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나의 대학생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연극... 그 중심에는 동아리 '극회석우'가 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이미 고등학교때부터 해온 연극 동아리를 할려고 마음을 먹은 상태에서 들어갔다.

그로부터 6년... 그 동안에 군대에 가서 활동을 하지 못했던 시기를 제외하고 나면 항상 극회석우는 나의 학기중의 생활의 분주하게 하는 하나의 요소로소 자리 잡았다. 물론 좋은 요소로서^^

그렇지만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여행처럼 연극도 기록에 남겼으면 좋았을거라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그래서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작년 OT공연, 워크샵 연출에 이어서 올해 역시 4학년이라는 편견의 벽을 깨고 워크샵 연출을 맡았다.

연출인 나와 두 지혜, 경은, 정화, 혜영, 선희, 경원, 준현, 철성이 귀여운 9명의 새내기와 함께 워크샵 공연을 할 것이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연출의 입장에서 느끼고 반성해야 할 것과 연극준비의 전 과정들을 여기 연극일기에 기록 할 것이다.

여행페이지와는 달리 최신 날짜일수록 위로 올라가는 형태로 꾸며보았다. 아무래도 자주 이 페이지를 보는 이에게는 밑으로의 기록은 번거롭기 때문이다. 최초의 시도이니 만큼 좋은 기록으로 남았으면 한다.

03년 5월 28일(수)

드디어 2번째 공연이다. 오늘로서 모든 극회석우의 일정이 끝난다. 1학기의 시작은 극회석우에서 시작되었고 1학기가 끝나는 시점까지도 극회석우와 함께였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 공연도 리허설만큼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힘든 공연을 함께 올리고 관객들에게 호흥을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 될 것이다.

모두가 뒷풀이를 가야 하지만 발표가 있는 3학년은 곧바로 집으로 가야 했다.

이로서 4월 10일부터 계속된 연극일기는 막을 내린다. 훗날 졸업을 하고 현직에 나갔을 때 대학생활이 그리울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 다시 이 연극일기를 보았을 때 환한 미소가 나의 얼굴을 뒤덮을 것이다.

27일 첫째날 공연전 미진이가 형범이에게 분장을..

첫째날 공연이 끝나고..

둘째날 공연전 발성을 하는 모습

훌륭하게 음향을 수행한 준현이

자그마한 실수가 있었지만 열심히 한 정화

연속 2일 캠으로 공연을 찍은 나

둘째날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극회석우 39번째 생일 축하.. 준현이가 샴페인 터트리기 직전

버클리에서 포즈를 취하는 정기공연팀

2학기의 주역이될 새내기들

오늘 하루종일 지혜의 파란안경 가지고 놀렸다. (간첩같다구ㅋ)

새로 들어온 문희와 건장한 준현이.. 쪼까 어울린다.

정화의 젓가락이 정확히 지혜의 입을 가린다.. 신기..

정화와 나.. 특이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03년 5월 24일(토)

워크샵이 끝나고 나서 이제 정기공연을 준비해야 될 시기가 왔다. 너무 워크샵에 치중한 나머지 정기공연준비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리허설 전날인 금요일까지도 음향이 준비 안되었으니.. 일단 금요일에 맹연습을 했다. 오전 7시까지의 연습.. 다들 졸려하고 힘들어 했지만 선배들이 지켜보는 리허설을 위해서는 다 같이 노력을 해야 됬다.

리허설도 순탄한건 아니었다. 공연 5일전 국어과에서 일방적으로 세미나를 한다면서 108을 비워달라고 했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 아무리 중요한 행사라지만 사전 예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다니.. 크게 여론화 시키고 싶었지만 극회 3학년이 전부 국어과이므로 일단 참기로 했다.

6시30분에 비워준다는 국어과의 약속은 공연시간인 7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끝냈다.. 선배들한테 양해를 구하는 수밖에

공연은 결국 8시 반이 되어서야 시작되었다. 다음학기때 그러한 일이 있으면 정말이지 가만 안 있을거다.

리허설 공연은 잘 되었다. 음향과 조명을 맡은 1학년들도 정말 잘 했고 배우들도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하였다.

리허설이 끝난 다음은 졸업 선배들과의 시간이었다. 오늘 역시 산장으로 가서 거하게 놀았다.

첫장면.. 큰댁과 작은댁이 처음 대면하는 장면

작은댁 할머니와 손녀와의 대화

작은댁이 큰댁에게 매 맞는 장면

창경원 나들이

작은댁과 서방의 아픈 사랑

작은댁의 절망

6.25의 혼란의 와중에서 자살하는 큰댁

큰 댁이 죽은후 절망하는 장면

두 아줌마의 수다

혼자서 슬퍼하는 귀빈네

딸과 작은댁과의 만남

술취한 진범이와 작은댁..

죽기직전의 할아버지

힘든연기를 잘 소화한 정기공연팀

03년 5월 19일(월)

오늘은 공연날이다.. 작년 워크샵 연출을 맡았을 때 공연날은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렇지만 올해는 다르다 크게 걱정되거나 긴장되지는 않는다. 그저 시간이 지나가는걸 즐기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108로 갔다.. 그런데 윤리과가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성년의날 예절 수업이라나.. 분명히 5월말까지는 극회에서 빌리기로 했는데..

7시공연인데 5시가 넘도록 수업을 하고 있다. 수업을 진행중인 이종훈 교수님께가서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자기는 6시까지 빌리기로 되어있다며 할말있으면 학생처에 가서 하라고 한다.

극회사정을 이야기 하고 설득도 해봤지만 교수님은 교수의 권위를 내세워서 자기랑은 아무상관없다고 한다. 90년대까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았던 권위주의를 2000년대 춘천교대에서 느끼는 순간이다.. 휴.. 아직 우리학교는 가야할길이 멀다는 것을 느꼈다.

학생처를 가니까 거기서도 곤란해 한다. 어쩔 수 없이 108 사용승인을 해주었던 모양인데 우리 공연이랑 겹치니까 많이 미얀해 한다. 유기재선생님께서 교수님한테 빨리 끝내달라고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하셨다.

일단 강의동205호에 다들 모여서 분장을 했다. 정기공연팀은 간식도 사오면서 후배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7시.. 모든 준비가 끝나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관객이 많지 않았지만 점점 늘어났다.

공연은 그 어느때보다 최고였다. 역시 우리 워크샵팀은 실전에 강하다.. 리허설 때도 대사를 틀리고 그랬는데 실제 공연때는 하나도 안틀리고 해냈다. 내가 맡은 조면이 2개정도 틀리기는 했지만..

이제 끝났다.. 워크샵도 막을 내리고... 뒷풀이도 빠방하게 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올린 공연.. 나를 비롯한 모든 극회구성원들에게 값진 추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열심히 기도를 봐준 예쁜 아줌마들 ^^

재현이형과 그 후배.. 글구 현정이

공연직전 마지막으로 발성을 하는 모습

공연이 끝나고 워크샵팀 다 같이..

모든 극회인들이 찰칵..

아쉬움을 뒤로한채...

03년 5월 18일(일)

드디어 리허설 날이다.. 오후 3시에 모여서 준비를하고 공연을 하기전에 한번 맞춰 보았다.. 실수는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틀린부분이 나올 때 대처하는게 미숙하다. 음향을 맡은 미진이가 음식을 하느라 오지 않은관계로 나 혼자서 조명과 음향을 조절했다.

5시가 되자 정기공연팀이 왔다. 분장을 해주기 위해서이다. 이제부터는 내가 할 일은 없다.. 그저 옆에서 분장을 하는걸 지켜봐줄뿐..

7시가 되자 공연을 시작했다. 이제 내가 발성을 직접 시키지는 않는다. 형범이가 다 알아서 하기 때문이다.

공연은 시작되었고, 미진이와 난 조명실에서 웃으면서 지켜보았다. 장면장면마다 2,3학년들이 많이 웃어주어서 좋은 리허설이 되었던거 같다.

