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0일(일)
새벽 5시 비행기는 밤새 날아와 독일 뮌헨 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입국 수속을 밟은 후 예약한 렌터카 회사인 Hartz 부스로 가니 아직 직원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1시간 정도를 기다리니 직원이 출근했다. 직원은 바우처와 여권, 국제운전면허증, 국내운전면허증, 신용카드를 요구한다. 이 모든 서류가 있으면 모두 OK.
직원은 예약 된 차량보다 훨씬 클래스가 높은 차량을 배차했다면서 자동차 키를 건내 준다. 가장 아래 등급을 신청했는데, 그보다 좋은 1700cc SUV 차량이 배정되었다. 동유럽을 갈 수 있는 차량인지 물으니 방문 예정인 국가 모두 OK.
직원은 차량이 모든 보험이 가능한 Full Cover이기는 하지만 동유럽에서는 차창과 타이어, 차량키는 보장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를 위한 보험이 필요하다며 150유로짜리 보험을 들 것인지 묻는다. 타이어와 차량 유리는 국내에서도 거의 상하지 않았기에 추가 보험은 가입하지 않았다.
키를 보니 712라고 써있다. 주차타워에 차량이 있는 자리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7층으로 올라가 712호를 찾았다. 차량은 OPEL의 모카차량이다. 앞으로 2주동안 잘 부탁해.
차량을 확인하니 앞쪽에 약간 긁힌 부분이 발견되었다. 직원을 불러 긁힌 여부를 확인하게 하고나서는 인수 끝.
짐을 차량에 실은 후 시동을 걸고 곧장 출발.. 공항에서 바로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으로 진입했다.
유럽의 고속도로는 오른쪽 차로는 주행 차로이고 왼쪽은 추월 차로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 오른쪽으로 추월하는 일은 절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고속도로처럼 오른쪽에서 추월을 하면 그쪽을 신경 쓰지 않고 진입하기 때문에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유럽에서는 양보가 철저하다. 횡단보도와 관계없이 보행자가 길가를 지나갈 낌새를 보이면 무조건 멈춘다. 또한 옆 차로의 차량이 깜빡이를 켜며 끼어들려면 양보를 해준다. 만약 깜빡이를 킨 상태에서 끼지 못하면 그 차량을 위해 더 많은 공간을 열어준다.
차량의 진입의 우선권은 큰 도로를 달리는 차량에 있으며, 다음은 오른쪽에 위치한 차량이 우선이다. 이곳은 로터리가 일상화 되어 있는데 규칙은 간단하다. 진행 중인 차량이 우선이다. 이렇게 상대를 배려하는 교통문화이기에 얼굴 붉히면서 운전 할 일이 없었다. 2주 동안 3,500km를 운전하면서 한번도 클락션을 눌러 본 적이 없고 또한 듣지도 않았다. 이곳 운전 문화를 체험하면서 우리나라 교통질서가 얼마나 엉망인지를 느끼게 되었다. 조금만 끼어들면 빵빵거리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운전사들 간에 신경전이 일어나지 않는가? 그리고 우리나라는 보행자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운전문화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운전에 있어서는 후진국이 분명하다.
고속도로를 진입하자마자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로 향했다. 독일의 고속도로는 시원시원하게 뚫려있다. 처음에는 긴장하면서 운전을 했지만 이내 적응이 되었다.
1시간 반정도를 달리니 오스트리아 국경 부근의 휴게소에 들렸다. 이곳에서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비넷을 사야 한다. 비넷은 유럽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고속도로 통행세이다. 우리나라처럼 구간마다 톨게이트비를 내는 것이 아니라 기간에 따른 고속도로 이용료를 내게 된다. 오스트리아는 10일에 8.5유로 저렴한 편이다.
오스트리아는 독일 남부의 중부유럽에 위치해 있으며 국토의 3분의 2가 알프스 산맥에 속해있다. 독일, 스위스, 헝가리, 체코, 이탈리아에 둘러싸인 내륙국가인 오스트리아는 한때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하면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겸했는데 한때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전 유럽을 지배했었다. 1867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결정되면서 지금의 동부 유럽 및 옛 소련의 일부 지역까지 지배를 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후 오스트리아는 쫄딱 망하게 된다. 650여년간 유지된 합스부르크 왕가가 멸망을 하게 되었으며, 폴란드, 체코, 헝가리, 유고 등이 독립을 해 국토는 4분의 1로 축소되었다.
