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2일(금)
바라나시의 추위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것이 되지 못하지만 건물이 난방이라는 개념을 탑재하지 않은 채 지었기 때문에 실내는 거의 바깥 날씨와 비슷하다.
담요를 많이 덮어도 새벽이 되면 발끝부터 추위가 엄습했기 때문에 일어날 때쯤이면 항상 새우처럼 구부러져 있다.
발을 따뜻하게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 하다가 노트북 아답타가 눈에 들어왔다. 노트북을 켜면 어댑터는 뜨거워지면서 일정한 열을 내는데 밤새 노트북을 켠 채 발에다 베고 잤다. 덕분에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오늘까지 원격 연수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미 다 해놨기 때문에 메일로 보내면 된다.
어? 그런데 숙소의 인터넷 카페는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컴퓨터를 못 쓴다고 한다.
골목을 돌아다니며 인터넷 카페를 찾았지만 어제는 그렇게 많아보이던 인터넷 카페가 보이지 않는다. 간혹 인터넷 카페를 찾아도 개점휴업 상태이다.
아직 시간이 있음으로 라가카페에 가서 아침식사를 하고 그 밑의 인터넷 카페에서 과제물을 올리면 된다.
라가 카페는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한국 음식점으로 아침 백반을 비롯해 김치찌개, 된장찌개, 신라면 등이 있으며 도시락(200Rp)을 싸주기도 한다.
아침 백반과 인도라면을 시키니 많은 한국인들이 카페에 들어와 아침 식사를 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답게 자연스럽게 한국인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으며 게시판에는 네팔로 동행할 여행자를 구하는 쪽지를 비롯해 미처 소식을 전하지 못한 친구에게 안부를 묻는 메모로 빼곡하다. 식당 내에서는 위피가 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노트북을 가져왔으면 간단하게 과제를 올렸을 텐데..
식사를 마친 후 밑층의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접속을 하려는데 이번에는 USB가 안 된다.자꾸 일이 꼬인다 생각을 하며 숙소에 왔는데 마침 인터넷 카페가 문을 열어 마감 1시간 반전에 과제를 메일로 보낼 수 있었다. 과제 하나 올리려 아침 내내 헤맸다.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길을 나섰다. 이제 겨우 골목 지리를 익혔는가 싶었는데 떠나니 아쉽기 그지없다.
마지막으로 라씨를 먹으로 블루 라씨로 향하는데 유난히 거리에 돌아다니는 소들이 많다. 나를 배울 해주려는 건가?^^
잠깐 딴 생각을 하는데 갑작스럽게 오토바이가 달려든다. 하마터면 부디 칠 뻔했다. 좁은 골목인데도 불구하고 오토바이는 경적을 울리며 사람들이 알아서 비켜주기를 바라며 험하게 다닌다.
라씨를 음미하는 동안 화장터로 향하는 시체들이 유독 많다. 이들이 믿는 대로 사후 세계와 환생은 정말 있는 것일까? 그건 살아있는 이는 확인 할 수가 없겠지..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4Km 캔톤먼트 기차역으로 가야 한다. 처음 바라나시에 도착했던 역이다. 자전거 릭샤를 알아보니 50Rp를 부른다. 이미 가격을 알고 있는데.. 25Rp를 부르는 릭샤에 타서 역까지 갔다.(그냥 30Rp 줌)
그제 가야(Gaya)까지 가는 티켓은 웨이팅이기 때문에 외국인 전용 티켓 오피스에 가서 좌석을 컨펌 받아야 한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역 전체에 전산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끊기기 일쑤고 그나마도 정전이 자주 돼서 계속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다시 시스템이 마비되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역 근처 ATM에서 돈을 뽑았다. 지난 인도네시아 여행 때는 국제 현금 카드에 문제가 생겨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인도에서는 한번도 막히지 않는다.
국외로 많이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시티은행 국제현금카드를 추천한다. 우리나라의 현금인출기와 마찬가지라 생각하면 되며 수수료가 붙기는 하지만 환전을 하는 것에 비하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흔히 외국 여행을 하면 달러나 유로로 환전을 한 후 여행지에서 달러를 현지 화폐로 환전하는데 2번 환전을 거치기 때문에 그만큼 수수료가 많이 붙는다. 무엇보다 현금은 실수로 잃어버리면 다시 찾을 수 없지만 국제현금카드는 잃어버리면 다른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되기에 크게 손해보지는 않는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시티은행 국제현금카드, 시티은행 국제현금카드 겸용 체크카드, 신용카드를 들고 갔으며 이 카드들을 배낭, 가방, 지갑에 분산시켜 혹시 있을지 모르는 도난에 대비했다.
결국 컨펌은 2시간 반을 줄을 선 끝에 받을 수 있었다. 어렵사리 내 차례가 온 것 가야에서 인도의 마지막 종착지인 캘커타까지 열차표도 구입했다. 가야에서 오후 9시에 출발하는 열차인데 분명 늦게 도착하리라...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는 거구.
가야까지 가는 3010번 기차가 오후 4시반쯤에 도착한다는데 예측대로 오지를 않는다.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1시간 정도 늦는다고 말한다.
플래폼에서 외국인 티켓 오피스로 가는데 50대쯤 되 보이는 분이 다짜고짜 나를 잡으며 자신은 신문기자라고 말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디카로 사진을 찍어주자 주소를 적어주며 사진을 꼭 보내달라며 꼭 기다리겠다고 한다.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 하긴 가끔 이런 분이 있어야 인도 여행이지.
결국 기차는 2시간 늦게 도착했다.
지루한 기차여행 이야기는 이번 여행에서는 식상한 주제거리가 되었다. 오늘은 유난히 안개가 짙게 껴 기차가 멈춰서는 시간이 길어진다.
오후 9시 반 도착 예정이었던 기차는 결국 5시간 늦어진 새벽 2시 반에서야 가야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