으로 가서 기차로 갈아타면 된다고 이야기 한다.
뭄바이 시내 중심에서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근처는 교통체증으로 꽉 막혀있다. 뭐 이 정도는 예상하고 왔으니까.. 친절한 아저씨가 영어로 이야기를 건네는 바람에 심심하지는 않지만 인도 영어는 정말 알아듣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계기가 되었다.
버스 종점은 기차역인데 이곳에서 시내 중심역인 CST역으로 가는 기차표(7Rp)를 사서 플래폼에 섰다.
표를 산지 오래지 않은 15:38 기차가 도착을 했다. 사실 이곳 기차는 지하철과 비슷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차가 금방금방 오는 분위기이다.
기차안은 사람들이 가져온 짐으로 북적거리는데 큼지막한 양쪽 문은 열려있다. 그 문 난간에 사람들이 기대어 서는데 잘못하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분 정도를 달려 CST에 도착했다. 남들은 400Rp 넘게 들여 시내에 오는데 단 13Rp로 시내에 왔다. 혹시 뭄바이로 비행기를 타고 가실 분은 꼭 참고 하도록.
인도 여행의 첫 번째 목표는 엘로라 석굴과 아잔따 석굴이다. 그곳을 가기 위해서는 아우랑가바드(Aurangabad)로 가야 하는데 뭄바이에서 오후 9시에 출발한다.
인도 기차역은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여행하기에는 편하다. 외국인 예약 창구로 가서 기차 편을 알아보니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SL 좌석은 이미 매진되었다고 하며 에어컨 좌석인2A로 가라고 한다. 요금이 176Rp에서 632Rp로 오른 셈이지만 그걸 아끼려고 하루를 허비하기는 더욱 싫었다. 처음이니만큼 럭셔리하게 기차를 타기로 했다.
시내 교통은 대 혼잡이다. 기차를 타기 전 시내를 둘러본다는 원대한 계획은 늦은 시간 덕분에 이미 무산이 된 상태라 기차역 주변을 쭉 둘러보았다.
도시 건물은 유럽식 건물로 꽤 격조가 높아 보이지만 그 밑의 거리에는 많은 사람과 동물들이 얽혀 혼잡한 풍경이다. 그래도 인도만의 멋이 보인다.
처음에는 은행이 보이지 않아 당황했지만 다행히 은행가를 찾아서 ATM에서 5000Rp를 환전했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역 앞에 먹거리 노점들이 있는데 치킨, 야채 볶음밥을 사먹으니 25Rp가 나온다. 우리 돈으로 575원. 맛도 꽤 있다.
마실 거리는 사탕수수 주스(7Rp)와 과일주스(10Rp)를 마셨다. 인도 여행을 하면서 탄산음료를 마시기보다는 값싼 과일주스를 마시는 것이 더 저렴하고 이곳 여행의 묘미를 즐기는 길이다.
기차역에는 대기실이 있는데 이곳에서 쉬면서 샤워를 할 수도 있다. 비행기를 타면서 묵은 때를 이곳에서 벗겨낼 수 있었다.
9시에 기차가 도착하고 표에 적힌 객차에 들어섰다. 2A 클래스는 가격에 걸맞게 안락한 분위기이며 객차마다 직원이 배치되어서 역에 도착할 때마다 승객을 깨워준다. 덕분에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 물론 비싼 클래스는 여기까지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