자.. 이제 공연이 하루앞으로 다가왔다. 내일이 정말 기대가 된다.. 그리고 이 일기도 이제 얼마 안남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 날짜에 공연을 하게 되서 정말 뿌듯하다.

선희가 분장하는 모습.. 옆에 상록이도 보인다

기초화장을 마친 지혜.. 밀까루 뒤집어 쓴거 같다

노래방책 펴놓고 노래 고르나?

분장중인 정화

웃으며 즐겁게 분장을 하는 모습

점점 아줌마로 변하는 지혜 ㅋㅋ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극회 4학년들

첫 번째 파출소 신

시의원과 소장이 부정을 저지르는 장면

시의원과 전선생이 담배를 나눠피는 모습

맥주집에서 수다를 떠는 장면

선생한테 얻어맞는 불쌍한 형범이

홍마담과 실랑이중인 변태 상록

택시기사의 애처로운 모습

분기기 전환을 꾀하는 전선생

목사를 때리기 직전.. 뒤에서 노상방뇨를 하는 전선생과 택시기사

귀싸대기 결의를 하는 장면

불법전단지를 보고 분노하는 홍마담

맞기만 하는 상록이..

관객을 향해 욕을 한후의 여순경

신세한탄하는 소장

사내와 여순경의 실랑이

관객참여.. 나와 현정이가 올라갔다.

전선생을 취조중인 여순경

따돌림받기 시작하는 시의원

시의원에게 당당한 청년

시의원을 따돌리기 시작한 귀싸대기 닷컴

서로 싸우고 난 후 허탈해하는 모습

마지막정리를 하는 여순경

커튼콜..

커튼콜 마무리..

형범이의 의상을 입은 혜선이

즐겁게 공연을 한 워크샵팀

여러모로 수고한 정기공연팀

03년 5월 17일(토)

자 이제 리허설이 하루앞으로 다가왔다. 아마 배우들도 조금씩 긴장이 되겠지.. 약속대로 4시에 가니까 선희를 빼고 다 제시간에 왔다. 선희는 의상을 빌리러 다니느라고 이리저리 분주한 모양이다.

정화는 어제 빌려온 경찰복이 맞지 않아서 난방이랑 치마를 발린 모양이다. 난방에 견장을 달고 있었다.

선희가 오자마자 연습을 시작했다. 먼저 형범이에게 발성을 배우들한테 시키라고 했다. 난 그동안에 음향을 준비해야지.. 알아서들 발성을 잘 한다.

미진이가 오지 않은관계로 조명과 음향을 한꺼번에 내가 조정했다. 원래는 불가능한 작업이지만 조명과 음향의 변화가 크지 않으므로 어느정도 볼 수는 있었다.

낮이라서 그런지 어제보다는 집중력이 떨어졌다. 연습을 할 때 난 거의 개입을 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배우들의 자유의사에 맡길뿐 자신의 배역에 대한 고민은 자신이 하도록 한 것이다.

대신 연극의 기초적인 것 무대 매너라던지 발성이라던지 발음은 지적해주는 편이다.

연습이 시작되고 1시간이 되니까 미진이가 왔다. 음향 임무를 교대 해주었다. 아직 대사를 까먹는 부분이 있고 연기도중에 웃는게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실전에서는 잘하리라 믿는다.

1번 연습이 끝나고 미진이가 김밥과 떡볶이를 쐈다. 먹자마자 다시 연습에 돌입..

2번째 연습도 무난하게 진행했다. 이제 크게 손볼 것도 없구.. 다들 잘한다. 연습이 끝나자 8시가 잠깐 넘어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리허설이군.. 아직도 미흡하고 준비가 안된게 많은데.. 그래도 잘 하리리 믿는다.

내 방에 들어오자마자 뻗었다. 피료가 많이 쌓은거 같다..

지혜는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정화는 의상에 견장을 달고 있다.

든든한 극회남자들.. 워크샵 공연은 여자 보다 남자들이 더 많다.. 아마 내가 입학해서 처음인듯..

무대에서 발성을 하는 모습.. 지혜가 신발을 벗고 발성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형범이 주도로 발성을 할 때 뒤에서 그 모습을 찍어보았다.

홍마담 지혜.. 의상이 좀 얌전해서 걱정이다.

조명실에서 찍은 모습.. 사뭇 분위기가 난다.

03년 5월 16일(금)

오늘은 실과애들만 수업이 있는 관계로 오후 2시에 모이기로 했다. 그 전에 정화의 의상 때문에 분주하게 뛰어다녀야 했다. 먼저 춘천경찰서에 전화를 하니까 옷을 빌려줄 수는 있는데 학교 직인이 찍힌 공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단 학생처에 갔다. 단시간에 공문이 나오는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학생처 분들이 나의 사정을 듣고 나서 흔쾌히 공문을 작성해 주시는 것이다.

2시에 108에 가니까 준현이가 가장먼저 왔다. 준현이와 함께 무대장식에 쓸 락카를 사러 갔다. 같이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하니까 어제 준현이가 여자친구랑 헤어졌다는 것이다. 크게 가슴이 아프거나 그런건 아닌데 다른사람들이 시선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어제 무대를 옮길 때 그런일이 있었나 보다. 준현이한테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 준현이가 우울해 있을 때 같이 우울한 것 보다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게 좋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약간 준현이를 놀리면서 내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3시쯤에 학생처에 가니까 공문이 완성되어 있었다. 무대꾸미는 것은 배우들에게 맡기고 나와 정화는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에 가자.. 보급담당을 하신 분께서 무척 친절하셨다. 그저 셔츠와 바지만 빌릴려고 했는데.. 이렇게 공문이 내려올 경우에는 모든 복장을 다 빌려주게 되어있다고 하셨다. 모자, 권총집이 달린 순찰용 허리띠, 견장... 심지어 단추까지 주셨다.

정말 고맙기만 하다. 제일 작은 사이즈로 골랐는데도 정화한테는 큰 거 같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목이마른 관계로 음료수를 사들고 마시면서 택시를 잡았다.

음향도 어제 맞춰왔고 무대는 어느정도 된거 같은데.. 조명이 아직 꽝이었다. 형범이보고 맡쳐보라고 했지만 조모임 때문에 많이 바쁜가 보다. 할 수 없이 혼자서 맞춰야지..

형범이가 없는 관계로 파출소신을 제외하고 연습을 시작했다. 장면장면마다 음향과 조명을 조절하고.. 배우들 움직임에 따라 무대까지 와서 계속 조명을 맞추었다.. 정말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명은 어느정도 맞추고... 형범이도 와서 파출소신을 따로 연습하니까 5시가 되어 있었다. 다들 피곤하고 배고픈 모양이다. 이럴 때 밥이라도 사줘야지.. 바로앞 못난이 분식에서 즉석떡볶이를 쐈다.

7시까지 잠시 쉬라고 하고.. 난 체육관으로 향했다. 농구부 ACE랑 루키랑 시합이 있기 때문이었다. 마침 ACE 농구복이 새로 나와서 시험삼아 입어보고 농구도 뛰었다.

7시에 다시 가니까 다들 108에서 잠들어 있다. 많이 피곤했나 보다.

다시 연습 시작.. 이번에는 음향을 맡은 미진이가 왔다. 미진이에게 음향을 가르칠겸 다시 연습에 돌입.. 이번에는 정말 공연하는 것처럼 음향과 조명을 같이 맞추면서 했다. 분위기가 조성되니까 배우들이 사뭇 진지해진다.

연습을 하는 도중에 경진이형이 왔다. 경진이형은 잠깐 연습하는걸 본후 다시 갔다.. 경진이형이 뺨을 때리는걸 시범으로 보여주는데 내 뺨을 엄청 세게 때렸다.. 우쉬.. 아무리 연기라지만 아파 죽겠네..

