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5일(수)
오늘 일정은 나미브 사막을 가로질러 웰비스베이를 지나 스와코프문드까지 가는 것을 메인으로 정하고 만약에 시간이 된다면 Cape Cross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어제 천둥 번개가 치면서 춤을 추던 하늘은 아침이 되자 언제 그랬나는 듯 일출을 드러내 준다. 사막의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Solitaire country Lodge에는 주유소가 있는데 이곳에서 240Km 떨어진 웰비스베이까지 주유소가 없다고 들어 다시 만땅 채웠다. 만땅이라고 해봤자 11.63리터 86N$이다.
8시 15분 출발해 도로를 지나는데 다른 차량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도로 양쪽에는 야생동물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철조망이 쳐져 있는데 그걸 뛰어넘어 도로 쪽으로 넘어와 고립된 동물을 볼 수 있다. 동물들은 차량이 지나가면 어쩔 줄 몰라 하며 무작정 달리는데 덕분에 타조 한 마리와 시합을 할 수 있었다. 타조의 최대 속도는 시속 40Km인 것을 확인했다.^^
소스블레이처럼 모래사막은 아니지만 언덕과 바위산으로 이뤄진 장엄한 사막이 펼쳐진다. 오전 9시 30분 남회귀선(Tropic of Capricorn)을 통과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이미 2번 통과했지만 표지판이 있는 건 처음이라 차를 멈춰 셀프사진을 찍었다.
멋진 풍경에 차를 자주 멈춰 사진을 찍었다. 덕분에 진행 속도가 더뎠다. 이러면 안 되는데.. 정신 차리고 속도를 냈다.
9시 44분 길은 높은 지대로 이어진다. Gaub Pass인데 Gaub 강을 건너는 다리에 물살이 꽤 세게 지나가고 있다. 다리 끝 부분에는 물웅덩이가 있는데 속도를 크게 내서 빠지지 않고 통과했다.
산악 지역으로 들어서 오르막이 이어져 있는데 길 상태가 나쁘다. 10:25 아스팔트가 펼쳐져 속도를 냈는데 잠시 뒤 갑작스럽게 없어져 속도를 줄이지 못해 자동차가 많이 쿵쾅 거렸다. 11:08 오르막을 거의 다 올라오니 대지가 펼쳐진다. 비포장이지만 길상태가 좋다. 도중에 주변 풍광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몇몇 차량이 서 있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물구나무를 서는 모습을 한 나무가 신기하다. 독일인 여행자에게 나무 이름을 물어보니 독일어로 크코봄 나무라고 설명해준다.
이곳 160Km 구간은 길은 거의 일직선으로 나 있으며 간간히 보이던 동물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집은 아예 없지만 차량은 간간히 지나가는 편이다. 반대편 방향으로 나와 같은 차량이 지나고 있는데 스와코프문드나 웰비스베이에서 차량을 랜트해 가는 것 같다.
TV 광고를 보면 장엄한 사막을 가로질러 가는 차량의 모습을 헬기에서 찍은 영상이 기억나는데 그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이다. 80Km~100Km 속도로 사막을 관통했다.
13:00 웰비스베이 시내 도착했다. 웰비스베이(Walvis Bay)는 스와코프문드 남쪽 30Km 지점에 있으며 독일이 이곳 지역을 남서아프리카 식민지로 삼기 전부터 영국이 보급항으로 점령하고 있었다. 때문에 1990년 나미비아가 독립했어도 남아공에서 1992년까지 이곳을 점령을 하다가 돌려주었다. 남아공은 1차 세계대전에 독일령이었던 나미비아를 점령해 자신의 영토로 삼으려고 했지만 국제사회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웰비스베이는 그런 남아공의 집착의 마지막 끈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볼 것은 사막과 인접한 항구라는 것과 Dune7 정도이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 마켓에 들러 먹거리를 사고 나오는데 한 청년이 동양인인 내가 차량을 몰고 다는 것이 신기한지 차량을 2000N$에 팔라고 헛소리를 한다. 바로 무시~
Dune7은 사막을 질주하는 쿼더바이크로 유명하다. 가보니 30분에 180N$, 45분에 220N$.. 돈도 넉넉지 않고, 시간도 없어 바로 패스했다.
곧장 스와코프문드로 향했다. 바다와 사막이 바로 이어진다. 해골 해안(Skelton Coast)은 본래 스와코프문드의 스와코프강 북쪽부터를 74Km를 지칭하지만 나미비아의 해변 전체를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이곳은 바다와 사막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불모지이다. 바다에서 조난을 당해 해변까지 헤엄쳐 와도 곧장 물이 없는 사막이라 살아남기가 불가능해 해골 해안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여졌다. 사막 바로 옆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으며 바다에는 화물선이 여러 대 떠 있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해변 곳곳에 텐트를 치고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이 보이는 한편 사막으로는 쿼더바이크를 즐기는 모습이다.