1938년 나치 독일에게 점령당했는데 당시 같은 게르만 국가인 독일의 지배에 이곳 사람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결국 2차 세계대전에서도 패해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4개 나라에 분할 점령되었다가 1955년에 영세 중립국을 조건으로 주권을 회복해 통일을 했다. 이후에는 경제적인 부흥에 힘써 지금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300km 떨어진 도시로 소금무역으로 번성을 누린 도시이다. 또한 예술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끼쳤는데 모차르트의 고향이기도 하며 1965년의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오전 10시 경 잘츠부르크에 도착을 했다. 도착하자마자 찾아야 했던 것은 주차장이다. 주차를 잘못할 경우에는 과태료를 비싸게 내는 경우도 있고, 가끔 차량에 흠집을 내는 이들도 있으니 도심에 들어서면 주차장에 차를 대는 것이 유리하다.
마침 역 부근에 주차장이 있어 주차를 하니 1시간에 2유로한다. 차량을 대고 이제 시내 탐방 시작.
역을 지나자 가장 먼저 미라벨정원(Mirabellgarten)이 나타난다. 1690년에 조성된 정원으로 수많은 꽃들과 함께 조각상이 어우러져 있다. 이곳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여주인공 마리아가 아이들과 함께 도레미송을 부른 곳으로 유명하다. 중앙 쪽의 분수가 영화의 무대이다.
옛 시가지 중심 광장은 레지덴츠 광장으로 중앙에 1661년에 만든 바로크 양식의 분수가 인상적이다. 광장 중심에는 1771년에 제작된 마리아 상 뒤로 대성당이 있다. 744년에 창건된 성당으로 12세기에 후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개축되었고, 1598년 대화재 이후 다시 재건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몇 번의 위기에도 꿋꿋이 제자리를 우뚝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잘츠부르크의 하이라이트는 호엔잘츠부르크성이다. 온전히 옛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중부유럽 최대의 성으로 1077년 건축이 시작되어 1681년에 완성되었다. 수백년에 걸쳐 만들어지고 증축된 성이다. 성 내부와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도 볼거리이지만 이곳의 테라스는 잘츠부르크의 뷰포인트.. 아래로 잘츠부르크 전경은 물론 부근 산과 농지가 보인다.
짧은 잘츠부르크 관람을 끝내고 Wolfgang 호수 쪽으로 달렸다.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달렸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차들이 교통질서를 잘 지켜 운전하기는 우리나라보다 수월했다.
하지만 국도를 달리면서 교통사고가 크게 난 모습이 보였다. 안에 탄 사람들은 크게 다치지 않았는데 자동차는 꽤 파손되었다.
하루 동안에 자동차 여행에 적응해 앞으로 여행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앞으로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Wolfgang 호수에 들어서니 길가에 차들이 늘어서 있다. 오스트리아는 내륙국가다보니 피서를 호수에서 즐기는 것을 알 수 있다.
숙소는 호수 부근의 펜션을 잡았다. 펜션은 아름다운 풍경 한가운데 있다. 옛 유행가 중에 남진의 ‘님과 함께’ 노래 중에 ‘저 푸른 언덕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가사는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로망이기도 한 아름다운 언덕 위의 집에 펜션 주변으로 펼쳐져 있다.
펜션 2층은 장미로 꾸민 정원인데 소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이다. 펜션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려고 하는데 주인 할머니가 영어가 전혀 되지 않는다. 말이 안 통하는 가운데서 찝은 이야기는 숙박비가 50유로인데 2명이니 100유로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누굴 바보로 알고~ 당장 숙소를 바꾸려고 하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수습을 해주신다.
숙소에 짐을 여장을 풀고 쉬었다가 저녁에 Wolfgang 호수의 석양을 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그런데 먹구름이 오더니 장대같은 비가 쏟아진다. 설상가상으로 주말 막바지라 귀경하는 차량으로 도로는 꽉 막혔다시피 했다. 할 수 없이 차를 숙소로 돌렸다. 돌아오는 길에도 차를 꽉꽉 막혔다.
첫날 자동차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 내일부터의 여정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