조명인 경신이가 안와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경신이에게 전화를 하니 4시쯤에 전화를 할 때와 태도가 완전히 돌변해 있었다. 기분나빠서 조명을 안한다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7시에 왔었는데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무슨소리지? 108에 배우들이 쭉 있었는데 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또한 어제 내가 장난으로 한 이야기가 거슬렸고, 극회에 들어올 생각 없다고 한다.. 전화로 들으면서 참으로 한심하고 구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 하면서 까지 조명을 보기 싫으면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말도안되는 변명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번 연출을 하면서 참 여러명한테 배신을 당하는군.. 난 그냥 전화를 끊었다. 조명은 내가 보면되니까..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걸었던 경신이에 대한 기대가 이제 실망으로 변했다. 내가 전화를 끊는 순간은 이제 경신이와 극회와의 인연이 완전히 끊어진 것이다.

사실 경신이는 처음 들어왔을 때 제일 아낀 후배중에 하나였다. 때문에 작년 2학기 정기공연때 기획으로써 무책임하게 일방적으로 나갔을 때에도 난 언젠간 경신이가 돌아올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경신이 성격상 연극을 무척 하고싶어 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궂이 조명을 보라고 했던건데.. 극회와의 인연을 맺어줄 노력이 이제 허사가 되었다.

앞으로는 절대 경신이를 받지 않을 것이다. 아마 자신도 알고 있겠지

마지막으로 조명과 음향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연습을 끊지 않고 해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한다. 옆에서 음향을 하던 미진이도 감탄을 하는 것이다. 이대로 공연에 올려도 괜찮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연습이 끝났다. 모두들 피곤한 몸으로 집으로 향했다. 이제 리허설은 2일남고 공연은 3일남았다.. 이렇게 힘든 시기들이 모두들에게 값진 추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자 이제 화이팅!!!

내가 조명을 맞추고 있는 모습.. 사다리가 없어서 교탁을 이용했다.

무대를 꾸미고 있는 모습.. 정성껏 꾸미고 있는모습이 보기 좋았다.

잠깐 왔다간 경진이형.. 연습끝나고 잠시 맥주한잔 걸쳤다.

무대와 조명이 갖춰지니 배우들이 더 연기에 몰입했다.

03년 5월 15일(목)

어제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계속되는 연습 탓인가 모두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거 같았다. 의욕도 많이 없구.. 또한 주크공연을 본 직후이기 때문에 집중도 잘 안되었다 때문에 간단하게 연습을 하고 끝냈다.

오늘은 실과 3인방은 수업이 있는 관계로 남자들만 7시에 모이기로 했다. 무대를 대충 설치해야 되기 때문이다.

7시에 동방에 가니까 역시 아무도 없다. 일단 혼자서라도 무대를 옮기기 시작했다. 좀있으니 준현이한테 문자가 온다. 농구하느라 30분에 온다고.. 하늘같은 선배가 혼자 옮기고 있는데..

7시반이 되니까 철성이한테 전화가 온다. 준현이랑 둘이서 밥먹고 온다고.. 이것들이 장난하나.. 나도 굶었고 혼자서 옮기고 있으니까 알아서들 하라고 하며 끊었다. 나 역시도 밥안먹고 무대를 옮기고 있었다. 근데 진짜 밥먹으로 갔나보다.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데.. 그래도 일단 무대를 옮기고 봐야지.

7시 40분 정도에 무대를 거의 다 옮겼을 때 지혜랑 선희가 왔다. 원래 9시까지 수업인데 도와줄려고 일부러 땡땡이 쳤다는 것이다.

그 뒤에 상록이랑 정기공연 팀들이 오고, 7시에 모이기로 했던 철성이와 준현이는 8시가 넘어서야 어슬렁어슬렁 온다. 그러면서 왜 같이 옮기자면서 나 혼자 옮기냐는 식으로 말한다.. 순간 주먹을 준현이 얼굴에 날리고 싶다는 욕망이 몰려왔지만 공연이 얼마 안 남은 관계로 일단 참기로 했다.

혼자서라도 일찍일찍 행동한 덕분에 무대를 거의 다 만들 수 있었다. 할 게 많다. 무대도 맞춰야하고 조명도 맞추고, 음향도 아직 완성이 안되었다. 왜 나혼자 해야되는건지..

이리저리 바삐 돌아다니면서 준비하는동안 배우들에게는 연습하라고 지시를 했다.

조명을 맞춰야 되는데 조명실 문이 잠겨있다. 불친절하기로 소문난 박기사가 아예 못들어 오게 위아래문까지 잠궈 버렸다. 공연 며칠 안남기고 박기사랑 신경전을 벌이기 싫었다.

일단 조명실 창문문을 부시고 들어갔다. 그리고 조명을 맞추기 시작했다.

조명을 맞추다 보니 10시 반이 넘어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은 다들 수업이 일찍끝나니까 일찍 모여 준비하기로 했다.

다 같이 무대를 설치하는 장면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요령을 가르쳐 주고 있다.

열심히 무대 만드는척 하지만.. 사실 연출^^

무대위에서 연기

03년 5월 11일(일)~12일(월)

5월 11일

금요일에 경진이형과 극회식구들과 술을 새벽 4시까지 마시다가 어쩌다 묻혀서 경진이형이 근무하는 화천 사창리까지 가게 되었다. 토요일 오후 1시까지 잠자다가 그다음은 경진이형과의 시간.. 근처의 계곡과 명소들을 돌아다니고 회와 삼겹살등.. 오랜만에 몸보신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현직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일요일 아침 7시반.. 춘천행 버스에 몸을 싣고 춘천으로 향했다. 사창리에서 춘천으로 가는길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아름다운 길이었다.

화창한 일요일이지만 바쁜생활을 자처하는 나로서는 빠듯한 일정에 지내야 했다. 자취방에 도착하자마자 그동안 밀린 연극일기를 정리를 했다.

1시 반에 명동에 있는 마임의 집으로 갔다. 5월 28일부터 열리는 마임축제 참가를 위해 마임교실 식구들과 청각장애어린이와 함께 위도로 가서 마임연습을 했다.

6시에 다시 석사동으로 돌아오고.. 곧바로 108로 향했다.

학교로 향하던 도중 지혜에게 문자가 왔다. 연습이 임박해서 문자가 오면 항상 떨리는 마음으로 받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이 연습을 참가하지 못한다는 문자이기 때문이다.

108에는 형범이가 먼저 와 있었다. 새내기들보다 더 열정적인 형범이의 모습이 대견했다. 역시 회장 답군.

곧바로 정화가 왔다.. 그런데 그 뒤로 아무도 오지를 않는다. 음.. 좀 아쉬운 상황이기는 해도 오히려 그동안 연습이 부족했던 정화와 형범이를 위한 시간으로 쓰기로 했다.

먼저 무대를 간단하게 갖춘 후 연습을 시작했다. 1장부터 연습을 하면서 하나하나 세세하고 고쳐갔다. 연습을 하는 도중 상록이와 선희가 왔다.

정화는 대본을 잘 외운거 같지만 정해진 부분에서는 자신없어 한다. 배우는 무대위에서 연기를 하면서 대사를 외우고 감정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연습이 부족할 경우는 이 둘을 매치하기가 힘들다. 이런점에서 정화가 힘들어 하는거 같다.

특히 사내로 나오는 부분의 긴대사는 정화에게 벽으로 느껴지는가 보다. 대사 말하기에 급급해서 감정이 무너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계속 같은 부분에서 틀려 어쩔줄 몰라하는 정화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냥 싱긋 웃는거 뿐이다. 스스로 극복할 때까지 기다려주는게 최선이다.

연습이 끝날 때쯤에는 정화가 변해있었다. 행동선은 물론 리액션까지 다른 배우들에 비해서 많은 발전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대견해서 계속 칭찬을 해주자.. 정화는 자기를 위로하기 위한 칭찬으로 알고 숙쓰러워 한다.

비록 파출소신과 상록이가 나오는 신만 연습했지만 오늘의 연습 결과에 대해서는 만족을 한다. 오늘의 연습은 다른때와 달리 향상시키는게 목적이 아니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연습이었다(이 말뜻을 이해하는이는 거의 없을듯^^). 많은 발전을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오늘 나온 배우들에게 저녁을 쐈다.. 요즘에 후배들에게 많이 사주지만.. 과후배들에게 쏘는 것에 비하면 극회후배들에게 쏘는건 하나도 아깝지 않다.