스와코프문드는 독일 식민지 시대에 건설되었으며 지금도 나미비아의 주요 항구이다. 이곳은 나미비아 사람들의 피서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먼저 옛 부두였던 The Jetty 근처에 차를 대고 걸었다. 1905년 나무로 세워져 1911년에 철로 보강 된 500m의 옛 부두인데 지금은 부두 시작부분과 끝부분은 레스토랑으로 이뤄져있다. 부두 끝에서 해변을 바라보니 모래 폭풍의 영향으로 해변 부근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다음은 스와코프문드 박물관(학생할인 15N$) 빈트후크 박물관은 무료인데 이곳은 입장료가 있다. 대신 박물관 수준은 훨씬 좋다. 독일 식민지 시대의 역사에 관한 전시가 되어 있으며, 나미비아에 서식하는 각종 동물이 박제되어 있다. 특히 옛 치과 기구들이 전시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박물관 앞 편에 있는 해변에 있는 The Mole에 갔는데 흑인 커플이 같이 사진을 찍자고 청한다.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었다.
웰비스베이와 스와크문드에서 서두른 이유는 바로 케이프 크로스(Cape Cross)로 가기 위함이다.
오후 4시 출발해 해변의 북쪽으로 달렸다. 도로는 아스팔트로 잘 포장이 되어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차량과 사람의 숫자는 북쪽으로 갈수록 점점 작아진다.
케이프 크로스는 나미비아에 첫발을 내디딘 최초의 유럽인인 포르투갈 탐험가인 디에고 카오(Diego Caõ)가 왕에게 바치는 것으로 이곳에 2미터(6.5피트)높이의 십자가를 세웠다. 십자가는 1893년 한 독일인 항해자가 십자가를 독일로 가져갈 때까지 400년이 넘게 세워져 있었다. 그 다음해에 그곳에 복제품이 세워진 유서 깊은 곳이지만 5만마리가 넘는 케이프 물개들의 서식지로 더 유명하다.
130Km를 달려 케이프 크로스에 도착했는데 입구에 문이 닫혀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지..
어제 무리하게 사막을 걸어 물집이 잡히기는 했지만 빠른 걸음으로 막 문을 잠그고 숙소로 돌아가는 관리원(여자임)을 따라잡았다. 관리원에게 이곳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으며 내일 빈투후크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오늘 꼭 이곳을 관람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며 물집이 크게 터진 왼쪽발을 보여주었다.
관리소에서 물개 서식지까지 3Km 떨어져 있는데 관리인은 걸어서 가는 것을 전제로 허락해준다.(입장료 40N$) 3Km 되는 도로로 가지 말고 해변으로 걸어가면 15분이면 도착할거라며 발의 상처에 친절하게 밴드를 붙여준다.
해변을 가로질러 물개 서식지로 가는데 주변에 죽은 물개들이 꽤 많은데 냄새가 역하다. 장엄한 생명의 현장에는 이렇게 죽음이라는 뒷 세계가 있다.
물개 주변으로 가니 놀란 물개들이 바다로 뛰어든다. 막 하루 일상을 마친 물개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는 없다. 가까이 가지 않고 멀리서 관찰을 했다.
수많은 물개들이 내는 소리와 생존의 동작들을 볼 수 있다. 척박한 이곳에 모여 삶을 이어가는 물개들의 모습에서 생명의 신비와 지속성에 경의를 표한다.
돌아가는 길에 발 상처가 걱정 된 직원이 게이트 입구까지 차로 태워다 준다. 친절함에 감동했다.
차량을 렌터하면서 보려고 했던 것을 초과 달성했다. 이제 빈트후크로 돌아가는 일이 남았다. 빈트후크로는 두가지 길이 있는데, 두 길은 합쳐지는 길이다. 하나는 스와코프문드까지 아스팔트길로 가서 최고급 도로인 B2 도로로 편하지만 320Km이고, 하나는 사막길을 가로 질러야 하지만 120km를 가는 길이다. 당연히 후자를 선택했다.
Henties Bay까지 내려와 곧장 사막 도로로 들어섰다. 거의 일직선 도로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도로 상태가 안 좋은 구간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해변에는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끝없는 도로를 달리다보니 일몰 태양이 보인다. 잠시 멈춰 일몰을 감상했다.
어둠이 깔리고 전조등만 의지한 채 이곳 구간(100Km)을 지나는 동안 마주 오는 차량은 딱 두번 봤다. 멀리 떨어진 10Km에서도 전조등이 보일 정도로 평평한 사막이다. 사막을 계속 가로지르다보니 사막도로로 들어선지 90Km 정도에서 오르막이 이어진다.
숙소는 평원에 솟은 산인 스피츠코프(Spitzkoppe) 자락에 있는 Spitzkoppe Rest Camp로 정했다. 도중에 갈림길이 있는데 Spitzkoppe 방향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론니플래닛에는 D3716 도로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갈림길은 D1925이기 때문이다. 고민을 하다가 론니 지도상에는 갈림길이 산을 지나서인데 아직 오르막인 걸 봐서는 산을 오르는 중인 것과 도로명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 지나갔다. 내 생각이 맞았는지 곧(한 5Km?) D3716 도로가 나타났다.