5월 12일

이제 공연은 1주일.. 리허설은 6일 앞으로 다가왔다. 배우들도 알고 있는 탓일까.. 연습이 시간이 되고 10분도 안되서 배우들이 모두 다 모였다. 음.. 감동의 물결

발성, 발음 연습을 하고 곧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낮에 연습하는거라 그런지 다들 어수선해 하는 분위기이다. 어제 맹연습을 했던 정화와 형범이를 제외하고는 평소의 연기력을 기대할 수 없었다.

6시가 되자 준현이와 형범이가 회의가 있어서 가봐야 된다고 한다. 실과 3인방(?)도 국악공연을 보러 가야 하구.. 때문에 다시 9시에 만나기로 했다.

정화의 의상을 위해 지혜, 선희, 정화와 석사파출소로 갔다.. 파출소에서 대답은 NO.. 내일 춘천경찰서로 가야겠다.

9시에 다시 모여서 각자 팜플렛에 들어갈 소감을 작성하고 대자보를 만들었다.

스텝쪽도 슬슬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경신이가 조명을 봐준다고 한다.. 오랜만에 들리는 낭보이다. 음향은 미진이 시키면 되겠고..

대자보를 만드는 도중 철성이가 '우리에게 홈페이즈를 알려주지 않는건 우리 욕을 써서 그렇죠?라고 물어본다. '아니, 거기에는 내가 힘들어 하는 것도 있거든.' 그러자 철성이가 '형 힘든거 다 알아요.'라고 한다. 한번도 배우들에게 인상쓰거나 힘들어하는 표정을 나타낸적 없었는데.. 나의 포커페이스에 문제가 있나?

내일까지 의상을 가져오라고 했다. 공연이 1주일이 남은 것 치고는 널널한 하루이기는 했지만 가끔 이런 여유를 갖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집에 가서 어서 음향이나 완성시켜야 겠다.

모든배우들이 모여서 발성, 발음 연습을 하는 모습.. 조명실에서 찍었다.

파출소신.. 어제의 맹연습으로 많이 늘었다.

맥주집신..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안좋았다.

상록이가 이부분을 처음 연습하는 바람에 반복해서 오줌누는신을 연기해야만 했다(약간의 의도도 있었음ㅋㅋ)

대자보를 만드는 모습.. 사뭇진지하다

화창한 일요일 나무위에서 찍은 사진

03년 5월 7일(수)~9일(금)

5월 7일

미진이에게 문자가 왔다...갑작스러운 배역이 무척 부담스러웠나보다... 이제 공연은 어쩌지.. 그냥 포기할까? 아니면 다른작품을 할까? 공연은 연기해야 되나..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일단 대본을 수정하는 방향이 그나마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오는 가운데 대본 수정을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준현이를 만났다. 대본을 수정한다는 말에 준현이도 같이 따라와서 수정 작업을 했다.

대본을 수정하다 보니 최여사의 비중이 생각처럼 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준현이랑 같이 이리저리 수정을 하고 맞추고 하다 보니까.. 연습시간은 4시반이 되어 있었다.

무대적응을 위해 108에서 연습을 시작했다. 일단 배우들에게 대본 수정을 하면서 내용을 맞춰갔다. 결과적으로 극시간이 줄어들었다. 철성이는 대사가 많이 줄어든 반면 지혜의 대사는 많아졌다. 최여사의 역할이 지혜한테 많이 옮겨간 것이다.

다시 힘을 내자.. 이제는 오기가 생겼다. 흔들리던 경은이도 다시 오지 않았는가..

연습이 끝나고 미진이에게 술 사달라고 전화를 했다. 미진이가 미얀해 할까봐 일부러 술 사달라고 전화를 한 것이다.. 맥주를 마시며.. 오늘하루도 지나갔다.

5월 8일

공휴일인 관계로 아침 10시에 모여서 연습을 했다. 밤에 연습을 할 때보다 확실히 여유가 있는걸 느낄 수 있었다. 형범이와 상록이 역시 같이 참여를 해서 연습을 했다.

대본이 변경이 되어서 변경된 부분은 아직 배우들이 헷갈려 하는거 같았다. 그래도 다음주정도가 되면 다들 대본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경은이가 대사를 거의 못 외워서 걱정이 되기는 하다.

분위기는 재미있었다. 연습을 하면서 같이 장난도 치고.. 특히 상록이와 준현이가 CC가 되어서 그거 가지고 많이 놀리는데도 잘 받아준다.

연습이 끝나고 나서 팜플렛에 올릴 사진을 찍었다. 날씨는 정말 화창해서 사진찍기에는 딱 좋은 날씨였다.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사진을 찍고 내가 점심을 쐈다.. 휴일인데도 즐겁게 연습한 배우들이 고마워서.. 이제 공연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5월 9일

오늘도 악재가 덮쳤다.. 결국 경은이가 포기를 한 것이다. 나중에 후회를 할까봐 끝까지 데리고 공연을 할라고 했는데.. 결국에는 포기를 한 것이다. 경은이와 전화를 하면서 화를 많이 냈다.

그동안 경은이에게 걸었던 기대가 무너지고 실망감이 몰려왔다. 경은이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나 보다. 자신은 내가 연습을 시작할 때 널널하게 해도 된다는 소리를 믿었다고 한다.. 많은 불만들을 이야기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오늘 연습은 춘천에 없다면서 못온다고 했다. 난 지금이라도 기차타고 무조건 오라고 했다. 경은이는 죽어도 안온다고 했다... 머.. 죽어도 나오기 싫다는건 어쩔 수 없지만 정말 버릇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1시에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학교로 향했다. 정문앞에 횡단보도에서 경은이랑 마주쳤다.. 참 어이가 없었다.

2시에 연습을 나왔다. 결국 경은이는 안왔고 파출소장 역할은 형범이이게 맡기고 엑스트라를 상록이에게 다 맡겨야 됬다. 공연이 다가올수록 정기공연팀에게 피해를 주는거 같아서 정말 미얀하다.. 그래도 정기공연 연출인 혜선이는 다 이해를 해준다.. 정말 고맙다.

내가 가진 장점중에 하나는 내 기분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울하긴 했지만 나머지 배우들에게 영향을 끼칠까봐 웃으면서 연습을 했다.

여태까지 문제되는 배우들이 다 나가고 열심히하는 5명이 남았다. 차라리 다음학기 정기공연을 위해서는 잘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워크샵을 하면서 배우들을 다 걸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를 했다.

연습이 끝나고 형범이와 정화는 좀더 남아서 연습을 했다. 경은이가 안나와서 상대적으로 연습이 부실한 정화는 다른 친구들은 다들 잘하는데 자기만 부실하니까 부담스러운가 보다. 정화에게 많이 신경을 쓰지 못해서 미얀한 마음이 들었다. 형범이와 정화와 나 3명이서 좀더 연습을 하고 끝냈다.

연습이 끝나고 경은이에게 전화를 했다. 경은이가 받지 않는다. 무책임하게 나가지 말라고 문자를 보내니까.. 나랑 전화하면 싸우게 되고 그러면 밥이 소화가 안된다고 했다.. 참 열받네.. 춘천에 있으면서 왜 거짓말 했냐고 하니까 내가 잘못 들은거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떳떳하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6학번 아래 후배한테 이렇게까지 수모를 당해야 되나.. 난 내가 학번이 훨씬 높으니까 말을 골라서 하라고 했다. 그러니까 6학번위라서 말 못하겠네요 라는 답문이 왔다. 이미 할말 다 해놓고..

다시 전화를 했다. 통화를 하니까 경은이가 운다. 난 경은이를 놓아줄려고 전화를 한 것이다. 말은 싸가지 없게 해도 심리적으로는 많이 힘들었을거라 생각했다.

전화를 해서 오해를 풀고 편하게 마음을 가지라고 했다. 경은이는 울면서 죄송하다고 한다.

중도에 포기한 경은이보다 정화가 더 안타깝다. 같은과 친구이고 자신의 파트너였는데.. 겉으로는 표현은 안해도 기분이 많이 다운되었을거다.

내일은 하루 쉬고 일요일 오후 6시 반에 모이기로 했다. 이제 얼마 안남았다. 연극일기를 쭉 보다 보니까 일기를 쓴지 1달이 지났다는걸 알 수 있었다. 이제 10일만 덧붙이면 03들의 첫 공연을 완성할 수 있을것이다.

8일 오전에 연습을 하는 모습. 준현이는 자신이 있는지 대본을 안 놓고 연습을 한다.

108에 조명을 켜놓고 연습을 했다. 연기에 집중을 할 수 있는 분위기이다.

파출소신.. 이날 경은이의 모습이 마지막이다.

준현이 팜플렛사진

철성이 팜플렛 사진

정화 팜플렛 사진

선희 팜플렛 사진

지혜 팜플렛 사진

연습을 마치고 점심을 쐈다.

분식집에서 준현이와나..

새롭게 투입된 형범이와 정화.. 앞으로 즐겁게 하길 바란다(5월 9일)

사뭇 진지한 분위기(5월 9일)

03년 5월 6일(화)

일요일 경원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연락을 해도 받지를 않고.. 처음으로 열받은 순간이다.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니?'라는 문자 한마디에 경원이의 답은 자기가 잘못했긴 하지만 자기 사정도 모르고 그렇게 말해서 실망했다고 한다.. 내가 꾸짖을려다가 오히려 내가 면박을 당한 셈이다. 자신이 다른이에게 끼친 실망은 아무것도 아닌가? 참 요즘 애들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 밤 다시 경원이에게 문자가 왔다. 내일 11시에서 1시사이에 만나자는 것이다.

일단 답을 보내지 않았다. 난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만나줘야 하나?

다음날이 더 기막히다. 내가 문자를 왜 씹었냐고 한다. 난 말할거 있으면 연습때 와서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욱 기막힌 답신.. 내가 자신이 이야기한 시간에 약속을 안 잡아서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할 기회를 놓쳤다는 식으로 답문자를 보낸다.

이쯤 되니 오히려 재미있어졌다. 노대통령의 '막나가자는 거죠?'라는 문구가 생각이 났다.

2시에 수업에 들어가서 수업을 들으니 계속되는 경원이의 문자가 왔다. 문자 내용은 사정이 생겨서 워크샵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내가 예상했던 내용과 하나도 틀리지 않는지...

하늘에서 나의 연극일기에 소재거리를 주기 위해서 이런 운명의 장난을 만들어 놓았나 보다. 하긴 그냥 탄탄대로로 연극을 마치기 보다는 갖가지 고난과 역경을 딧고 마침내 극을 올리는 3류소설이 조금 더 감동적이기는 할 것이다.

일단 쉬는시간에 그대로 수업을 땡땡이를 쳤다. 공연이 얼마 안남은 시점에서 빨리 '최여사'부분의 대본을 수정해야 됬기 때문이다. 대본을 수정할려고 하는데.. 문뜩 이건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서 걱정하는 것 보다는 모두와 함께 상의를 하는게 어떨까? 고치려는 대본을 다시 놓았다.

잠시 잠이 들어서 일어나니 8시 10분.. 아뿔싸.. 10분이나 늦다니.. 부랴부랴 옷을 챙기고 동방으로 갔다.

이미 20분.. 그래도 아무소리 없이 기다려준 새내기들이 정말 고마웠다.

비가 오는 관계로 발성은 하지 못하고 곧바로 토론에 들어갔다. 다들 충격이 큰 듯..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같이 연습을 시작한 형범이가 거들어 주었다.

처음 내가 생각한 것은 대본을 대폭 수정을 하는쪽이었지만 배우들이 반대를 한다. 차라리 한명을 다시 투입하자는 것이다. 그럼 누굴 투입하지.. 여러명을 재어본 결과 일단 4학년 미진이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왜냐하면 미진이 말고는 아무도 할 사람이 없거든..

연습이 시작되었지만 다들 기운이 빠진 모양이다. 하긴 나 역시 그러니까.. 어서 이걸 극복해야 할텐데..

또다른 걱정은 경은이이다. 공부방 때문에 연습을 빠졌다. 오늘 수업시간에 공부방을 창설한 형한테 공부방에서 경은이가 꼭 필요하냐고 물어보았다.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오늘은 나올줄 알았다. 왜냐하면 2주남은 상태에서 극회에서 경은이가 빠지면 연습이 되질 않길 때문이다. 그런걸 알면서 공부방을 택하는 경은이..

만약에 내일마저 나오지 않으면 소장역할은 연출인 내가 해야겠다. 내일 나오더라도 단단히 한마디를 해야겠다. 이번 워크샵은 작년과는 달리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좀 빡세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여전히 열심히 하는 새내기들과 형범이.. 미진이가 큰힘이 된다. 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분발을 해야겠다.

105 강의실에서 연습하는 모습.. 미진이가 새로 투입되었다.

확실히 공연을 할지 않할지 결정못한 미진이.. 날 도와주리라 믿는다.

108이 비자 108로 자리를 옮겼다. 조명아래라 그런지 분위기가 난다.

경은이가 안온 관계로 파출소장 역할은 내가 대신해줘야 했다.

03년 5월 4일(일)

다음주가 어버이 날인 관계로 잠시 충주로 갔었다. 좀더 쉬고 싶었지만 그래도 연습이 더 중요하니까..

오후 6시 역시 내가 동방에 제일 처음 왔다. 30분정도 되자 다들 꾸역꾸역 모였다.. 역시 경원이는 오늘도..

처음에 발성연습부터 할라 그랬는데.. 낮이라 사람들이 다 본다는 이유로 배우들이 부끄러워한다.. 참 별거 가지고..

강의동에서 좀더 실감나가 연습을하기위해 동방에서 따로 의자를 가져왔다... 이제야 자세들이 제대로 나오는 군. 선희와 지혜와 준현이는 어느정도 대본을 안봐도 대사를 칠 정도는 됬다. 나머지들도 어여 분발을 해야 할 터인데..

파출소신이 아무래도지지부진하다.. 아무래도 이제 처음 맞춰봐서 그런모양이다. 그래도 술집신을 찍을 때 옆에서 따로 연습하는걸 보면 좀 나아질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내일도 연습을 할라 그랬는데.. 배우들이 어린이날이라서 잠시 쉬자고 조르는 바람에 그냥 져 줬다. 훗 귀여운 것들. 6일부터 다시 열심히 연습에 들어가야지..

동방에서 의자를 가져다 연습하는 모습.. 좀 자세가 나온다

파출소신.. 사뭇 진지하다

행동선을 연습한후 다시 밖으로 나와서 발성연습

집에서 술취한 모습(넣을 사진이 없어서..ㅡ.ㅡ)

03년 5월 1일(목)

오늘도 변함없이 연습이 있는 날이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동방에 가기전에 순대와 오뎅을 사먹었다.

간단하게 저녁을 떼우는 관계로 5분정도 늦게 갔다... 역쉬 지혜랑 선희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우리의 기다림은 계속 되었다. 10분... 20분.. 30분... 지혜랑 선희가 지루해할까봐 나름대로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40분이 지나자 경원이가 왔다. 일단 4명이서 강의동 101호에 갔다. 철성이와 준현이가 올 때까지 기다릴 때 정기공연 연습중이던 재춘이가 왔다. 이번 기획으로서 나한테 물어볼께 많았나 보다.

재춘이와 새내기들은 서로 잘 알지 못했나보다.. 잠시 어색해진 분위기가 감돌았다. 때문에 재춘이와 워크샵배우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1시간이 넘게 지나서야 철성이와 준현이가 왔다. 정화는 못온다고 연락오고.. 경은이는 함흥차사.. 아무래도 경은이는 문제가 있다. 다음 연습때 한마디 해야겠다.

원래 공연이 15일인데 19일로 늦추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좀 곤란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108에서 정기공연팀이 연습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단 19일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웬만하면 15일에 끝낼려고 한다.