D3716도로로 한참을 달리니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에서 Spitzkoppe Rest Camp를 물으니 조금만 더 가면 된다며 방향을 알려준다.
Spitzkoppe Rest Camp에 도착할 무렵. 개울을 지나는데 차가 개울 모래에 빠졌다. 아무리 빼내려고 노력을 해도 빠지지 않는다. 이런 일이 나에게도 생기는 구나.. 이 차는 렌터카라 내일 돌려줘야 하는데 어떻하지?. 머릿속이 하얗게 질렸다. 차량을 빼내려다가 구정물이 시트까지 들어왔다. 안까지 지저분해지다니..
30분을 이리저리 노력해도 차는 빠지지 않는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기는 걸까? 결국 캠프에 올라가 도움을 청하니 마침 직원 친구들이 차를 몰고 내려가는 중이었다.
직원은 놀란 나를 안심시키며 1인당 50N$를 수고비를 줄 것을 요구한다. 지금은 액수를 따질 때가 아니다. 다행히 로프를 이어 차량을 빼냈다. 차량은 구정물을 뒤집어썼지만 그래도 상한 데는 없었다.
많은 사람이 도와줘서 수고비로 200N$를 줬다. 이 사람들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직원은 놀란 나를 안심시키며 방갈로에서 잘 경우 120N$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돈이 충분치 않다고 하니 60N$ 내고 잘 수 있도록 허락한다.
씻지도 못한 채 방갈로에서 잠을 청하는데 개울 주변의 차가 걱정이 되었다. 간혹 차량의 부품이나 바퀴를 빼 갈 때도 있다는데.. 이미 차가 방치 된 것을 많은 사람이 봐서 동네에 알려졌으리라 결론에 이르렀을 때 방갈로에서 나와 차로 갔다. 차에 가니 차창이 열려 있다. 아까 그만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차에 침낭을 깔고 잠을 청했다. 오늘 많은 것을 경험했지만 막판에 차가 빠져 정신이 쏙 빠진 하루였다.
1월 6일(목)
간 밤에 꿈을 꾸었는데 세차를 열심히 하는 꿈을 꾸었다. 덕분에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물병과 수건으로 간단하게 세차를 시작했다. 바로 앞에 해발 1728m인 스피츠코프산이 우뚝 솟아 있지만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늘 차량을 반납해야 하는데 과연 무사히 반납할 수 있을지.. 만약 차량에 이상이 있으면 막대한 손해를 입는다.
1시간 반을 개울물로 세차를 했는데 안에 있는 모래가 다 빠지지 않는다. 일단 빈트후크에 도착해서 세차하기로 했다.
오전 7시 44분 출발하는데 어제 빠졌던 왼쪽 바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정말 이상이 있는 걸까? 다행히 바퀴와 주변의 모래를 제거하니 소리가 점점 없어지며 나중에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20분을 달려 B2 도로와 합류했고, 마트에서 마실 거리를 사 갈증을 해결했다. 곧장 빈트후크로 향했다. 3시간을 더 달려 11시가 가까워 빈투후크에 도착했다.
시내에 들어서자마자 주유소가 보이며 세차장이 보인다. 세차장에 차를 세워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주유소 마트에서 아침거리를 사서 요기를 했다.
세차는 안까지 풀로 하면 60N$이다. 세차원이 열심히 세차를 할 때 나 역시 같이 세차를 했다. 다행히 차량 외관에 큰 이상은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량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세차를 마치고 기름을 가득 채워(반납 규정)이다. 렌터카 회사에 차량을 반납했다. 다행히 정상 반납이 되었다.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3일간의 여행에 렌터비 1245N$+기름값 N$490가 놔왔다. 혼자 여행이라 부담이 크기는 했지만 그만큼 마음껏 돌아다녔다. 3일간 이동거리만도 1400Km이다.
내 집 같은 카멜레온 백패커스에 돌아오니 점원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백패커스에서 독일인 여행자 알렉스는 반갑게 날 맞아주면서 렌터카가 비싸다며 투덜댄다. 전화 내용을 들어보니 나와 비슷한 수준의 차량을 800N$에 부른다.
곧장 샤워를 하고 시내에 나가 다음 목적지인 보츠와나로 가는 차량을 알아보았다. 관광 안내소에서는 곧장 가는 차량은 1250N$를 안내해준다. 남직원에게 비싸다고 하니 별 관심 없이 다른 관광객과 상담한다. 친절한 여직원이 국경 도시까지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교통편을 안내해 주었다.
숙소에서 빨래를 하고 오후 내내 정비를 하며 보냈다. 왼편 발에 난 엄지발가락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며 여행기를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