19일로 옮기자는 의견도 지혜나 선희보다는 불성실하게 연습을 나온 배우한테 나온 의견이라 그렇게 존중해줄 생각은 없다.

연습이 시작되었다. 연습이 시작되자마자 효선이와 지혜(정기공연배우^^)가 왔다. 아무래도 새내기들이 연습하는게 궁굼한가 보다.

연습에 꾸준히 나오고.. 그렇지 못한 차이는 바로 공연 연습에 다 나타난다.. 연습에 잘 참가한 지혜와 선희, 준현이는 내가 지정한 범위까지 대본을 안보고 대사를 칠 정도로 대본을 잘 이해하고 외워왔다.

나머지?... 말하기도 싫다.

일단 성실하게 나오는 배우를 위주로 연습을 할 생각이다. 나의 연출 스타일은 배우를 다그치는게 아니다. 자신이 연습에 빠지거나 대본을 못외우거나 그러면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이다.

많은 대사량인데도 불구하고 다 외워온 선희가 고마울정도로 대견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연출을 하는 것이 아닌가..

연습이 늦게 시작되서 그런지 10시 10분이 되서야 연습이 끝났다.

요즘 나의 일과는 10시 30분이 되서야 끝난다.. 하루를 정리하며 방안에 처박혀 있는데 미진이한테 전화가 온다.

오늘 졸업앨범 사진을 찍어서 그런지 약간 심란한가 보다.. 나보고 맥주를 사달라고 한다.

4학년인 미진이와 이구아나에 가서 치킨과 맥주 한잔을 했다. 미진이와 술을 마시면서 졸업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힘들긴 하지만 멋진 추억을 위해서 졸업공연을 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11월말 임용고사가 끝나고 연습에 돌입하여 12월 15일정도에 하기로 대충 맞췄다.. 연극으로 시작해서 연극으로 끝나는 대학생활이 되고싶다.

다음 연습은 일요일이다.. 토요일에 집에가서 다음날 곧바로 올라와야겠다.

워크샵, 정기공연 기획 재춘이.. 1학년때와 비교해서 많이 성숙해졌다.

후배들이 궁굼해서 온 효선이와 지혜.. 워크샵팀은 아니지만 언제나 든든하다.

지혜는 독사진을 찍을 때 항상 V자 포즈를 취한다..이젠좀 바꿔봤으면 ㅡ.ㅡ

앞에서 내가 대본을 들고.. 나머지는 연기에 몰입

연습도중에는 웃음 꽃이 끊이지 않는다.

철성이와 준현이가 오줌을 누는 장면..(물론 극중에서..)

거리에 나온 장면.. 잠시나마 효선이가 엑스트라를 해준다.

아.. 빨리 대본을 떼는 날이 와야 될텐데..

앞에서 내가 설명하는걸 배우들이 듣고 있는 모습

미진이와 맥주한잔.. 화장을 해서 그런지 미진이가 이뻐보인다.(이거 보면 분명히 '원래 이뻤어'하고 우길거다 ㅡ.ㅡ

03년 4월 28일(월)~29일(화)

시험이 끝나고 1주일만에 모였다. 이제 공연날짜도 얼마 안남았다. 총 연습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동방으로 나섰다.

8:05 오늘 역시 늦게오는 배우들이 많았다. 이제부터 한사람 한사람 늦는게 모두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것을 다들 알았으면 좋겠다.

대본 리딩에서 벗어나서 이번에는 대본을 들고 행동을 하면서 연습을 했다. 원래는 대본을 오늘까지 다 외워오기로 했지만 그런건 애초에 기대 하지 않았다. 그저 많이 읽어오길 바랄뿐이었다.

연습을 하면서 많이 웃었다. 대본의 내용이 재미있는 것도 그렇지만 배우들이 각각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틀 연속 아무런 연락없이 오지 않은 경은이 때문에 마음이 상하기도 하지만, 시키지도 않았는대도 대본에 자신이 나오는 부분을 형광펜으로 그어서 열심히 읽어오는 선희.. 연습시간에 일찍오고 자신에 맞게 대사를 바꿔온 경원이.. 겸연쩍게 웃으면서 미얀한 듯 신검을 간 철성이.. 다 귀여웠다.

이제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은 2주남짓.. 지금 진도로 과연 정해진 시기에 공연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연습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동아리처럼 극회 연습이 첫 번째 우선순위가 되지 않는 한 불가능 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의 진도를 봐서 15일에 할지 19일에 할지 결정을 해야겠다.

이제부터 형범이가 워크샵에 합류했다. 짧은 대사들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비중이 큰 역할들이다. (맞는 역할들 ㅋㅋ)

내일부터는 각장을 나누어서 대본없이 연습을 해보도록 하겠다. 대사를 외우지 못하면 옆에서 불러주면서라도 해볼려고 한다. 왜냐하면 대본을 들고 행동선을 잡으면 아무래도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남은 시간동안 모두가 즐겁게 연습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한다.

2장(맥주집)을 연습하는 모습

귀싸대기 닷컴 대원들이 중년남성(정화)에게 응징을 한다.

귀싸대기 닷컴의 홍일점 홍마담(지혜)

서로 싸우고 난뒤 화해하는 모습(마지막 장면)

03년 4월 21일(월)

오늘은 연출로서 고민이 많은 날이었다.

오늘 연습시간은 8시.. 디지털카메라에 넣을 건전지를 사고 나서 동방으로 향했다.. 동방에 도착하니까 불과 3명..

경은이는 공부방 때문에 못오고, 철성이와 준현이는 친구 생일이라나.. 경원이는 아예 연락조차 없이 빠졌다.

왜 이렇게 까지 되었을까? 저번주까지 체육대회 때문에 빠진건 그래도 이해를 했다. 과 구성원들과 친해질 계기를 동아리 때문에 빼앗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육대회가 끝나고 나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빠진다.. 사실 우리학교에서 나보다 바쁜사람은 몇 명이나 있는가? 4학년인 나도 연출이라는 이유로 하루도 10분이상 늦지 않고 나오는데 1학년들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내 홈페이지를 1학년들은 모르기 때문에.. 이러한 고민을 여기에 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벌써 연속 2번빠진 청성이... 앞으로 공부방 때문에 자주 빠진다는 경은이.. 그렇지만 무엇보다 걱정인건 경원이 이다. 처음 기대와는 달리 빠진날이 나오는 날보다 많다. 빠지는날은 연락이 없기 일수이며 빠진다고 할 때도 거의 통보식으로 연락을 한다.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은 해도.. 막상 보면 말은 청산유수로 잘한다. 앞으로는 좀 거리감을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워크샵의 배우 구조는 작년과 비슷하다.. 작년에도 남자2, 2학년 1명.. 생각해보면 작년이 많이 편했던거 같다. 스스로 열정에 빠져서 연습시간 외에도 대사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연출로서 뿌듯해 하지 않았는가.. 특히 2학년 혜원이와 같은 경우는 1학년과 연습하면서도 거의 빠지지 않고 열심히 했던 모습을 보였다.

3명으로는 연습이 힘들기에 시험기간에는 아예 모이지 않고 대신 다음주 월요일까지 대사를 외워오라고 했다.

다음주부터는 매일 3시간이상 연습을 해야겠다. 아마 연극일기를 쓸 기회 많아질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3명을 그냥 보내기 미얀해서 교문 밖으로 나가서 같이 닭꼬치와 오뎅을 먹으면서 잠시 담소를 나누고 헤어졌다.

미진이가 모처럼 술을 쏜다고 해서 DFC에서 맥주한잔을 하고 정기공연 연습하는 장소로 갔다.

부러웠다... 시험 과목이 많은 2학년.. 조모임으로 정신없는 3학년인데도 정기공연팀은 모든 인원이 늦은 시간에 모여서 연습을 하는 것이다. 또한 시험기간이라도 이번주에는 3번 모여서 연습을 한다고 한다.

내가 왜 4학년이 되어서 이런고민을 해야되는걸까? 차라리 지금 다 때려치워도 머라그럴사람은 없을텐데.. 그래도 열정적으로 연습하는 선희와 정화, 지혜가 있기에 그 가운데서 의미를 찾는다.

다음주부터는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배우들에 대해서는 압박을 가해야겠다. 늦게 오면 늦게 온 만큼 더 연습을 시키고 자신이 빠지면 다른사람도 피해를 본다는 것을 주지시켜야겠다.

일단 대사를 다 외워오라고 했으니까 대본은 많이 읽겠지.. 리딩은 생략하고 곧바로 액션으로 들어가야겠다.

동방에 모인 지혜, 정화, 선희.. 이번 신입생들중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3명이다..

발성은 잘 안되도.. 항상 노력하는 지혜와 함께..

연습없이 헤어지는데도 아쉬움없이 표정이 밝다. 극회동방 앞에서.

연습이 취소되었다고 해도 그냥보낼 수는 없지.. 학교앞에서 닭꼬치와 오뎅을 사줬다.

처음볼 때는 말이 없지만 끼많은 정화와 함께...

03년 4월 18일(금)

오늘은 오후 4시반에 모이기로 했다. 어제 체육대회를 치뤘던 관계로 모두들 뒷풀이 하느라 밤새도록 술을 퍼 마셨을텐데.. 과연 몇 명이나 모일까? 나 역시 새벽 3시까지 마신 상태여서 몸이 찌부둥 했다. 비고 오고.. 좀 기분도 우울하고.. 그래서 연습을 그냥 취소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연출로서의 의무는 다 해야 하지 않겠나..

4시반에 정확히 동방으로 가니.. 역시 아무도 없다. 간만에 쏟아지는 빗소리와 함께 나 혼자 동방에 있었다. 비록 어질러져 있기는 하지만 동방은 항상 바쁜 나에게 고향과 같이 편안한 곳이다. 아직까지 동방은 저번 공연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모두가 지치고 힘든 공연준비.. 밤늦도록 연습하는 날이 비일비재했고, 구성원들간에 갈등이 폭팔해서 극회전체에 위기가 있었던 일.. 그렇지만 힘든 가운데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모두가 합심하여 공연을 올리고..

그러한 감상들이 한편의 영화처럼 나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번 공연은 어떤 추억들이 날 기다릴까? 특히 신입생들에게는 첫공연이라는 의미깊은 추억이 남겨지는 공연이다. 연출인 내가 잘 해야 될텐데.. 지금 너무 여유부리는거 같구...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 살며시 감상에 젖어있는 나를 깨운 것은 경원이었다. 경원이에 이어서 모처럼 형범이가 왔다. 우리는 108강의실로 갔다.

108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준현이가 오고 조금있다가 선희와 지혜가 왔다. 이렇게 6명이서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 예상처럼 많이 오지는 않았지만 적은인원이나마 연습은 해야했다.

108무대에 조명을 켜놓고 그럴싸한 분위기에서 발성을 했다.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지혜와 경원이 같은 경우는 목소리 톤이 좀 걱정이 된다. 그래도 둘다 열심히 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발성연습 좀 더 하면 나아질 듯 하다. 다음 연습때부터는 다양한 방법의 발성연습을 시켜야겠다.

발성, 발음연습이 끝나고 무대에서 조명을 찾아가는 연습을 해보았다. 사실 별 필요없는 연습이기는 하지만 무대에 선다는 긴장감을 잠시 느끼게 해주고 싶엇다.

배역이 정해진 만큼 이제 자기 캐릭터를 가지고 대본 리딩을 했다. 리딩을 하면서 작품을 잘만 만들면 괜찮은 연극이 될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대본을 읽던 도중 정화가 왔다. 연습이 있는줄 모르다가 뒤늦게 뛰어온 모양이다.

처음에는 워크샵을 하기에 대본의 양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본을 많이 줄일려고 했는데 모두들 오늘 리딩을 하면서 다 해보는 것도 괜찮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따라서 대본을 줄이지 않고 해볼려는 방향으로 연극을 준비하기로 했다.

연습이 끝나고 모두들 형범이가 사온 과자와 음료수를 먹었다. 다과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다. 경원이가 음악과 03학번 여자애 한명이 극회에 들어오고 싶어한다는 말을 했다. 이번 03학번들의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다. 특히 공연동아리 같은 경우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극회 역시 아무런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형범이가 인원이 많다고 막을 정도로 많은 신입생들이 들어올려고 한다. 반면에 학술 동아리와 스포츠 동아리는 많이 죽은 상태이다.

다음주는 시험기간이기는 하지만 일단 월요일에 만나서 대본 리딩을 하기로 했다.

이제 시간이 많지 않은거 같다. 시험이 끝난 이후에는 강행군을 시작해야 겠다.

어질러져 있는 동방의 모습.. 그렇지만 언제나 편안한 안식처이기도 하다.

108 무대 위에 조명을 켜놓고 발성연습을 하는 모습..

리딩을 하고 있는 모습..극회회장인 형범이가 와서 든든했다.

사뭇 진지한 모습들.. 이제 시작일 뿐이다.^^

03년 4월 15일(화)

저번주 토요일에 교대협 출범식에 참석하느라 전주교대를 갔다. 밤새 술마시고 빠듯한 행사를 마시고 일요일 5시에 춘천을 향해서 출발했다.

춘천에 도착하기 2시간전.. 지혜한테 문자가 왔다.. '선배 저 할 말 있으니 만나주세요.' 라는 문자였다. 동아리에 있으면서 항상 망설이고 주저하던 지혜이기에 대충 만나는 목적이 먼지 알고 있었다.

춘천에 도착해서 만난 지혜는 많이 생각했다면서 동아리는 아무래도 자신한테는 힘들거 같다고 했다. 많이 생각하고 무엇보다도 지혜의 인생은 지혜가 꾸민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혜의 선택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다음날인 월요일... 이번에는 평소에 적극적이고 명랑한 혜영이가 문자로 만나자고 했다.. 설마.. 오후 4시에 만나니 역시 체육과 분과활동 때문에 극회활동이 힘들다고 하고, 동아리 성격이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궂이 나가겠다는 애를 붙들 생각은 없었지만.. 정작 하나, 둘 빠져나가니 다리에 힘이 쫙 빠졌다..

이러한 기분 때문인지 원래 월요일 밤에 스폰을 뛰기로 했는데 그냥 얼굴만 비치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나간 애들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차라리 극을 꾸미는 초반에 나간 것도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요일.. 오늘은 연습날이다. 며칠간의 강행군으로 오후 5시부터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8시 정각이다. 약속시간보다 10분 늦게 가니까 이미 새내기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기분은 이미 다운이 되었지만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야외로 나가서 발성연습과 발음 연습을 했다. 비록 2명이 나갔지만 나머지 배우들이 즐거운 분위기에서 열심히 하는걸 보니 나 역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발성과 발음은 처음 봤을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물론 잘 안되는 배우도 있지만 아직 공연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있으므로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오늘은 캐스팅이 있는 날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체육대회 예선 때문에 제대로 대본을 읽어본적이 없어서 내심 불안했다. 그저 대본을 많이 읽어오라고만 했을 뿐이었다.

교실에서 대본을 리딩하고 있을 때 경원이가 왔다.. 이번 공연에 있어서 유일한 02학번으로 맡언니 뻘이다.. 그렇지만 자주 빠지고 연락 없이 늦게 오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까지는 맡언니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나의 실망 역시 배우들에게 표출하지 않는 것도, 연출을 하면서 겪어야될 시행착오중에 하나이리라..

대본을 읽으면서 대충 누가 어느 역할에 맞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이미 배우들은 여러번 대본을 읽으면서 각자 하고 싶은 역할을 정한 눈치이다.

연출을 하다보면 항상 직면하는 고민이 있다. 바로 캐스팅이다. 아무래도 하고싶은 배역이 겹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또한 캐스팅 후에는 불만이 쌓이는건 당연한 것이다... 그걸 최소한으로 하는 방법은 없을까..

여태까지 연극을 하면서 캐스팅은 오디션을 보면서 배우가 하고싶은 배역을 말하고 거기에 대한 시험을 본후, 연출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오늘 색다른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나혼자 정하는 것 보다는 모두 함께 토론을 하면서 배역을 정하기로 했다. 먼저 1,2순위배역을 알려주고, 겹치는 배역에 대해서는 모두가 토론을 하기로 했다.

'귀싸대기를 때려라'에 주요 배역은 7개인데.. 배우들이 원하는 배역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처음에 택시기사를 두고 경원이와 철성이가 잠시 경합을 벌인 것을 빼고는 다들 하고싶은 역할이 달랐다. 천만 다행이다. 또한 7명의 배역 이외에 나머지 엑스트라도 서로 병행해서 하겠다고 배우들이 나섰다... 그렇게 능동적인 모습을 보면서 힘이빠져있던 나에게 큰 힘을 주었다.

오히려 2명이 잘 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9명이 7개의 배역을 가지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나머지 2명이 엑스트라를 하면서 실망하는거 보다는 하고싶은 배역을 하면서 즐겁게 연극을 하는게 더 좋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스팅은 겉모습과 이미지와 달리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최대한 배려해 주었다. 물론 나의 독단이 아니라 모두의 토론을 통해서...

또한 자신들이 관심있는 스텝분야도 나누었다. 물론 공연을 하면서 스텝도 같이 하는건 아니지만 워크샵을 통해서 스텝도 접해보라는 의미였다.

-캐스팅 결과-

택시기사-철성, 소장-선희, 여경-정화, 전선생-준현, 시의원-경은, 홍마담-지혜, 최여사-경원, 나머지 엑스트라-선희와 정화가 나눠서 하기로..

오늘의 연습은 캐스팅을 마치고 끝냈다. 체육대회와 다음주가 시험인 관계로 모이기는 힘들지만 금요일 4시 30분에 다 같이 모이기로 했다. 다음에 모일 때에는 자신들이 맡은 배역에 대한 분석을 해오라고 했다. 이제 연출인 나도 즐거운 추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

미술관앞 잔디밭에서 발성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내가 사진을 찍는 틈을 타 왼쪽에 선희가 핸드폰을 받고 있다.ㅡ.ㅡ

무대기초를 배우고 있는 모습.. 지혜가 걸음걸이를 생각하며 무대를 싸뿐싸분 걸어가고 있다.

대본을 읽고 있는 철성이.. 구수한 사투리로 일찌감치 택시기사로 낙점 받았다.

오디션전에 대본을 읽고 있는 모습.. 부족한 리딩시간 덕분에 대본을 읽으면서 자주 배역을 바꾸며 캐스팅을 생각했다.

캐스팅에 관해 토론하고 있는 모습.. 긴장보다는 즐거운 분위기에서 캐스팅이 이루어졌다.

이제 사진을 찍는게 익숙해진 듯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캐스팅에 관한 토론을 하고 있다.

03년 4월 10일(목)

처음 일기이니 만큼 그동안의 진행과정에 대해서 설명을 하겠다. 당초 워크샵에 대해서는 극회인들 모두가 부정적이었다. 새내기에게 무대를 처음 서보게 하는 장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정기공연을 뛰는 기존 극회인들과 거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3명이상 들어올 경우에만 워크샵을 하기로 결정을 해놓은 상태였다.

티벳 여행을 갔다오고 극회 개강을 할 무렵... 새로 극회에 들어오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쁘고 이미 연출과 기획을 맡은 3학년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숫자... 어쩔 수 없이 워크샵 연출은 내가 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들어온 극회인중에 국어과 3학년 2명은 아무래도 나보다 동기들과 같이 연극을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에 정기공연팀으로 돌렸고, 9명이던 새내기중에 종렬이가 고민끝에 연극을 포기했다. 남자가 1명인 상태에서 국어과 철성이가 다시 들어왔다.. 정말로 든든한놈^^

급하게 결정된 워크샵인 만큼 대본을 구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촉박할 수밖에 없었다. 참신하면서도 새내기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연극은 없을까? 그런 생각으로 넷서핑을 하는 새내기들에게는 수준이 좀 높기는 하지만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최기우 작 '귀싸대기를 때려라'를 선정했다. 많은 대본들을 읽히게 한 후 새내기들 스스로 고르게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대본 선정에 앞서 우선시 된게 바로 발성과 발음.. 그리고 무대 기본이다. 지루하지 않은 선에서 연습시작 30분~40분 동안 미술관앞 잔디밭에서 연습을 한다. 복식호흡조차 버거워하던 배우들이 날이 갈수록 나아지는게 보이기는 하지만 체육대회를 비롯해 여러 사정으로 잘 나오지 못한 배우들이 좀 걱정이 되기는 한다. 사정이 생겨서 못나오는 배우들에게는 집에서 복식호흡이라도 하라고 실천하기를 기대하지 않은 주문을 하기도 한다.

대략적인 상황은 이정도로 제시를 하고.. 오늘 이야기를 하겠다.

저번주 대본 리딩에 이어서 오늘은 작품 분석에 들어갔다. 실과:국어과 농구심판을 보는 관계로 원래 예정 시각보다 10분 늦은 시간에 강의동 201호에 둥그렇게 모여서 토론을 했다. 준현이와 철성이가 과 남자모임 때문에 빠진게 아쉽기는 하지만 한두명 빠지는건 앞으로도 수없이 겪어야될 시행착오 아닌가...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극이 제시하는 주제와 느낀점, 맡고 싶은 배역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 자신의 느낀점을 이야기 할 때마다 난 일부러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은 이야기한 그 배우한테만 하는게 아니라 모두에게 한 질문이었다.

다소 난해한 질문에 대해서 처음에는 낯을 가리던 배우들도 점차 열띤 토론에 들어갔다. 단순하게 극을 해석하는게 아니라 그 이면에 깔려있는 사람들의 의식과 사회풍조에 대해 이야기를 확대해 갔다. 어짜피 극본도 문학작품의 일원이므로 그 시대 상황과 사상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극본으로부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데 힘들지는 않았다.

단지 의기투합한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한 사람의 귀싸대기를 때리면서 쾌감을 느끼지만 알고보면 자신들도 죄를 짓고 있다는 뻔한 주제 보다는 좀더 우리의 색깔로 극을 꾸미고 싶었기 때문이다.

단순할 수 있는 주제에 성악설, 성선설을 거론했고, 종교, 사상까지 이야기가 나왔다. 토론을 하면서 나 역시 딜레마에 빠지는 현상까지 발견했다.

사람들은 흔히 세상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악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탐관오리와 계급사회인 조선시대보다는 지금이 더 낳지 않은가... 그에 대해 지혜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정도라고 했다... 글세?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느끼고 있는 각박함은 미래 사람들 시선에서는 미개한 것인가?

이런식으로 아리송한 대화들이 오가며.. 우리는 대본에 빠져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토론을 하면서 배우들이 대본을 잘 읽어 왔다는 것도 확인 할 수 있었다. 하긴 작년에 30분짜리 극본가지고도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대해 토론을 했으니..

1시간반의 토론끝에 우리가 관객들에게 던져줄 주제를 정하고..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연습이 끝나고 경원이가 강대후문에 있는 팥빙수집으로 가서 팥빙수를 사달라고 한다.. 오늘 있었던 예비군 훈련과 농구심판으로 몸은 정말 피곤했지만.... 머.. 어쩔 수 없지.. 이렇게 사달라고 하는 후배가 있는건 복학생에게는 행복이니까.. 말없이 현금인출을 하고 뒤늦게 온 명훈이와 4명의 여자애들과 강대후문으로 갔다...

팥빙수를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고, 배우들과 더욱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대본분석이 시작되었다.. 다들 밝은 모습이 마음에 든다.

테니스하느라 조금 늦게 온 정화.. 말이 없는편이지만 의외로 발랄하다.

다들 동그랗게 앉아서 대본분석을 하는가운데 난 앞에서 작품 분석을 위한 난해한 질문들을 했다.

팥빙수 가게에서 선희와 함께.. 손을 꼭 잡고 있다^^;;;(오해 말기를...)